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김상환]IAEA도 인정한 ‘경주 방폐장 안전성’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0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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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환 한국터널지하공간학회장 호서대 토목공학과 교수
김상환 한국터널지하공간학회장 호서대 토목공학과 교수
의학에서 환자의 심리 상태에 따라 완치 여부가 결정된다는 보고가 있다. ‘노시보 효과(nocebo effect)’는 아무리 좋은 약을 먹더라도 환자가 그 효과를 의심하면 치료되지 않는 현상을 말한다.

실제로 이런 일이 있었다. 원양어선의 냉동 창고에 선원 한 사람이 갇혀 사망했다. 부검 결과 저체온증이었다. 창고의 벽에는 ‘점점 추워진다, 숨쉬기가 힘들다’라는 글씨가 쓰여 있었다. 선원이 얼마나 절망하고 있었는지 알게 해주는 글이었다. 하지만 이 모든 게 심리에 의한 사망이라는 소견이 나왔다. 사실 그 냉동 창고는 고장으로 작동하지 않는 상태였다. 창고 안 온도는 19도로 외부보다 높았다. 선원이 얼어 죽을 것이란 생각에 사로잡히는 바람에 정상적인 기온임에도 불구하고 저체온증으로 사망한 것이다.

우리는 인류역사 속에서 화려한 성공 뒤에는 노시보적인 소수의 시민들이 불편한 오해를 만들고 진실이 가려지는 경우를 숱하게 보아왔다. 지금도 담뱃값 인상, 원자력, 자유무역협정(FTA)에 이르기까지 국가정책에 대한 괴담이 인터넷,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언론을 통해 확산되면서 불필요한 사회적 갈등을 초래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경주 방폐장에 대해 대한민국 지하 건설역사에서 또 하나의 이정표를 남긴, 세계 어디에 내놔도 손색이 없는 우수한 구조물이라고 평가한다. 하지만 일부 반대론자들은 공사가 끝난 이 시점까지도 안전성을 의심하고 있다. 방폐장 건설에 참여한 수많은 전문가들과 기술자들은 ‘적절하지 않은 부지에 위험한 시설을 건설한 것들’로 매도당하고 있다.

국민들은 불안하기 짝이 없다. 물론 반대론자의 주장에도 일리가 있고, 귀를 기울여야 한다. 그래서 당국은 국내 전문가는 물론 외국 전문가들에게 여섯 차례 검증을 받았다. 필자도 경주시민들의 요청으로 검증작업에 참여했다. 결론은 ‘안전하다’는 것이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 등의 외국 전문가들은 중저준위 방폐장에 과도한 투자를 했다고 말할 정도다.

우리는 방사선과 함께 살고 있다. 자연에서 나오는 생활방사선부터 암 치료에 쓰이는 의료용, 연구용, 원자력발전에 이르기까지 방사선은 우리 생활 속에 들어와 있다. 방사성폐기물은 계속 발생할 것이고,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건설한 것이 경주 중저준위 방폐장이다.

아무리 좋은 약을 먹더라도 환자가 그 효과를 의심하면 치료되지 않는다는 노시보 효과는 인간을 파멸에 이르게 할 수도 있다고 한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긍정과 믿음을 바탕으로 약이 없어도 병이 치료되는 ‘플라시보 효과(placebo effect)’의 바이러스가 아닐까.

김상환 한국터널지하공간학회장 호서대 토목공학과 교수
#심리 상태#경주 방폐장#건설#안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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