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北, 인천 방문 사흘 만에 ‘NLL 도발’ 본색 드러냈나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0월 8일 03시 00분


북한 경비정 1척이 어제 오전 연평도 부근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약 900m 침범해 2009년 11월 대청해전 이후 5년 만에 남북 간 교전이 벌어졌다. 북 경비정이 경고통신과 경고사격을 한 우리 유도탄고속함을 향해 수십 발의 기관포를 쐈고 우리 군도 90여 발의 대응사격을 했다. 모처럼 조성된 남북대화 무드에 찬물을 끼얹은 심각한 도발이다. 황병서 인민군 총정치국장 등 북 실세 3명이 4일 아시아경기대회 폐막식 참석차 인천을 다녀간 지 불과 사흘 만에 벌어진 이번 사태에 대해 정부는 북에 엄중히 따지고 책임을 물어야 한다.

북의 2인자로 꼽히는 황 총정치국장은 정홍원 국무총리를 만났을 때 “이번에 좁은 오솔길을 냈는데 앞으로 대통로로 열어가자”고 말했다. 북 군부도 남북관계 개선을 지지한다는 뜻으로 해석됐지만 이번 도발을 보니 발언의 진정성이 의심스럽다. 마침 그가 인천을 찾은 날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NLL 포기 발언 논란이 있었던 김정일과의 10·4공동선언 7주년이었다. NLL 무력화를 끊임없이 기도했던 북이 이번엔 우리 군과 정부의 반응을 떠봤을 가능성이 크다.

국방부는 국정감사 자료에서 “북한은 2015년을 통일대전 완성의 해로 선포하고 실전적 전술훈련과 전력증강을 통해 전면전 준비 활동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정은이 올해 신년사에서 남북관계 개선 의사를 표명한 뒤 지휘관 회의를 열어 통일대전에 만반의 준비를 다하도록 지시했다는 설이 뜬소문은 아닌 듯하다. 북은 올해만 20차례에 걸쳐 단거리 미사일과 로켓 269발을 발사하는 등 군사 훈련을 부쩍 강화했다. 핵을 결코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도 여러 차례 선언했다. 북의 대화 몸짓을 선의로만 해석해선 안 되는 이유다.

북 실세들의 방한 배경과 의도에 대해 국내외에서 다양한 분석이 나오고 있지만 정작 북은 단 한마디도 하지 않고 있다. 북 매체도 아시아경기대회 결과만 부각시킬 뿐 고위급 접촉에 대해선 침묵했다. 이런 상황에선 이르면 이달 말 2차 고위급 회담이 다시 열린들 북이 과연 화해를 촉진하는 긍정적인 카드를 내놓을지 알 수 없다. 말이 아니라 행동을 보고 판단해야 하는 상대가 북이다. 정부는 남북관계 개선에 대한 기대가 클수록 안보 면에선 보다 치밀하게 대처해야 한다.
#북한#NLL#교전#대응사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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