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환경이 녹록지 않았던 전남 신안군의 작은 섬 임자도가 ‘정보통신기술(ICT) 섬’으로 탈바꿈했다. 신안군 한 초등학교 교사가 지난해 KT의 사회공헌단체 IT서포터즈에 보낸 편지가 시작이었다. KT는 7일 오전 임자도를 ‘1호 기가 아일랜드’로 선포했다. 기가(Giga)급 속도의 인터넷과 정보통신기술을 이용해 교육 문화 의료 등 다양한 영역에서 지역주민 생활을 지원하는 지역 활성화 프로젝트다.
○ 마음 편히 떠나는 가족여행
젓갈과 양파가 유명한 임자도는 1800여 가구가 거주하는 작은 섬. 1004개의 크고 작은 섬으로 이뤄져 ‘천사(1004)섬’으로도 불린다. 다만 광주광역시에서 차로 1시간 반, 배로 15여 분을 더 가야 하는 외진 곳에 위치한 탓에 의료, 교육 등에서는 소외될 수밖에 없었다. 신안군 고길호 군수는 “인터넷 인프라와 정보통신기술이 소외 지역의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임자도에서 약 3300m² 규모의 농사를 짓고 있는 나욱주 씨(35)는 한글날인 9일 온 가족이 부산 여행을 떠날 준비 중이다. 나 씨는 “기가 아일랜드 선정 뒤 제공된 농가 ICT 솔루션 덕분에 비닐하우스에 복합 환경제어 시스템을 적용했고 내외부 모니터링과 원격 제어가 가능해졌다”며 “여행지에서 스마트폰으로 비닐하우스를 관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 “육지보다 ICT 수준이 높은 스마트섬”
1호 기가 아일랜드는 5월 황창규 KT 회장이 기가인터넷을 기반으로 모든 사물이 연결되고 산업 간 융합이 이뤄지는 기가토피아(Gigatopia) 시대를 열겠다고 선언한 뒤 첫 번째 성과다.
KT는 5개월간 임자도 사전조사를 통해 교육 문화 의료 경제 에너지 등 5개 부문에서 필수 서비스를 선정했다. 임자도를 기가인터넷 기반 스마트섬으로 바꾸는 주요 사업을 결정한 것이다. KT는 신안군과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뒤 한 달여 동안 본격적 기가 아일랜드 프로젝트를 민관 합동으로 진행했다.
지역 격차가 큰 교육 부문에서는 ‘KT 드림스쿨 멘토링 시스템’을 마련했다. 서울시 및 전남교육청과 협력해 임자도 학생들과 18개국 외국인 유학생을 멘토-멘티로 엮어 언어 지도 및 문화 교류를 진행한다. 나 씨의 딸 나연지 양(10)은 매주 금요일 오후 6시면 화상통화로 영어 교육을 받는다. 나 씨는 “딸이 외국인과 직접 이야기를 나누고 영어를 배우는 일은 상상도 못했던 일”이라며 “섬이라는 지역적 한계를 겪지 않게 키울 수 있어 기쁘다”고 말했다.
“기가 아이랜드는 KT 철학 담긴 프로젝트”
마을회관에는 ‘기가 사랑방’을 꾸몄다. 초고해상도(UHD) TV와 화상회의 시스템을 구축해 주민이 원격으로 영화 음악 콘텐츠를 즐길 수 있다. KT 측은 “기가사랑방은 임자도의 문화공간을 담당하며 주민들 삶의 질을 높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에너지 자립과 효율화를 위해서 마을회관에 태양광 시스템과 실시간 모니터링 시설도 설치했다. 이 밖에 보건소 간호사들이 지역 노인들의 건강 관리를 쉽게 할 수 있는 ‘요닥 서비스’도 제공된다.
KT 최영익 CR지원실장은 “투자비용은 4억여 원에 불과하지만 그에 따른 효과는 돈으로 환산할 수 없을 정도”라며 “기가 아일랜드는 KT의 미래 전략과 철학이 담긴 프로젝트”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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