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회장이 주도한 윤활기유 사업, SK에 새로운 ‘날개’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0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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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루브리컨츠, 글로벌시장 3위 업체로 도약
남은 원유서 정제해 만든 윤활기유… 고부가가치 정유사업으로 꼽혀
세계 3곳서 하루 7만800배럴 생산

SK루브리컨츠가 렙솔과 합작해 만든 스페인 카르타헤나 윤활기유 공장 전경. SK이노베이션 제공
SK루브리컨츠가 렙솔과 합작해 만든 스페인 카르타헤나 윤활기유 공장 전경. SK이노베이션 제공
SK그룹의 윤활유 및 윤활기유 전문업체인 SK루브리컨츠가 세계 3위 윤활기유 업체로 뛰어올랐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진두지휘해 성사된 글로벌 에너지업체 렙솔과의 합작사업인 스페인 카르타헤나 지역 윤활기유 공장이 6일 상업생산을 시작하면서다. 이번 생산으로 SK루브리컨츠는 울산, 인도네시아, 스페인에서 하루 총 7만800배럴(연 350만 t)의 윤활기유를 생산하게 됐다. 엑손모빌(하루 12만1300배럴), 셸(9만3000배럴)에 이어 3위다.

○ 렙솔과 7 대 3 비율로 합작 성공

카르타헤나 윤활기유 공장은 고급 윤활기유인 ‘그룹 Ⅲ’를 하루 1만3300배럴(연 63만 t) 생산할 수 있는 공장이다. SK루브리컨츠와 렙솔이 7 대 3 비율로 합작사를 설립하고 총 3억3000만 유로(약 4700억 원)를 투자해 만들었다. 렙솔은 원료를 제공하고 SK루브리컨츠가 생산과 판매, 마케팅 등을 맡는다. 여기서 생산된 윤활기유는 SK루브리컨츠 브랜드인 ‘유베이스’ 이름을 달고 판매된다.

윤활기유는 남은 원유를 한 번 더 짜내 만든 고부가가치 상품이다. 원유를 정제할 때 휘발유, 경유 등이 나오고 나면 미전환유(UCO·unconverted oil)가 남는다. 통상 아스팔트에 쓰지만 이를 한 번 더 정제하면 윤활기유가 나온다. 윤활기유에 산화방지제, 점도지수향상제, 내마모제 등 첨가제를 넣으면 자동차, 선박, 기계 등에 쓰는 윤활유가 만들어진다.

이 중 그룹Ⅲ는 질소와 황 함유량이 낮아 환경 규제가 강한 유럽이 최대 시장으로 꼽힌다. 이미 그룹Ⅲ 시장 세계 1위(하루 생산량 4만7185배럴)인 SK루브리컨츠는 스페인 공장을 통해 유럽에서 윤활기유 생산, 판매 교두보를 확보하게 됐다.

○ 최태원 회장의 ‘글로벌 파트너링’ 결과물

윤활기유 사업은 최 회장이 추진해 온 ‘글로벌 파트너링’ 전략의 결실이다. 글로벌 파트너링은 단독 투자로 인해 예상되는 위험 부담을 줄이면서 외국 기업과의 파트너십을 통해 현지 합작 공장을 건설하는 전략이다.

최 회장은 2011년 안토니오 브루파우 렙솔 회장을 직접 만나 스페인에 고급 윤활기유 합작공장을 건설하는 내용의 의향서를 체결했다. 당시 최 회장은 “고급 윤활기유 분야에서 진정한 글로벌 강자로 올라서기 위해서는 국내뿐 아니라 해외 주요 전략 지역에도 생산기지를 구축해야 한다”며 사업을 진두지휘했다.

2008년 상업생산을 시작한 인도네시아 두마이 윤활기유 공장도 최 회장의 작품이다. SK㈜ 실무진은 2000년대 초 인도네시아 정유사들과 협상을 진행했으나 진척이 없었다. 최 회장은 2005년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회담에 수실로 밤방 유도요노 인도네시아 대통령이 참석한다는 소식을 듣고 확정되지도 않은 면담을 위해 부산으로 내려갔다. 다음 해 SK는 인도네시아 국영기업 페르타미나와 합작법인 설립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SK루브리컨츠 관계자는 “세계적으로 환경 규제가 강화되고 연료소비효율 향상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고급 윤활기유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며 “최고경영층이 직접 해외 파트너사를 찾아 발로 뛴 결과 글로벌 생산기지를 구축하게 됐다”고 말했다.

○ 정유업계, 윤활기유 잇달아 진출

정제마진 축소와 환율 하락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정유사들은 윤활기유를 통해 돌파구를 찾고 있다. 국내 윤활기유 시장은 2조5000억 원 규모로 추산된다. 현대오일뱅크는 셸과 함께 6 대 4 비율로 합작한 현대쉘베이스오일을 통해 지난달 충남 대산에 하루 생산량 1만3000배럴의 윤활기유 공장을 준공했다. GS칼텍스는 2007년 윤활기유 생산을 시작한 뒤 두 차례 증설을 통해 하루 생산량 2만6000배럴의 윤활기유를 생산하고 있다.

1976년 설립 당시부터 윤활기유 사업에 뛰어든 에쓰오일은 하루 4만2700배럴의 생산능력을 보유해 생산량 기준 세계 5위다.

강유현 기자 yhkang@donga.com
#최태원#SK#윤활기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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