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꽃쇼에 드러난 시민의식 ‘민낯’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0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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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경꾼 탄 배 뒤집히고… 쓰레기-불법주차 몸살
여의도 불꽃축제 얌체족들 ‘눈살’

서울세계불꽃축제가 열린 4일 오후 6시경 서울 강서구 마곡철교 상류 200m 지점에서 13명이 탄 12인승 요트가 전복됐다. 승객들이 왔다 갔다 하는 도중 요트가 균형을 잃어 발생한 사고였다. 11명은 인근을 지나던 소형 어선에 구조됐고(왼쪽) 성인 2명은 뒤집힌 배 위에서 구조대를 기다리고 있다. 서울지방경찰청 제공
서울세계불꽃축제가 열린 4일 오후 6시경 서울 강서구 마곡철교 상류 200m 지점에서 13명이 탄 12인승 요트가 전복됐다. 승객들이 왔다 갔다 하는 도중 요트가 균형을 잃어 발생한 사고였다. 11명은 인근을 지나던 소형 어선에 구조됐고(왼쪽) 성인 2명은 뒤집힌 배 위에서 구조대를 기다리고 있다. 서울지방경찰청 제공
4일 오후 올해로 12회를 맞은 서울세계불꽃축제가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한강공원에서 열렸다.

영국, 이탈리아, 중국, 한국 등 총 4개국 대표 연화팀이 쏴 올린 11만여 발의 불꽃이 가을 밤하늘을 수놓은 것과 달리 지상에선 각종 사고 및 교통 체증, 쓰레기로 몸살을 앓았다. 1년에 한 번 열리는 큰 축제에 매년 100여만 명의 시민들이 여의도 일대에 모이지만 매번 지적되는 시민의식 결여는 여전했다.

특히 이날은 불꽃축제를 좀 더 가까이서 보기 위해 한강에 배를 띄웠다가 사고를 당한 사람들이 많았다. 인명 피해는 없었으나 자칫 잘못하면 큰 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었던 상황에서 시민들의 ‘안전 불감증’이 또 한 번 지적됐다.

짓밟힌 억새밭 한강공원은 4일 불꽃을 찍기 위한 아마추어 사진동호회 회원들로 북적였다. 좋은 촬영 포인트를 찾기 위해 공원 내 조성된 억새를 발로 눕히고 삼각대를 설치하는 이들도 더러 있어 시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짓밟힌 억새밭 한강공원은 4일 불꽃을 찍기 위한 아마추어 사진동호회 회원들로 북적였다. 좋은 촬영 포인트를 찾기 위해 공원 내 조성된 억새를 발로 눕히고 삼각대를 설치하는 이들도 더러 있어 시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이날 오후 6시경 서울 강서구 마곡철교 상류 200m 지점 한강에서 배모 씨(40) 등 성인 11명과 어린이 2명 등이 타고 있던 12인승 요트가 불꽃축제 관람 도중 뒤집혔다. 다행히 다친 사람이나 병원으로 옮겨진 사람은 없었다. 배 씨 등은 경찰 조사에서 “사람들이 요트 위에서 왔다 갔다 하는 도중 요트가 균형을 잃고 순식간에 전복됐다”고 진술했다.

오후 7시 50분경에는 서울 용산구 한강철교 북단에서 김모 씨(51)가 소유하고 있는 소형보트가 침수되고 있는 것을 경찰 순찰정이 발견해 구조했다. 보트에 타고 있던 성인 6명과 어린이 4명 등 10명은 보트 뒤쪽이 물에 가라앉고 있는 것을 확인하지 못한 채 하늘만 바라보고 있었다.

오후 9시 반경에는 축제를 보고 돌아가던 소형 보트가 서울 마포구 성산대교 인근에서 엔진 고장으로 표류하는 사고가 발생해 경찰에 의해 구조됐다.

경찰은 “사고가 난 배들이 정원을 초과해 탑승객을 태웠는지, 안전 의무를 지켰는지 등을 면밀히 조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날 서울의 간선도로들은 극심한 정체를 빚었다. 올림픽대로, 강변북로, 원효대교, 서강대교 등 인근 도로를 주행하다 차를 멈추고 도로에서 불꽃놀이를 구경하는 ‘얌체족’들이 정체의 주범이었다.

축제가 끝난 현장은 쓰레기로 몸살을 앓았다. 지난해 축제가 끝나고 시민들이 버리고 간 쓰레기는 20여만 t. 올해도 자원봉사자들과 환경미화원들은 축제 다음 날인 5일 오전까지 쓰레기를 치워야 했다.

박성진 기자 psjin@donga.com
#불꽃쇼#시민의식#불꽃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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