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 대신 배트… 신부님들 사랑의 ‘다문화 홈런’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0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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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주교 ‘사제야구단’ 9일 연예인팀과 경기 앞두고 맹훈련

서울 인천 의정부 광주 등 4개 교구 신부들로 구성된 야구단. 이들은 6일 인천의 한 야구경기장에 모여 9일 열릴 연예인 야구단과의 경기에 대비해 맹훈련을 했다. 신부들이 연습 후 승리를 다짐하는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인천=김미옥 기자 salt@donga.com
서울 인천 의정부 광주 등 4개 교구 신부들로 구성된 야구단. 이들은 6일 인천의 한 야구경기장에 모여 9일 열릴 연예인 야구단과의 경기에 대비해 맹훈련을 했다. 신부들이 연습 후 승리를 다짐하는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인천=김미옥 기자 salt@donga.com
“주교님, 직구로 던져 주세요.” “2루타야 2루타, 홈으로 뛰어!”

6일 인천 신흥동의 한 야구경기장. 야구 연습에 한창 열을 올리고 있는 이들은 천주교 서울·인천·의정부·광주 교구 소속 신부 32명이었다. 사제복 대신 야구복을 입고 경기장을 누비는 이들의 모습은 성당에서의 느긋하고 여유롭던 이미지와는 사뭇 달랐다. 날아오는 공을 배트로 받아 칠 땐 거침이 없었고, 홈으로 뛰어오는 발걸음에선 땀 냄새가 물씬 풍겼다.

이 사제들은 9일 인천 문학경기장에서 배우 오지호, 개그맨 이봉원 등 한스타 연예인 야구팀과 가질 한판 승부를 앞두고 맹연습 중이었다.

외부 팀과는 거의 경기를 하지 않고 자체 경기를 주로 하던 이들은 이 경기를 위해 4개 교구의 야구단에서 각 8명씩 차출해 연합 팀을 꾸렸다. 원래 연예인 야구단은 5월에 경기를 제안했는데, 당시는 세월호 사고가 일어난 지 얼마 안 돼 시기적으로 적절하지 않다고 보고 연기했다. 특히 이번엔 소외받고 가난한 이들에 대한 사랑을 몸소 보여준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한을 기념해 다문화가족 5000여 명을 초대해 무료로 관람케 할 예정이다.

야구단 단장인 인천교구 정신철 총대리 보좌주교는 “한국 사회의 가장 큰 문제 중 하나는 다문화가정을 소외시키며 분리하는 것”이라며 “이번 경기는 다문화가정과 더불어 살아야 한다는 인식을 공유하고자 마련했다”고 말했다.

이번 행사는 신부들이 야구 경기를 통해 소외된 다문화가정을 감싸 안으려는 사목 활동의 일환이라는 설명이었다.

신부들은 야구단의 사령탑인 의정부교구 소속 이정훈 신부(54)의 지휘 아래 이날 오후 1시부터 6시까지 장장 5시간에 걸쳐 기량을 점검했다.

이 신부는 경기 당일 마운드에 오를 투수와 4번 타자 선정에 고심 중이라고 털어놓았다. 이 신부는 “투수와 타자들의 실력이 엇비슷해서 경기 당일 컨디션을 보고 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특히 50세인 정 주교는 이날 마운드에 올라 타자들의 배팅 연습을 위해 쉴 새 없이 공을 던졌다. 인천교구 야구단에서 투수로 활약할 만큼 실력이 뛰어나고 야구 사랑도 넘친다는 것.

신부 야구단은 수비 연습에 더 정성을 쏟았다. 야구 선수 출신인 인천교구청 사무장이 치는 공을 내야수가 받아내는 ‘펑고’ 훈련을 반복했다. 인천교구청 소속 박유양 신부는 “우린 승리에 집착하지 않는다”며 “팀원 간 호흡이 중요한 수비에 집중하고 있다”며 웃었다.

인천=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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