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南-北 터놓고 담판할 계기 마련… 5·24조치 등 간극 좁히기가 관건”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0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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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파구 北실세 3인 전격방문]남북관계 전문가 평가

“북한 김정은 체제의 건재함을 과시하기 위한 것이다.”

북한 권력 실세 3인방이 4일 인천아시아경기대회 폐막식에 맞춰 전격 방문한 것에 대해 전문가들은 이 같은 평가를 많이 했다. 조영기 고려대 교수(북한학과)는 “북한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가 잠행에 들어가면서 그동안 건강 이상설, 북한 정변설 등의 소문이 파다했는데 실세 3명이 동시에 남한에 내려오면서 이를 일거에 잠재우는 효과를 거뒀다”고 말했다.

○ 남북 모두 실리 취득


전문가들은 북한이 이번 전격 방문을 통해 △남북관계 개선 돌파구 마련 △대외적인 체제의 안정성 선전 △내부 민심 결집 등의 효과를 거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장용석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선임연구원은 “김 제1비서가 강조해온 스포츠 분야의 성과를 대내외에 과시하는 한편 남북관계 개선의 공을 남한에 던진 모양새가 됐다”고 지적했다. 박형중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북한이 한국과 터놓고 얘기하며 크게 담판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고 말했다.

우리 정부도 적지 않은 성과를 거뒀다는 평가가 나온다. 박인휘 이화여대 교수(국제대학원)는 “박근혜 정부가 올해 통일대박, 드레스덴 구상, 8·15 경축사, 유엔 총회 연설 등을 통해 한 발씩 내디디면서 북한의 최고위급 인사를 결국 협상장에 끌어들였다는 점은 성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박근혜 대통령 면담이 불발된 것을 두고선 북한이 애초부터 면담에 뜻이 없었다는 관측이 우세했지만 박 대통령이 섣부르게 이들의 예방을 받는 것도 격에 맞지 않다는 지적도 나왔다. 유호열 고려대 교수(북한학과)는 “갑작스러운 방문에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대통령을 비롯해 고위급 인사가 총출동한다면 북한에 잘못된 메시지를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 남북관계 긍정론과 신중론 엇갈려


10월 말에서 11월 초 사이에 2차 남북 고위급 접촉이 열릴 예정이지만 향후 남북관계의 개선 여부에 대해선 전망이 엇갈렸다. 고유환 동국대 교수(북한학과)는 “2차 접촉을 통해 금강산 관광 재개, 5·24 조치 해제와 같은 실질적인 성과가 나오고 민감한 군사적 문제를 뒤로 미루는 형태로 합의가 이뤄진다면 남북관계가 복원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면 김영수 서강대 교수(정치학)는 “실무적인 부분에서 양측의 간극을 얼마나 줄이는지가 관건이다. 지금은 낙관도 비관도 할 수 없다”며 신중한 입장을 취했다.

북한이 대외관계에서도 적극성을 띨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다. 윤덕민 국립외교원장은 “북한은 핵과 인권문제로 국제사회에서 고립이 심화되고 있고, 북-중 관계도 최악의 상황”이라며 “남북관계 개선을 통해 국제사회의 포위망을 완화시키려 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과거 김정일 전 국방위원장처럼 한반도 비핵화를 하겠다는 입장을 명확히 해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김 제1비서를 만날 수 있다”며 “북-중 관계가 쉽지 않은 만큼 북한은 당분간 러시아와 일본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손영일 scud2007@donga.com·홍정수 기자
#북한 실세 3인 방문#남북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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