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새샘 기자의 고양이끼고 드라마]슈퍼히어로물의 성공 열쇠는 ‘설득력’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0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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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아이언맨’ vs 美 ‘에이전트 오브…’

주인공 주홍빈의 몸에서 칼이 돋아난다는 설정의 KBS ‘아이언맨’(왼쪽 사진)과 정부 요원들이 초능력자 뒤치다꺼리를 하는 미국 ABC ‘에이전트 오브 쉴드’. KBS TV 화면 캡처·마블 홈페이지
주인공 주홍빈의 몸에서 칼이 돋아난다는 설정의 KBS ‘아이언맨’(왼쪽 사진)과 정부 요원들이 초능력자 뒤치다꺼리를 하는 미국 ABC ‘에이전트 오브 쉴드’. KBS TV 화면 캡처·마블 홈페이지

KBS 수목드라마 ‘아이언맨’은 남자 주인공 주홍빈(이동욱)이 몸에서 칼이 돋아나는 초능력자라는 설정으로 방영 전 화제를 모았다. 제목까지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아이언맨’과 같아 기대치를 높였다. 그런데 웬걸, 뚜껑을 열고 보니 실망스럽다.

드라마는 과거의 상처로 삐뚤어진 재벌 2세가 순수하고 착한 여자 주인공을 만나 상처를 치유하고 거듭난다는 재벌 2세 드라마의 공식을 충실히 따른다. 초능력 설정은 들러리일 뿐이다. 몸에서 칼이 돋긴 하는데 고작 한 뼘 정도, 그나마도 조악한 컴퓨터그래픽(CG) 탓에 “‘아이언맨’이 아니라 ‘가시인간’”이라는 비아냥거림을 듣고 있다. 시청률은 5∼6%대.

이쯤에서 미국 ABC가 내보내는 ‘에이전트 오브 쉴드’ 시즌2를 보자. 마블사가 제작한 이 드라마는 ‘어벤져스’ ‘토르’ 같은 영화에 등장했던 정부기관 ‘쉴드’의 콜슨 요원과 그의 팀이 주인공이다.

쉴드는 간단히 말하면 ‘슈퍼히어로 뒤처리 반’이다. 갑자기 툭 튀어나와 문제를 일으키는 초능력자나 외계의 특이물질을 통제하고 이를 악용하려는 세력을 제거하는 일을 한다. 초능력자들이 쓸고 간 난장판을 정리하는 것도 이들 몫이다. 평소 슈퍼히어로물을 보며 들었던 의문, ‘슈퍼히어로와 악당들이 저렇게 깽판을 치는데 어떻게 세상은 별 탈 없이 굴러갈까’에 대한 답을 이 드라마에서 얻을 수 있다.

슈퍼히어로물의 성공 요인은 아이러니하게도 현실성이다. 비현실적인 초능력을 다루는 만큼 초능력을 어쩌다 얻게 됐는지, 초능력을 얻고 나서 어떤 변화가 있는지 그 세계를 섬세하게 직조하지 않으면 설득력을 얻기 힘들다. 쉴드 요원들은 모두 별다른 초능력 없이 3D 업종 종사자처럼 뛰고 구르고 맞는 평범한 인간들이다. 하지만 ‘모든 영웅이 초인은 아니다’라는 드라마 슬로건처럼 마블의 세계관을 더욱 공고하게 만드는 숨겨진 히어로들이다.

‘마블 유니버스’는 수십 년 동안 만화, 애니메이션, 영화, 드라마로 수차례 재창작되며 구축돼온 세계다. 이런 ‘물건’이 당장 한국에서 튀어나오길 기대하는 것은 무리다. 하지만 ‘아픔투성이 마음이 밖으로 나와 칼이 주렁주렁 몸에 났다’는 설명은 주홍빈의 초능력을 설득하기엔 한참 부족하다. 심심한 재벌 2세 드라마에 초능력이라는 조미료를 쳐 쉽게 맛을 내려던 것은 아닌지 의심이 든다. 외모부터 집안에 학력에 능력까지 갖출 건 다 갖춰 무적에 가까운 재벌 2세가 이젠 초능력까지 가져야 하는 건가.

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아이언맨#초능력#에이전트 오브 쉴드#슈퍼히어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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