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2015 V리그 팀별 전력분석] 박철우 없는 삼성화재…김명진 성장에 V8 달렸다

  • 스포츠동아
  • 입력 2014년 10월 8일 06시 40분


7년 연속 챔피언. 2013∼2014 프로배구 V-리그 챔피언결정전에서 현대캐피탈을 꺾고 정상에 오른 삼성화재 선수들이 함께 모여 기뻐하고 있다. 스포츠동아DB
7년 연속 챔피언. 2013∼2014 프로배구 V-리그 챔피언결정전에서 현대캐피탈을 꺾고 정상에 오른 삼성화재 선수들이 함께 모여 기뻐하고 있다. 스포츠동아DB
1. 8시즌 연속 우승 노리는 삼성화재

삼성화재 신치용 감독은 몇 년 전부터 위기론을 얘기했다. “지금 정상에 있지만 한 발 뒤로 물러서면 낭떠러지다. 여기서 버티지 않으면 다시 올라오기는 몇 배나 힘들다”며 선수들을 다그쳤다. 우승의 기쁨은 순간이었다. 7시즌 연속 우승의 대가로 7년간 신인 드래프트 최하위 순번이었다. 우승을 해봤기에 더 큰 고민이 필요했다. 지난 시즌까지는 우여곡절 속에서 정상을 지켰다. 많은 사람들은 그래서 “이번에도 또 삼성화재가 우승할 것”이라고 믿는다. 반면 신 감독은 “1995년 삼성화재 창단감독이 된 이래 이번이 가장 힘든 시즌이 될 것”이라고 말한다. “박철우가 군에 입대하면 팀 역사상 처음으로 국가대표가 없는 삼성화재가 될 것이다. 우리 팀의 미래와 현실을 보여준다”고 신 감독은 얘기하지만 “그래도 삼성화재의 신치용은∼”이라는 기대감도 존재한다.

인천AG 금메달 무산…박철우, 23일 군 입대
대체 멤버 김명진 경쟁력 확보가 최우선 과제
고준용·류윤식·레오 ‘라이트 전환’ 최후 카드

리베로 이강주·백업 세터 황동일 활약도 기대

● 인천아시안게임의 최대 피해자는 삼성화재?

2014인천아시안게임 한국-일본의 준결승전이 끝난 다음 날이었다. 신 감독은 이례적으로 미팅을 했다. “이제 방법이 없다. 죽어라고 훈련하는 것 밖에는 없다”고 했다. 대표팀에 차출됐던 박철우는 10월23일 군 입대통지서를 받아들었다. 금메달이 마지막 기회였기에 혼신을 다했지만 이란과의 결승전을 해보지도 못하고 일본과의 준결승전에서 무너졌다. 그 경기를 현장에서 지켜봤던 신치용 감독은 마침내 준비해뒀던 플랜 B, C, D를 꺼내들었다.

2013∼2014 시즌 챔피언결정전 우승 다음 날부터 마음속으로 준비는 해왔다. 박철우가 빠졌을 경우 대타를 누구로 할지였다. 항상 최악의 상황을 가정해놓고 그 대책을 세워가는 감독은 3가지 방안을 가지고 시즌을 대비했다.

● 설악산 지옥훈련…“군입대 박철우의 공백을 메워라”

비시즌 동안 설악산을 2번이나 탔다. 오색약수터에서 대청봉 정상을 밟고 설악동으로 내려오는 산악훈련은 삼성화재가 해마다 하는 행사다. 이번에도 낙오자는 없었다. 지태환이 역대 팀 최고기록을 세웠다. 2시간40분대였다. 고준용도 개인 최고기록이었다. 강한 체력훈련으로 선수들의 상체는 더 탄탄해졌고 검게 그을렸다. 새벽∼오전∼오후∼야간으로 이어지는 훈련도 여전하다. 오전 6시 기상, 몸무게를 재고 밤 10시 휴대전화를 반납하고 11시에 취침하는 반복된 생활은 프로, 실업 통산 16차례 우승을 차지한 삼성화재 배구의 바탕이다.

박철우가 없는 동안 2년차 김명진에게 라이트의 공백을 맡겼다. 루키 시즌이었던 지난해 박철우의 손바닥 부상 때 대타 역할을 잘했던 김명진의 성장에 큰 기대를 걸었다. 그러나 토종선수로서 MVP를 받았던 박철우와 드래프트 2라운드 7순위 김명진은 그릇이 달랐다. 프로무대 경험의 차이도 컸다. 공격은 그럭저럭 메운다 치더라도 가장 고민스러운 부분은 블로킹이었다. 중국 전지훈련 동안 눈에 띄게 드러난 것이 블로킹이었다.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첫 번째 대비책은 그래도 김명진이다. 경기경험을 통해 경쟁력을 높이는 것을 정답으로 꼽는다. 만일 해결이 되지 않을 경우 레프트 고준용과 류윤식의 라이트 전환을 준비해왔다. 공격 스타일로 봤을 때는 고준용이 더 적합하지만 류윤식의 블로킹 능력을 감안한다면 그 계획도 나쁘지 않다. 이 카드는 지금 당장 전환이 가능하다. 만지작거리고 있던 또 다른 카드가 레오의 라이트 전환이다. 공격능력을 최대한 높이면서 고준용 류윤식의 리시브 능력을 모두 살리는 방안이다. 코칭스태프와 상의한 뒤 최종 방안을 결정한다.

