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작별]우리 곁으로 다가온 장묘공원, 피크닉 같은 성묘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0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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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달 9월은 이장과 묘소·수의 준비의 최적기
찾아가기 쉽고 다양한 시설 갖춘 공원형 묘원 인기

가을 하늘이 높고 푸르다. 길고 무더운 여름 동안, 뿌연 하늘을 보면서 이제 우리나라의 하늘은 저렇게 회색빛으로 고정된 것인가 싶기도 했는데, 계절이 바뀌면서 전형적 가을하늘이 드러나고 있다.

그리운 사람들이 더욱 그리워지는 계절. 그리운 분들의 얼굴이 뭉게구름에 포개진다. 이맘 때면 대개 추석이 있다. 고향을 찾고, 가족을 만나고, 조상을 추억하는 시간. 올해는 유난히 이른 추석으로 이미 한 달이나 지나버려 의미가 퇴색되었지만 마침 24일이면 윤달 9월이 시작된다. 윤달은 ‘하늘의 땅과 신이 사람들에 대한 감시를 쉬는 기간으로 그때는 불경스러운 행동도 신의 벌을 피할 수 있다“고 널리 알려져 있는 기간. 그래서 세간에서는 이 기간에 이장(移葬)을 하거나 수의(壽衣)를 하는 풍습이 있다. 이 푸른 계절이, 우리의 삶을 돌아보고, 조상의 은덕에 대해 생각해 보는 시간이 될 듯하다.

60년 만의 ‘청마의 해’ 이장과 가족묘 선택 최적기

올해는 60년 만에 돌아오는 갑오년 ‘청마의 해’. 윤달(9월)은 10월 24일부터 11월 21일까지로 집안에서 상례와 관련해 여러 가지 행사를 준비하는 사람들이 많다.

양력과 음력의 날짜 차이를 보완하기 위해 만들어진 윤달은 양력의 1년이 365.24일이고, 음력의 한 달은 29.53일인 것을 보정하는 장치다. 음력 열두 달이 양력보다 약 11일 짧은데, 이를 맞추려면 3년에 한 달, 8년에 석 달의 윤달이 필요하게 된다. 그래서 대체로 19년에 7개월의 윤달을 두는 방식(19년7윤법)으로 윤달을 배치한다.

윤달은 망자들을 위한 행사를 하기 적당한 것으로 인식되고 있다. 그래서 조상의 음택을 더 좋은 곳으로 이장하거나, 자신과 부모님의 장례를 미리 준비하기 위해 수의를 만들어 놓는다. 마침 올해는 가을이 한창인 10월에 있는 윤9월. 이장과 묘소 준비, 수의 마련의 적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전통 매장묘를 이장할 때는 보통 봉안당이나 봉안묘에 안치하는 방법을 택한다. 하지만 비교적 복잡하게 느껴지는 봉안당에 유골을 안치하는 데 거부감이 있는 가족에게는 가족봉안묘도 인기다.

장례문화가 조금씩 바뀌고 있다


좁은 국토에 많은 사람, 묘지가 부족한 것이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게다가 분주한 일상과 핵가족화, 해외 거주 등 현실적 한계 등등, 매장보다 화장과 유골 안치가 주요한 장례문화로 자리잡아 가고 있다.

과거 공동묘지의 기억을 갖고 있는 사람들에게 성묘는 험하고 귀찮은 일이기 쉽다. 게다가 아이들까지 있는 경우라면, 가고 싶어하지 않는 가족을 편한 마음으로 동행하기 쉽지 않다. 그런 것을 감안해 점점 분위기 좋은 공원 묘원들이 인기를 얻고 있다. 게다가 다양한 편의시설을 갖추고 있어 나들이를 겸해 성묘를 할 수 있는 곳들도 생겨나고 있다.

가족봉안묘처럼 10∼30위의 유골을 안치할 수 있는가 하면, 화장한 유골을 목함에 담아 땅속에 매장하는 형태로 고인이 자연 속으로 돌아가는 자연장 같은 장묘 형태도 공원묘원에서 가능하다.

또 그동안 많은 유가족들의 불만사항이었던 불친절한 장례식장, 음식 한 가지 준비부터 화장에 이르는 전 과정에 끼어들어 있는 바가지 상혼들을 토털 장례서비스로 해결해 주는 곳도 있다. 장사의 한 과정이 아니라 유가족과 같은 마음으로 정성껏 치르는 장례 서비스가 자리잡아 가고 있는 것이다.

온 가족이 소풍가듯 즐겨찾는 공원묘원. 예래원 제공
온 가족이 소풍가듯 즐겨찾는 공원묘원. 예래원 제공
공원묘원, 공동묘지의 대변

서울에서 가까운 거리, 미니골프장과 축구장, 낚시 체험장이 있는 공원묘원? 언뜻 들으면 무슨 휴가시설 같다. 동두천 중앙역에서 대중교통을 통해 접근할 수 있는 예래원이다. 가족공원을 지향하고 있다. 곳곳에 피크닉 테이블까지 마련해 가족들이 쉬면서 음식을 먹고 담소를 나누기 적합하다.

물론 깔끔하게 정리된 묘역과 세련된 서비스는 기본. 전체 환경을 어느 공원시설과 견주어도 뒤지지 않는 품격있는 곳으로 꾸몄다. 힘든 성묫길을 싫어하는 아이들에게도 인기 만점. 당연히 가장의 걱정을 덜어주는 고마운 곳이다.

게다가 고객들을 위한 문화행사까지 마련했다. 매주 문화체험행사를 여는가 하면, 추석에는 연주회를 열기도 한다. 늘 조상과 더불어 지낼 수 있게 하고, 성묘가 자연스러운 가족행사가 될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세심함이 돋보인다.

경기 안성에 있는 유토피아추모관은 아름다운 풍광과 세련된 시설, 봉안당 수목장 등 다양한 시설을 자랑한다. 예배와 제사를 드릴 수 있는 예식실에는 영상시스템도 장착했다. 첨단시설을 통해 새로운 세대와 교감하고 미래의 장례문화를 선도한다는 생각으로 자부심을 갖고 장례서비스를 진행하고 있다.

서울 강남에서 30분이면 도착할 수 있는 양주의 운경공원도 편리한 접근성과 아름다운 환경, 다양한 봉안방식, 인근의 유원지 등으로 인기 있는 이장 후보지다. 올해로 44주년을 맞으면서 끊임없이 시도해온 개선을 통해 이제 유족들에게 꼭 필요한 것들을 실현해 가고 있다.

장례문화 개선을 기치로 내세운 곳도 있다. 추모공원 하늘문의 경우, 아예 하우엔딩이라는 브랜드를 만들어 상조서비스를 제공한다. 합리적 가격, 비용의 2% 기부, 사회적 약자에 대한 무료장례서비스 등 우리 사회의 장례문화를 바꾸는 데 앞장서고 있는 것이다.

최윤호 기자 uknow@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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