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 “2008년 訪北때 푸대접… 일반호텔 묵어”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0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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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엔 김정일 면담 2차례나 거절 당해”
회고록서 ‘북핵협상’ 상세히 밝혀

“북측은 우리(미국) 대표단에게 특별 대우를 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전과 달리 미 군용기를 이용할 수도 없었다. 영빈관 대신 일본인이 운영하는 상업 호텔에서 자야 했다.”

2005년 2월부터 4년 동안 북핵 6자회담 미국 측 수석대표를 맡았던 크리스토퍼 힐 전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덴버대 학장)는 7일 발간된 회고록에서 북핵 불능화 검증의정서 합의를 위해 2008년 10월 평양을 방문했던 당시 쌀쌀했던 북측 분위기를 이렇게 묘사했다. 한미일 3국은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검증 참여와 북한의 과거 핵개발 활동을 추적할 수 있는 ‘시료 채취’를 의정서에 포함할 것을 요구했으나 북한은 합의에 없는 내용이라며 반대했었다.

그는 ‘전진기지(Outpost): 미국 외교 최전선의 삶’이라는 제목의 회고록에서 “북한은 검증의정서에 대해 진지하지 않았고 우리(미국)는 이미 드러난 것만 보여주겠다는 북한 측의 제의를 받아들일 수 없었다”고 협상 결렬 이유를 밝혔다.

힐은 결국 빈손으로 비무장지대(DMZ)를 걸어 내려왔다. 판문점 북측에 운집한 중국인 관광객들과 조우해야 하는 수모도 겪어야 했다. 그는 한국으로 귀환한 뒤 라이스 장관에게 전화를 걸어 “결렬시켜야 되겠다”고 보고했고 라이스 장관은 “당신은 최선을 다했다”고 대답했다.

힐은 회고록에서 북한이 2008년 5월 방북한 성 김 국무부 한국과장(현 주한 미 대사)에게 영변 원자로의 가동 일지를 전달하고 6월 영변 원자로 냉각탑을 폭파한 것은 ‘외교의 성공’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2007년 11월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친서를 들고 방북했을 때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만나게 해 달라고 두 차례나 요청했다가 거절당한 일화도 소개했다.

워싱턴=신석호 kyle@donga.com·이승헌 특파원
#북핵협상#미국#크리스토퍼 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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