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통의 편지가 외딴섬을 ‘기가토피아’로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0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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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전남 신안 임자도에 ‘1호 기가 아일랜드’ 구축

KT는 7일 전남 신안군 임자도를 ‘1호 기가 아일랜드’로 선포했다. 왼쪽 사진은 이날 임자 보건소에서 KT 사내 봉사 모임인 ‘IT서포터즈’와 의료진이 주민들에게 휴대용 자가진단 소변분석기로 진단한 건강 상태를 설명하는 모습. 오른쪽 사진은 임자도 주민들이 스마트기기로 비닐하우스의 농작물들을 원격 관리하는 모습이다. KT 제공
KT는 7일 전남 신안군 임자도를 ‘1호 기가 아일랜드’로 선포했다. 왼쪽 사진은 이날 임자 보건소에서 KT 사내 봉사 모임인 ‘IT서포터즈’와 의료진이 주민들에게 휴대용 자가진단 소변분석기로 진단한 건강 상태를 설명하는 모습. 오른쪽 사진은 임자도 주민들이 스마트기기로 비닐하우스의 농작물들을 원격 관리하는 모습이다. KT 제공
‘우리 섬마을 아이들도 IT 교육을 받게 해주세요.’

인터넷 환경이 녹록지 않았던 전남 신안군의 작은 섬 임자도가 ‘정보통신기술(ICT) 섬’으로 탈바꿈했다. 신안군 한 초등학교 교사가 지난해 KT의 사회공헌단체 IT서포터즈에 보낸 편지가 시작이었다. KT는 7일 오전 임자도를 ‘1호 기가 아일랜드’로 선포했다. 기가(Giga)급 속도의 인터넷과 정보통신기술을 이용해 교육 문화 의료 등 다양한 영역에서 지역주민 생활을 지원하는 지역 활성화 프로젝트다.

○ 마음 편히 떠나는 가족여행

젓갈과 양파가 유명한 임자도는 1800여 가구가 거주하는 작은 섬. 1004개의 크고 작은 섬으로 이뤄져 ‘천사(1004)섬’으로도 불린다. 다만 광주광역시에서 차로 1시간 반, 배로 15여 분을 더 가야 하는 외진 곳에 위치한 탓에 의료, 교육 등에서는 소외될 수밖에 없었다. 신안군 고길호 군수는 “인터넷 인프라와 정보통신기술이 소외 지역의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임자도에서 약 3300m² 규모의 농사를 짓고 있는 나욱주 씨(35)는 한글날인 9일 온 가족이 부산 여행을 떠날 준비 중이다. 나 씨는 “기가 아일랜드 선정 뒤 제공된 농가 ICT 솔루션 덕분에 비닐하우스에 복합 환경제어 시스템을 적용했고 내외부 모니터링과 원격 제어가 가능해졌다”며 “여행지에서 스마트폰으로 비닐하우스를 관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 “육지보다 ICT 수준이 높은 스마트섬”


1호 기가 아일랜드는 5월 황창규 KT 회장이 기가인터넷을 기반으로 모든 사물이 연결되고 산업 간 융합이 이뤄지는 기가토피아(Gigatopia) 시대를 열겠다고 선언한 뒤 첫 번째 성과다.

KT는 5개월간 임자도 사전조사를 통해 교육 문화 의료 경제 에너지 등 5개 부문에서 필수 서비스를 선정했다. 임자도를 기가인터넷 기반 스마트섬으로 바꾸는 주요 사업을 결정한 것이다. KT는 신안군과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뒤 한 달여 동안 본격적 기가 아일랜드 프로젝트를 민관 합동으로 진행했다.

지역 격차가 큰 교육 부문에서는 ‘KT 드림스쿨 멘토링 시스템’을 마련했다. 서울시 및 전남교육청과 협력해 임자도 학생들과 18개국 외국인 유학생을 멘토-멘티로 엮어 언어 지도 및 문화 교류를 진행한다. 나 씨의 딸 나연지 양(10)은 매주 금요일 오후 6시면 화상통화로 영어 교육을 받는다. 나 씨는 “딸이 외국인과 직접 이야기를 나누고 영어를 배우는 일은 상상도 못했던 일”이라며 “섬이라는 지역적 한계를 겪지 않게 키울 수 있어 기쁘다”고 말했다.

“기가 아이랜드는 KT 철학 담긴 프로젝트”

마을회관에는 ‘기가 사랑방’을 꾸몄다. 초고해상도(UHD) TV와 화상회의 시스템을 구축해 주민이 원격으로 영화 음악 콘텐츠를 즐길 수 있다. KT 측은 “기가사랑방은 임자도의 문화공간을 담당하며 주민들 삶의 질을 높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에너지 자립과 효율화를 위해서 마을회관에 태양광 시스템과 실시간 모니터링 시설도 설치했다. 이 밖에 보건소 간호사들이 지역 노인들의 건강 관리를 쉽게 할 수 있는 ‘요닥 서비스’도 제공된다.

KT 최영익 CR지원실장은 “투자비용은 4억여 원에 불과하지만 그에 따른 효과는 돈으로 환산할 수 없을 정도”라며 “기가 아일랜드는 KT의 미래 전략과 철학이 담긴 프로젝트”라고 말했다.

신안=서동일 기자 dong@donga.com
#KT#임자도#기가 아일랜드#기가토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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