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물품 횡령 김기웅 전 감독, 기량 미달 조카까지 대표 선발

  • 스포츠동아
  • 입력 2014년 10월 8일 06시 40분


선수 선발·육성 시스템이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으니, 수준급 선수가 나올 리 없다. 전 여자역도대표팀 김기웅(53) 감독은 대표 선발 과정을 쥐락펴락했고, 심지어 실력이 모자란 자신의 조카를 태릉으로 불러들이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기록과 랭킹 위주의 투명한 대표선발 기준이 정착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스포츠동아DB
선수 선발·육성 시스템이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으니, 수준급 선수가 나올 리 없다. 전 여자역도대표팀 김기웅(53) 감독은 대표 선발 과정을 쥐락펴락했고, 심지어 실력이 모자란 자신의 조카를 태릉으로 불러들이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기록과 랭킹 위주의 투명한 대표선발 기준이 정착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스포츠동아DB
■ AG최악 성적 한국 역도…이번엔 대표팀 선발 투명성 문제 파문

시즌랭킹 1위 선수 제외 논란 일자 발탁
선수 결원 땐 김 감독이 재추천 악순환
랭킹 위주 명확한 기준 정립 우선돼야


한국역도는 2014인천아시안게임에서 은메달 1개, 동메달 1개에 그쳤다. 특히 여자역도는 단 한 개의 메달도 목에 걸지 못하며 참패했다. 이는 한국의 아시안게임 출전 사상 최악의 성적표다. 일부 지도자들의 선수 물품 횡령·갈취, 파벌 권력의 전횡 등으로 인해 이미 이번 아시안게임 이전부터 선수들의 사기는 바닥을 쳤다. 특히 국가대표선수 선발의 불공정성은 역도계의 오랜 병폐 중 하나다. 대표 선발의 투명성이 확보되지 않는 이상 향후 국제대회에서도 고전을 면치 못할 것이란 지적이 나오고 있다.

● 시즌 랭킹 1위도 대표에서 제외?

역도는 승부가 명확하게 가려지는 기록경기다. 중량과 순위에는 주관이 개입될 여지가 없다. 대한역도연맹은 매년 12월 홈페이지 자료실을 통해 체급별 랭킹을 발표하고 있다. 이 랭킹이 대표 선발의 제1기준이 되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2013년 여자부 모 체급 랭킹 1위 A선수는 최초로 나온 2014년 대표 명단에서 제외됐다. 부상을 당한 상황도 아니었다. 역도 관계자들 사이에선 뒷얘기가 무성했다. 대한역도연맹은 논란이 일자 다시 A선수의 이름을 대표 명단에 넣었다. 역도 관계자는 “만약 대한역도연맹의 기준이 명확했다면, 왜 A선수가 제외됐는지를 설명했을 것이다. 논란이 됐다고 해서 대표팀에 넣은 것 자체가 처음부터 선수 선발 과정이 공정하지 않았음을 대변한다”고 주장했다.

● 여자대표팀 감독의 조카까지 태극마크?

대한역도연맹은 “경기력향상위원회에서 기록과 장래성을 기준으로 대표선수를 뽑고 상임이사회의 승인을 거친다”고 설명한다. 경기력향상위원회에는 대표팀 감독이 당연직으로 포함된다. 특히 전임 류원기(영남제분 회장) 회장 취임 이후에는 대표팀 감독에게 선수 선발에 많은 권한을 주는 형태였다. 다수의 관계자들에 따르면, 선수 물품 횡령·갈취 의혹을 받고 있는 김기웅(53·경기도체육회) 전 여자대표팀 감독은 이 과정에서 자신의 입김을 행사했다. 소속팀 선수 또는 스카우트 예정 선수 등을 애매한 실력임에도 불구하고 대표팀에 발탁한 것이다. 심지어 태극마크를 달기에 능력이 한참 모자란 자신의 조카를 ‘유망주’라는 명목으로 태릉선수촌에 넣은 적도 있다. 대표팀 내부에선 공공연한 비밀이었다. 이런 식으로 대표팀이 운영되자, 선수를 보내고 싶지 않은 소속팀 지도자들도 적지 않았다. 선수들이 대표로 발탁되고도 태릉에 들어가지 않아 결원이 생기면, 그 인원은 또 다시 김 전 감독이 추천하는 악순환이 반복됐다.

● 랭킹 위주의 투명한 대표 선발 방식 도입 시급

현재 역도대표팀은 남자 16명(8체급), 여자 14명(7체급) 등 총 30여명으로 구성된다. 대표선수 선발의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해선 무엇보다 랭킹 위주의 명확한 기준 정립이 시급하다. 대표 출신의 모 선수는 “정말 뛰어난 유망주의 대표팀 발탁은 물론 인정할 수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는 고등학교 랭킹에서도 1위가 아닌 선수가 태릉에 들어온 경우가 있었다. 대표팀 내에 유망주가 너무 많아지면, 서로간의 긴장감이 사라진다. 체급별로 랭킹 1·2위 선수를 위주로 선발하는 게 가장 공정한 것 같다. 둘 사이의 경쟁체제가 자리 잡을 수 있다”고 밝혔다. 한 베테랑 지도자는 “유망주의 경우, 선발은 신중하게 하되 기회는 1년 이상 충분히 보장해야 한다. 유망주라고 대표팀에 뽑아놓고 한두 대회에서 성과가 나오지 않았다고 해서 바로 내보내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전영희 기자 setupman@donga.com 트위터 @setupman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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