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순덕 칼럼]김현은 친노·486의 맨얼굴인가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0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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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역기피 위해 自害하고도 “손가락을 버렸다”던 이광재
“大義 위해선 거짓말도 하고 도덕성도 버릴 수 있다” 운동권 출신 친노·486 논리
독재정권보다 더 수구·독재적… 그들이 정통야당 망치고 있다

김순덕 논설실장
김순덕 논설실장
“용서를 구하기도 이해를 구하기도 어려운 일입니다.” 2005년 당시 노무현 대통령의 최측근이었던 이광재 의원이 홈페이지에 글을 올렸다.

병역 기피를 위해 제 손으로 오른쪽 검지를 잘랐다는 논란이 들끓던 때였다. 사과문 같지만 찬찬히 읽어보면 그는 잘못한 게 없다. “1986년 제 나이 21세 때 저는 스스로 손가락을 버렸다”고 했을 뿐, 자해(自害) 사실은 교묘하게 감추고 있다. 오히려 “80년대 시대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제 손가락만을 이야기하는 것은 무의미한 일”이라며 사실 보도한 신문을 비판하는 투였다.

‘세월호 폭행사건’의 새정치민주연합 김현 의원을 보니, 한동안 잊고 지냈던 386(지금은 486)의 맨얼굴을 보는 느낌이다. 그는 84학번 한양대 총학생회 간부로 해병대 전우회보다 끈끈하다는 전대협(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에 속했고 노무현 정권에서 춘추관장, 2012년 문재인 대선후보 대변인을 지냈다. 사실을 사실로 인정하지 않고, 대의(大義)를 이루는 과정에서 생긴 ‘소란’쯤은 없는 셈 치는 건 9년 전 이광재나 지금 김현이나 다를 바 없다.

폭행 피해자인 대리기사와의 대질 신문에서 김현이 “반말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는 건 “손가락을 버렸다”는 이광재의 궤변과 흡사하다. 혹시 “너 내가 누군지 몰라요?”라고 존댓말을 했는지 어쨌는지는 모를 일이다. 대리기사는 “분명한 건 내가 처음 폭행당하는 시점에 (김 의원이) 바로 내 앞에 있었다는 것”이라는데도 김현처럼 “못 봤다”는 것도 아무나 못할 일이다. 이광재도 그랬다. “위장 취업해 기계를 다루다 사고로 손가락이 잘렸다”며 우리 기자와 인천 부평공장까지 간 일이 있었는데도 거짓이 밝혀진 뒤 사과 한마디 없었다.

사람이 나이가 들면 조금씩은 변하기 마련이다. 그래서 386도 486으로 업그레이드해서 불러주는 건데, 그리고 과거와 다른 사실(fact)이 드러나면 인식도 달라져야 마땅한데, 그들은 징그럽게도 변하지 않았다. 서경석 목사는 2003년 한 토론회에서 “386은 40대가 다 돼 가는 지금도 20대 때의 공동의 경험영역에서 벗어나지 못한 세대”라고 작심한 듯 꾸짖었다. 그때부터 11년이 지난 현재도 그들은 민주화투쟁을 하던 1980년대 의식에 사로잡혀 있다는 것을 김현을 보니 알겠다.

공교롭게도 새정연은 마침 당권 교체를 앞두고 계파 간 치열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나는 김현이라는 의원이 남자인지 여자인지도 몰랐지만 파고들면 들수록 486이, 친노가 다시 권력을 잡으면 위험하겠다 싶다.

무엇보다 자신들만 옳다는, 탈레반 뺨치는 뻔뻔함 때문이다. 1980년대 초반까지 운동권은 “우리를 용공 좌경으로 매도하지 말라” 구호를 외치며 속으로 웃었다. 마르크스레닌주의 공부가 기본이어서다. 486 중에서도 1986년 이후 등장한 주사파는 친북반미(親北反美)가 핵심이다. 미 제국주의와의 투쟁이 정당하다고 믿는 까닭에 그들은 개인의 도덕성을 포함한 어떤 비난에도 반성하지 않을 수 있다.

더구나 주체사상은 교리처럼 암송만 하면 되는 데다 전대협은 데모와 도피에 전국을 누벼야 했기에 선배들처럼 치열하게 공부해본 바 없다. 친노 486과 전대협 출신 의원들이 실력 없고 ‘하청 정치’만 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니 세상 바뀌는 것도 모른 채 반대만 주장하고 장외투쟁이나 하자는 것이다.

민주화투쟁 경력을 자랑하면서도 권위의식이 하늘을 찌르고, ‘패밀리’는 감싸면서도 그 밖에는 배타적인 것도 이들의 특징이다. 일찌감치 권력 맛을 본 까닭에 정권이 아니면 당권이라도 잡아야 한다는 패권의식은 강박관념 수준이다. 전대협 486이 박영선을 얼굴마담 격 원내대표로,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지지했다가 그가 당권을 노리는 듯하자 사퇴를 요구해댄 이유가 여기에 있다.

대선 때 사람 좋아 보이는 문재인을 자신들의 ‘도구’로 선택했던 ‘문재인 측’ 친노가 차츰 돌아서는 기색을 보이는 것도 패권 때문이다. 이상돈 중앙대 명예교수 영입을 시도했다니, 문재인의 판단력을 못 참게 된 모양이다. 지금의 새정연 노선보다 더 왼쪽으로 가야 할 판에 도구가 몸통을 흔드는 건 이들에게 반역이 아닐 수 없다.

젊은 날 그들이 맞섰던 신군부정권 못지않게 권위주의적이고, 지금도 공격하는 보수 정부보다 훨씬 수구꼴통적인 친노·486 본색을 김현 때문에 볼 수 있게 됐다. 새정연이 집권할 각오라면 혁신은 여기서부터 시작돼야 한다.

김순덕 논설실장 yuri@donga.com
#김현#친노#이광재#야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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