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병합 원천무효” 성명 주도… 日 사카모토 교수 별세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0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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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차 세계대전 이후 일본의 평화주의 연구를 선도한 사카모토 요시카즈(坂本義和·사진) 도쿄대 명예교수(국제정치학)가 2일 심부전증으로 도쿄 도내 한 병원에서 별세했다. 향년 87세.

도쿄대 법학부를 나온 고인은 일본 반핵·평화주의의 이론적 기둥으로 활약하며 평화 사상의 정착에 이바지했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도쿄대 조교수 시절이던 1959년 진보 잡지인 세카이(世界)에 발표한 ‘중립 일본의 방위구상’에서 일본의 중립화와 유엔 경찰군의 일본 주둔을 주장해 주목을 모았다. 방위비를 국민총생산(GNP)의 1% 이내로 억제하자고 주장했고 1996년 하시모토 류타로(橋本龍太郞) 당시 일본 총리에게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에 정식 사죄와 보상도 요구했다.

2001년에는 극우 역사관을 교육현장에 접목하려던 ‘새 역사 교과서를 만드는 모임’의 교과서를 검정에서 불합격시킬 것을 정부에 요구하는 성명 발표를 주도했다. 일본의 한국 강제병합 100년을 맞은 2010년에는 한일 지식인 213명(한국 109명, 일본 104명)이 한일병합조약은 ‘원천 무효’라는 내용의 공동 성명을 발표하는 데 참여했다.

2010년 서울에서 열린 한 포럼에서 그는 “지난 20세기 일본의 국가주의가 조선과 중국의 국가주의를 무력으로 제압해 동아시아 지역의 파괴자 구실을 했다. 지금은 동아시아 국가 모두 국가주의에 매여 있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도쿄=배극인 특파원 bae2150@donga.com
#사카모토 요시카즈#별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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