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윤종의 쫄깃 클래식感]커피와 함께 유럽에 전해진 ‘터키 행진곡’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0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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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세기 터키 군악대의 모습을 그린 그림. 동아일보DB
17세기 터키 군악대의 모습을 그린 그림. 동아일보DB
지난달 27일 헝가리의 국립 세체니 도서관에서 모차르트가 쓴 피아노소나타 11번 악보가 발견됐습니다. ‘터키 행진곡’이라는 제목으로 친숙한 작품입니다. 대작곡가들의 자필 악보가 해묵은 종이 뭉치 속에서 발견되는 것은 종종 있는 일입니다만, 또 다른 궁금증이 일어납니다. 왜 ‘터키’ 행진곡일까요?

모차르트뿐 아니라 슈베르트와 베토벤도 터키 행진곡을 썼습니다. 모두 <♪♬♪♪>이 반복되는 리듬 패턴이 특징입니다. 터키가 무대인 모차르트의 오페라 ‘후궁탈출’도 이 리듬으로 화려하게 막을 내립니다. 그런데 눈에 띄는 부분이 있습니다. 슈베르트, 베토벤, 모차르트 모두 오스트리아 수도 빈에서 활동한 음악가들입니다. 이유가 있을 듯합니다.

1683년 오스만튀르크 제국의 군대가 빈 바로 앞까지 진격했습니다. 두 달간의 공방 끝에 오스트리아군은 가까스로 터키군을 몰아냈습니다. 이 과정에서 몇 가지 터키 문화가 유럽인에게 전해졌습니다. 우선, 터키군은 오스트리아인들이 본 적 없는 ‘콩’이 들어 있는 자루를 곳곳에 버려두고 떠났습니다. 동방 무역의 경험이 있던 한 상인이 이 콩을 볶아 음료를 만들어 팔았습니다. 이것이 유럽에 커피가 전해진 첫 경로입니다.

한편 두 달간의 대치 동안 오스트리아 군인들은 터키 군대 음악에도 주목했고, 큰북과 트라이앵글, 심벌즈가 곁들여진 흥겨운 리듬에 매력을 느꼈습니다. 음악가 출신의 군인들은 터키 군대가 물러간 뒤 터키의 음악을 재현해 보고자 시도했습니다. 이들이 연주한 터키풍 음악은 다음 세기에도 살아남아 빈의 고전 낭만주의 대가들에게까지 영향을 미친 것입니다.

물론 오늘날 터키인들이 빈의 ‘터키 행진곡’을 듣고 터키음악 같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특히 터키를 비롯한 이슬람권 여러 지역이 단음계의 7음(솔)을 반음 올리는 특징을 갖고 있고, 여기 흥겨운 리듬이 동반되어야 강한 ‘이슬람 느낌’이 들게 되죠. 개그를 곁들인 콘서트로 알려진 피아니스트 주형기와 바이올리니스트 알렉세이 이구데스만은 종종 모차르트의 터키 행진곡을 터키식 음계로 바꿔 연주하고, 유튜브에도 영상을 올렸습니다. 독자들도 찾아서 들어보시면 흥미를 느끼실 듯합니다.

유윤종 gustav@donga.com
#터키 행진곡#후궁탈출#커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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