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대구 일그러진 기초의원들 도마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0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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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서구의회 허시영 운영위원장, 열다섯 살 많은 간부공무원에 발길질
북구선 의장얼굴에 주먹질 의원도 일부 언행에 ‘의회무용론’까지 나와

대구지역 일부 기초의회 의원의 삐뚤어진 언행이 비난을 사고 있다. 특히 달서구 의회는 ‘무용론’이 나올 정도로 지탄을 받는다.

달서구의회는 17일 윤리위원회를 열어 운영위원장인 허시영 의원(41·무소속)을 징계할 방침이다. 허 의원은 최근 자신보다 열다섯 살 많은 50대 간부 공무원의 정강이를 걷어찬 사실이 드러나 물의를 빚고 있다.

달서구의회는 지난달 중순 의원 24명과 공무원 10명이 타 시도 의회 견학을 위해 전남 무안군을 방문했다. 일정을 끝낸 뒤 저녁 식사를 마치고 20여 명은 버스를 타고, 나머지 10여 명은 30분 정도 국도를 걸어 숙소에 도착했다. 버스에 빈 자리가 있었지만 산책을 겸해 걸었다. 숙소에 먼저 도착한 허 의원은 박모 의회전문위원(56·사무관)에게 다가가 “왜 보고 없이 의원님과 국도를 걸어왔느냐”며 발로 왼쪽 정강이를 걷어찼다. 박 전문위원은 정강이에 큰 멍이 들었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 대구경북본부 달서구지부는 성명을 내고 허 의원의 사퇴를 촉구했다. 권재원 지부장은 “허 의원이 집행부를 향해 발길질을 한 것과 마찬가지다. 동료들이 있을 수 없는 치욕적인 굴욕감에 정신적 충격과 고통을 받고 있다”고 비난했다. 달서구의 한 주무관은 “공무원들에게 군림하는 시대착오적 행태”라며 “이런 의회가 지자체 발전에 무슨 도움이 되겠느냐”고 말했다. 허 의원은 최근 본회의에서 “묵묵히 일하는 구청 직원들에게 상처를 줘서 사과한다”고 말했지만 사퇴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달서구 노조 관계자는 “의회가 합당한 처분을 하지 않으면 허 의원 지역구에서 1인 시위를 벌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달서구의회의 볼썽사나운 일은 끊이지 않고 있다. 올해 3월 대구지법 제1행정부는 동료 의원의 성추행 의혹을 제기해 물의를 일으켰던 김철규 전 의장이 달서구의회를 상대로 낸 불신임 의결 취소 청구 소송을 기각했다. 재판부는 “원고는 동료 의원의 명예를 훼손했다. 불신임 의결의 정당성은 적법하다”고 밝혔다.

김 전 의장은 지난해 8월 동료 의원이 식당에서 구청 여직원을 껴안는 등 성추행했다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냈다. 당사자인 서재령 의원은 김 전 의장을 명예훼손 등의 혐의로 경찰에 고소했다. 의회 안팎에서는 두 의원이 지역 영향력을 높이겠다는 욕심 때문에 마찰을 빚는다는 뒷말이 많았다. 2012년 11월 북구의회에서는 당시 운영위원장이 의장의 얼굴을 주먹으로 때린 사건이 벌어졌다. 같은 지역 출신인 두 의원은 경쟁 관계로 갈등을 빚었다. 2010년 11월 대구 중구의회 모 의원은 술을 마시다 구청 간부에게 주먹을 휘둘러 경찰이 출동했다. 같은 달 중구의회 의장실에서는 통장 선발을 놓고 의원끼리 찻잔을 집어던지는 등 다툼을 벌였다. 한 구청 간부는 “기본 자질이 의심되는 구의원의 행태가 지자체 이미지까지 훼손하고 있다. 구의회를 존속시킬 필요가 있느냐는 민원이 잇따르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장영훈 기자 j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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