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지르르함보다 내실… 아시아 건축물 약진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0월 6일 03시 00분


코멘트

싱가포르 세계건축페스티벌
베트남 복합문화시설 ‘더 채플’ 대상 ‘올해의 건축물’에 선정

싱가포르에서 열린 제7회 세계건축페스티벌 대상 수상작인 베트남 a21스튜디오의 문화시설 ‘더 채플’. 간명하고 세련된 구조와 디테일로 격변하는 현대 도시의 공간이 지향할 만한 균형점을 제시했다. WAF 제공
싱가포르에서 열린 제7회 세계건축페스티벌 대상 수상작인 베트남 a21스튜디오의 문화시설 ‘더 채플’. 간명하고 세련된 구조와 디테일로 격변하는 현대 도시의 공간이 지향할 만한 균형점을 제시했다. WAF 제공
2014년의 세계 건축계는 화려한 외양보다 소박한 실용의 가치를 높이 샀다. 싱가포르 마리나베이샌즈 호텔에서 3일 막을 내린 제7회 세계건축페스티벌(WAF)에서 베트남 설계사무소 a21스튜디오의 복합문화시설 ‘더 채플’이 대상인 ‘올해의 건축물’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호찌민 시 외곽 신시가지 200m² 임대부지의 단출한 철골 건물이 자하 하디드, 노먼 포스터 등 유명 건축가들이 내놓은 웅장한 신작을 밀어낸 것. CNN방송은 “세계 최대의 국제 건축디자인 경연대회에서 베트남, 중국, 말레이시아 등 아시아 국가가 놀랄 만한 약진을 보였다”고 전했다.

올해 WAF에서는 50개 나라에서 온 200여 개 설계사무소가 사무시설, 주택, 호텔, 학교 등 27개 부문에서 사흘간 경쟁 프레젠테이션을 벌였다. 각 부문 최고상을 가린 뒤 심사위원 76명의 논의로 대상 수상작을 뽑았다.

‘더 채플’은 경량 철골과 철판을 주재료로 사용해 시공 기간과 비용을 절감했다. 나뭇가지 모양으로 만든 내력기둥 하나에 전체 하중을 집중시켜 공간의 분위기와 효용을 함께 살렸다.

베트남 설계업체 보트롱응이아 아키텍츠도 레저 등 3개 부문 최고상을 받아 아시아권 강세를 확인했다. 중국 사무소 네리앤드후는 ‘다세대주택 다시 생각하기(Rethinking the Split House)’라는 주제의 리노베이션 프로젝트로 ‘새것과 옛것(New and Old)’ 부문을 수상해 눈길을 끌었다. 이들은 1930년대 상하이에 세워진 다세대주택 곳곳의 벽체를 간유리로 바꿔 전통적 동선(動線)을 유지하면서 건물 내 사적 공간과 공공 영역의 관계를 흥미롭게 재구성했다.

문화시설 부문 수상작인 덴마크 해양박물관. 폐쇄된 선창을 개조한 지하 건축물이다. WAF 제공
문화시설 부문 수상작인 덴마크 해양박물관. 폐쇄된 선창을 개조한 지하 건축물이다. WAF 제공
자하 하디드의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가 유력한 수상 후보로 물망에 올랐던 문화시설 부문에서는 비야르케 잉엘스 그룹의 덴마크 해양박물관이 최고상을 차지했다. 항만이 폐쇄된 뒤 흉물로 취급돼 온 옛 선창을 지하전시실로 바꿨다. 옛 국가주력산업의 잔해를 살려 ‘햄릿’의 배경인 크론보르 고성(古城)의 경관에 새로운 역사적 의미를 이어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
#싱가포르 세계건축페스티벌#베트남 a21스튜디오#더 채플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