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승부…투혼…감동드라마에 울고 웃다

  • 스포츠동아
  • 입력 2014년 10월 6일 06시 40분


볼링4관왕 이나영-사격2관왕 김청용(오른쪽). 스포츠동아DB
볼링4관왕 이나영-사격2관왕 김청용(오른쪽). 스포츠동아DB
■ 굿바이! 인천AG…무엇을 남겼나

볼링4관왕 이나영 사격2관왕 김청용 등
시련 극복해낸 선수들 휴먼스토리 선사

재정부담 최소화로 곳곳 시설문제 발생
자원봉사자 등 허술한 대회운영은 오점

‘평화의 숨결, 아시아의 미래’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9월 19일 개막한 2014인천아시안게임이 보름여의 일정을 모두 마치고 4일 폐막했다. 이번 대회는 여느 종합스포츠대회와 마찬가지로 수많은 명승부, 그에 걸맞은 휴먼스토리를 낳으며 스포츠팬들에게 감동을 안겼다. 그러나 대회 운영 면에선 적잖은 아쉬움을 남겼다.

● 비인기종목 선수들의 휴먼스토리

인천아시안게임에선 총 36개 종목 경기가 펼쳐졌다. 올림픽(28종목)보다 8개나 많은 종목이 치러지고 아시아올림픽평의회(OCA) 소속 45개국이 모두 참여할 수 있도록 문호가 개방된 만큼 한국선수단의 참가 폭도 올림픽에 비해 훨씬 넓었다. 그런 면에서 이번 아시안게임도 비인기종목 선수들이 주목받을 수 있는, ‘4년에 한 번 있는’ 무대다웠다. 한국선수단에 아시안게임 사상 최초로 우슈 산타(남자 75kg급)에서 금메달을 선사한 김명진(26·대전체육회)을 비롯해 ‘볼링 4관왕’에 빛나는 이나영(28·대전시청), 17세의 나이로 사격 2관왕에 오른 김청용(흥덕고) 등 시련을 극복하고 정상에 오른 이들의 스토리는 감동을 자아냈다.

한국인에게 생소한 종목이었던 카바디와 크리켓 선수들의 분전도 빼놓을 수 없다. 비록 메달 획득과는 거리가 있었지만, 훈련공간조차 확보하기 힘든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아시안게임만을 위해 굵은 땀방울을 흘려온 선수들의 투혼은 어느 금메달리스트 못지않았다. 특히 크리켓은 인천아시안게임 이후 운영 계획이 없는 형편에서도 아마추어골프선수, 주부 배드민턴 강사 등 다양한 이력을 지닌 선수들이 모여 값진 도전을 펼쳐 갈채를 받았다.

● 저예산 대회의 한계, 평창올림픽에 대한 우려

인천아시안게임은 준비과정에서부터 ‘재정부담 최소화’를 강조했다. 이번 대회 운영비는 약 4800억원으로 2010광저우아시안게임에 비해 4분의 1 수준이다. 운영비 절감의 여파는 곳곳에서 드러났다. 세팍타크로가 열린 부천체육관은 폭우에 빗물이 새 경기가 중단됐고, 배드민턴경기장에선 갑작스러운 정전사고가 나 망신을 자초했다. 또 역도경기장은 비닐하우스를 연상시키는 임시건물로 지어 빈축을 사는 등 시설문제가 두드러졌다.

가장 심각한 부분은 통역요원 부족이었다. 대회 조직위원회는 개막을 앞두고 통역요원을 뽑았으나, 운영비를 줄이기 위해 대회 중간 이들의 신분을 자원봉사자로 바꾸고 수당을 낮췄다. 이에 통역요원들이 대거 이탈하면서 운영에 큰 차질을 빚었다. 몇몇 종목 기자회견에선 메달리스트나 기자가 해당 선수의 인터뷰를 영어로 통역하는 일도 빈번했다.

일부 자원봉사자들도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통제구역은 이들의 ‘기념사진 촬영 공간’이었다. 경기를 마친 선수들에게 자원봉사자들과의 사진촬영은 버스에 오르기 전 필수코스였을 정도다. 이들에 대한 조직위원회의 지원도 부실했다. 일부 경기장에선 날짜가 지난 도시락이 전달됐고, 늦은 시간 경기가 끝난 자원봉사자들은 사비를 털어 귀가할 수밖에 없었다.

허술한 아시안게임 운영으로 인해 2018평창동계올림픽을 향한 시선도 기대보다는 우려가 더 많아지고 있다. 평창동계올림픽은 불과 4년 앞으로 다가왔지만, 말로만 ‘성공적 개최’를 운운할 뿐 여전히 뚜렷한 방향을 잡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인천아시안게임은 평창동계올림픽 개최에 앞서 큰 교훈을 남겼다.

정지욱 기자 stop@donga.com 트위터 @stopwook15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