아베 최측근 “고노담화 역할 끝났다”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0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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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기우다 “새 담화 내면 무력화”… 관방장관 “개인의견” 서둘러 진화
위안부 강제성 인정한 정부 홈피글… 외무상 “삭제여부 검토” 의회 답변

“이제 역할은 끝났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최측근인 하기우다 고이치(萩生田光一·사진) 자민당 총재 특별보좌관은 6일 한 방송에서 고노 담화를 겨냥해 이렇게 말했다. 그는 “정부는 ‘담화 수정은 하지 않는다’고 공언하고 있지만 내년에 새 담화를 내는 것으로 결과적으로 (고노 담화의) 존재 의미는 없어진다”고 강조했다. 고노 담화는 1993년 고노 요헤이(河野洋平) 관방장관이 일본군 위안부 동원의 강제성을 인정하고 사죄한 담화다.

최근 아베 정권 핵심부의 고노 담화 무력화 움직임이 우려할 수준으로 치닫고 있다. 자중해야 할 총리부터 앞장서고 있다. 아베 총리는 6일 중의원 예산위원회에서 “아사히신문의 (위안부 강제연행 증언) 오보가 한일관계에 큰 영향과 타격을 주었다. 기사로 훼손된 일본의 명예를 회복하기 위해 노력해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앞서 3일에는 “일본이 국가적으로 성노예를 삼았다는 근거 없는 중상이 세계에서 이뤄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주장했다.

비둘기파로 여겨졌던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외상도 예외가 아니다. 그는 ‘10대 소녀까지 포함된 많은 여성을 강제적으로 위안부로 만들고 그들에게 종군을 강요한 것은 여성의 존엄성을 짓밟는 잔혹한 행위였다’는 외무성 홈페이지 글과 관련해 6일 중의원에서 “삭제할지, 주석을 달지 외무성 내부에서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자민당 외교·경제연대본부 국제정보검토위원회는 지난달 19일 “아사히신문의 사죄로 위안부를 강제 연행했다는 사실은 부정됐고 성적 학대도 부정됐다”는 결의까지 채택했다.

논란이 확대될 기미를 보이자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은 일단 불끄기에 나섰다. 그는 7일 기자회견에서 하기우다 특별보좌관의 발언에 대해 “완전히 개인적인 견해로 아베 정부는 고노 담화를 수정할 생각이 없다”고 해명했다. 또 일본 패전 70주년을 맞아 내년에 발표할 새 담화에 대해 “(정부는) 그동안 미래지향적인 담화를 발표하겠다고 밝혀왔다. 담화 내용은 앞으로 전문가 회의에서 정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산케이신문은 7일 아베 총리 주변 인물을 인용해 “국회에서 담화 수정 움직임이 나오는 형태를 취할 필요가 있다”면서 아베 정권의 고노 담화 무력화 전략을 소개했다. 신문은 “아베 총리는 고노 담화에 적극적인 (수정) 움직임을 보이면 국내외에서 ‘위험한 역사 수정주의자’라는 딱지가 붙을 우려가 있어 신중히 대응하고 있다. 총리는 (고노 담화 수정) 당내 논의가 활성화되길 기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도쿄=배극인 특파원 bae2150@donga.com
#일본#아베#고노담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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