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물’ 야후, M&A 큰손으로 화려한 부활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0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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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 출신 메이어 CEO 부임후 2년 동안 42개 기업 사들여
모바일 중심 회사로 탈바꿈… 유망벤처 스냅챗 투자도 임박

‘닷컴 신화’에서 ‘퇴물’로 전락했던 미국 인터넷기업 야후가 머리사 메이어 현 최고경영자(CEO) 부임 후 2년간 40개가 넘는 기업을 인수하며 실리콘밸리의 큰손으로 떠올랐다. 거침없는 인수합병(M&A)을 통해 얻은 인재와 기술력으로 포털 서비스로 구가했던 과거 전성기 때와 전혀 다른 새로운 기업으로 변신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월스트리트저널 등 주요 외신은 4일(현지 시간) 야후가 벤처기업 ‘스냅챗’에 2000만 달러(약 212억 원)의 투자를 계획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스냅챗은 수신 메시지가 자동 삭제되는 기능을 처음 선보여 미국 젊은층으로부터 큰 인기를 끌고 있는 모바일 메신저 서비스다. 월간 사용자 수가 1억여 명에 달하고 몸값은 10조 원이 넘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페이스북의 ‘3조 원 인수 제안’을 단칼에 거절하며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번 투자는 메이어 CEO가 야후를 경영하는 지향점을 잘 보여준다. 메이어 CEO는 2012년 7월 야후를 몰락시킨 ‘주범’으로 꼽히는 구글의 부사장을 지내다 야후의 구원투수로 부임했다. 야후는 1990년대 말부터 2000년 대 초반까지 포털 서비스로 세계 인터넷의 관문 역할을 톡톡히 했지만 이후 기술과 비전 부재, 모바일 대응 실패로 추락을 거듭하고 있었다. 현재의 구글을 만든 혁신의 토대를 닦았다는 평가를 받는 메이어 CEO는 야후에 오자마자 “모바일의 거대한 물결을 넘겠다”며 대대적 변신을 시작했다.

핵심 전략은 M&A와 투자를 통한 인재와 기술 흡수다. 메이어 CEO는 “2015년까지 야후를 모바일 중심 기업으로 변신시키기 위해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인수를 늘릴 것”이라고 선언하고 공격적인 M&A에 나섰다. 2012년 10월 콘텐츠 추천 앱 서비스 ‘스탬프드’ 인수를 시작으로 2년간 수십 억 달러를 들여 총 42개 기업을 사들였다. 11억 달러(약 1조1660억 원)에 이르는 마이크로 블로깅 서비스 ‘텀블러’ 인수를 포함해 대부분 모바일이나 동영상 관련 서비스 스타트업들이다. 최근에는 유튜브의 최대 콘텐츠 공급 기업인 ‘풀스크린’을 2억5000만 달러(약 2650억 원)에 인수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기업가치가 전성기에 비해 10분의 1로 추락해 매물로까지 거론됐던 야후를 M&A 시장의 큰손으로 만든 것. 비용 마련과 사업 구조조정을 위해 메이어 CEO는 부임한 해에 전체 직원의 12%인 1700여 명을 감원하기도 했다. 야후코리아(한국지사)도 이때 없어졌다.

인터넷 업계 관계자는 “야후가 아직은 구글과 페이스북에 밀리고 있지만 의미 있는 경쟁 구도를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황태호 기자 taeho@donga.com
#야후#M&A#머리사 메이어#스냅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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