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검찰이 못 밝힌 유병언 비호세력, 특검이 규명해야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0월 7일 03시 00분


검찰이 어제 세월호 참사의 최종 수사결과를 발표하고 그동안 제기됐던 14가지 의혹이 근거가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이날 발표의 무게는 수사 성과보다는 의혹 해소 쪽에 실려 있었다. 유언비어 수준의 의혹들이 나돌아 우리 사회를 극심한 갈등과 혼란 속으로 몰아갔기 때문일 것이다.

세월호 참사 이후 시중에 제기됐던 미군 잠수함 충돌설, 좌초설, 폭침설은 모두 사실무근으로 확인됐다고 검찰은 밝혔다. 세월호에서 나온 국가정보원의 보안 규정 문건에 대해서는 국가 비상사태 때 국가 보유로 바뀌는 다른 여객선이나 선박들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골프채 50억 원어치 정관계 로비설’ 역시 근거가 없었다고 발표했다. 청해진해운의 실소유주 유병언 전 회장의 사돈인 모 의료재단 이사장과 그가 골프채를 구입했다는 골프용품 수입업체까지 조사했지만 그가 구입한 골프용품은 3000만 원 상당에 불과했다고 한다.

골프채 로비설이 나돈 것은 검찰이 유 씨를 비호해온 정관계 세력에 대한 수사를 제대로 못한 탓도 크다. 유 씨 일가는 오대양 사건 이후 부채를 탕감받고 ‘유병언 왕국’을 재건했다. 정관계 인사들의 비호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다. 5공 때부터 정치권 인사와 인연을 맺고 사업을 키워온 유 씨의 전력으로 미뤄볼 때 검찰이 밝혀내지 못했을 뿐 비호 세력의 실체가 없지 않을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도 7월 말 “유 씨의 재산 형성은 비호 세력의 도움 없이는 가능하지 않았다고 본다”며 철저한 수사를 요구한 바 있다. 검찰 수사의 미흡함을 비판하지 않을 수 없다.

검찰은 배후 세력을 밝혀내는 수사를 계속하겠다고 밝혔으나 강한 의지가 엿보이지 않는다. 검찰이 배후 세력을 밝혀내는 일이나, 해양수산부 고위 간부가 연루된 ‘해피아 비리’에서 손놓고 있다가는 낭패를 볼 수 있다. 앞으로 수사를 이어받게 될 특검이 새로운 사실을 밝혀내면 검찰의 위상은 더 추락하게 된다. 검찰은 비호 세력 수사에 더 적극성을 보여야 한다. 아울러 특검은 세월호 참사 당일 ‘대통령의 7시간 행적’ 같은 정쟁적 사안에 집중하기보다는 검찰 수사의 미흡한 부분을 철저하게 검증할 필요가 있다.

세월호 참사는 유병언 일가의 탐욕, 세월호의 무리한 증축과 화물 과적, 해경의 구조 부실, 비리를 눈감아준 해운 당국, 3등 항해사의 운항 미숙 등이 겹쳐 발생한 인재(人災)였다. 세월호 선원들에 대한 재판에서도 생존 승객과 해경, 어민, 해양전문가들이 같은 내용을 증언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은 세월호와 관련해 ‘89가지 의혹’, 새정치민주연합 정청래 의원은 ‘110가지 의혹과 진실’이라는 자료집까지 냈다. 세월호 참사는 많은 학생이 숨졌다는 점에서 비극적이다. 하지만 선박 침몰 사고라는 본질이 변할 수는 없다. 일부 세력이 세월호 진상 규명을 반정부 투쟁이나 정쟁 차원으로 몰고 가면 오히려 진상 규명에 방해가 될 뿐이다. 검찰 수사의 미흡한 부분을 채울 특검과 진상조사위의 조사가 남아있다.
#세월호#수사결과#의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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