이번 시즌 삼성화재의 운명은 1∼2라운드에서 결정할 것이다. 박철우는 2경기를 뛴 뒤 23일 군에 입대한다. 그 뒤 어떤 성적을 올리느냐가 중요하다. 새로운 라이트로 치르는 1∼2라운드 성적이 좋을 경우 삼성화재는 버티면서 봄 배구의 희망을 찾을 것이다. 지난 시즌에 비해 늘어난 경기일정(6라운드 팀당 총 36경기)은 삼성화재에 불리하지 않은 조건이다. “긴 레이스 일정은 몸관리를 잘하는 팀에 유리하다. 우리는 생활관리가 가능하다”고 했다. 선수층이 얇아서 부상은 위험한 변수다. 유리 같은 몸의 류윤식이 부상 없이 긴 시즌을 잘 버텨주느냐가 중요하다.

● 키 플레이어는 이강주와 김명진 그리고 황동일

그동안 삼성화재 배구의 모토는 버티는 배구였다. 힘으로 상대를 압도할 능력이 없었기에 오래 버티면서 상대가 스스로 무너지기를 기다렸다. 버티는 힘은 리시브와 연결에서 나왔다. 짜임새 있는 수비와 리시브, 어느 각도에서건 2단으로 에이스에서 올려줘서 반격하고 득점하는 능력은 삼성화재가 자랑하는 확률배구의 키워드였다.

그러나 지난 시즌 수비와 리시브가 유난히 흔들렸다. 리베로 여오현과 윙리시버 석진욱의 공백이 컸다. FA영입 선수 이강주는 여오현의 그늘에서 힘들어했다. 수비불안으로 3라운드까지 고전한 이유였다. 결국 4라운드 직전 대한항공과의 트레이드를 통해 류윤식을 영입하면서 한숨을 돌렸다. 흔들리던 이강주는 챔피언결정전 2차전부터 50%가 넘는 서브리시브 성공률로 우승을 안겼다. 그래서 신 감독은 이번 시즌 키 플레이어로 이강주의 리시브를 꼽았다. “김명진과 두 사람이 운명을 쥐고 있다. 강주가 리시브에서 제 몫만 해주면 쉽게 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 챔프전 뒤 소원대로 감독의 품에 안겨 우승의 기쁨을 만끽했던 이강주는 요즘도 감독으로부터 가장 많은 지적을 받는다. ”여오현 선배와의 비교는 생각지도 않는다. 선배는 클래스가 다르다. 감독님의 기대를 채울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리베로는 동료들에게 믿음을 줘야 한다. 혹시 내가 실수를 하더라도 흔들리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 이번 시즌에도 우승한 뒤 감독님에게 또 안기겠다“고 했다.

유광우의 뒤를 받쳐줄 세터 황동일의 역할도 중요하다. 발목이상으로 항상 위험요소를 안고 있는 유광우의 만일을 대비한 황동일이 어느 정도 활약을 하느냐가 궁금하다. 3번의 유니폼을 갈아입은 황동일은 이번 시즌 뒤 군에 입대한다. “세터로서의 자질은 좋다. 잘 할 때와 못할 때 감정의 기복이 크다는 점만 보완하면 된다”고 감독은 말한다. 공격본능이 빼어나 가끔은 공격에도 참가하지만 중요한 역할은 역시 배급이다. 만일 황동일이 세터로서 그동안의 기대에 맞는 역할을 해준다면 또 다른 ’신의 한 수‘가 될 것이다.

신치용 감독. 스포츠동아DB
신치용 감독. 스포츠동아DB

■ 삼성화재 신치용 감독의 각오

“이기는 배구, 확률의 배구 하겠다”

한때 꼴찌를 하고 리그를 3위로 마친 뒤 우승했던 2010∼2011 시즌에는 광저우아시안게임을 위해 오랫동안 팀을 떠나 있었고 석진욱의 부상공백이 있었지만 다시 선수들을 훈련시키면 바닥에서라도 올라간다는 믿음이 있었다. 지금은 선수구성의 문제라 더 어렵다. 확신이 서지 않는다. 삼성화재 감독을 맡은 지 20년이 되는 올해가 가장 어려울 것 같다. 그렇지만 감독은 변명이 필요 없는 자리다. 선수에게도 변명의 여지를 줘서는 안 된다. 무슨 일이 있더라도 우승을 위해 간다. 화려함 보다는 이기기 위한 배구를 하고 그 방법을 찾아낼 것이다. 기억보다는 기록과 통계를 믿고 플레이의 모양보다는 결과를 중요하게 여기는 확률의 배구를 하겠다.



김종건 전문기자 marco@donga.com 트위터@kimjongke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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