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 ‘3重 환율苦’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0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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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슈퍼달러에 증시 휘청 ② 엔低 가속화 수출비상 ③ 위안화마저 약세

《 미국 달러화의 추세적 강세를 뜻하는 ‘슈퍼 달러’ 현상이 우리 경제 전반에 만만찮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우선 한국 금융시장에서 외국인 투자자금이 썰물처럼 빠져나가면서 주가와 원화 가치가 크게 출렁이고 있다. 실물 부문에서는 엔저 공세가 거세다. 경제지표가 호조를 보이는 미국은 머지않아 금리를 올릴 것으로 예상되지만 일본은 여전히 부진한 경제를 띄우기 위해 추가 양적 완화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달러화 대비 엔화 가치가 계속 떨어질 것이란 뜻이다. 엔화 약세에 가속도가 붙어 내년에는 달러-엔 환율이 130엔에 이를 것이라는 관측까지 나온다. 엔화 가치의 가파른 하락은 일본과 경쟁하는 한국 기업들의 수출경쟁력을 갉아먹고 있다. 최근에는 중국 위안화 가치마저 약세를 보이면서 대중(對中) 수출에도 비상등이 켜졌다. 》
▼ 외국인자금 한국 등 신흥국서 썰물 “이달말 美FOMC가 중대 변수될 것” ▼

최근 ‘슈퍼 달러’ 현상과 외국인 자금의 이탈로 한국의 주가와 환율이 심하게 요동치고 있다. 다른 신흥국들도 마찬가지다. 올해 초 미국의 조기 출구전략 우려에 신흥시장의 경제지표들이 일제히 흔들렸던 것과 비슷한 움직임이 각국에서 관찰되고 있다. 5일 국제금융센터 등에 따르면 한국 증시에서 지난달 26일부터 이달 2일까지 5영업일 간 코스피는 2.75% 하락했다. 주요 신흥국 중에서는 아르헨티나의 주가가 지난달 26일부터 이달 3일(현지 시간)까지 6영업일 간 8.49% 폭락했고 같은 기간 브라질(―4.61%) 러시아(―5.64%) 등도 약세를 면치 못했다. 이런 현상은 외국인 투자자들이 ‘슈퍼 달러’의 영향으로 신흥국 시장에서 발을 빼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증시에서도 지난달 외국인이 4월 이후 처음으로 매도 우위를 나타냈다. 외환시장도 함께 충격을 받고 있다. 이달 2일 원-달러 환율은 1061.4원으로 열흘 전인 9월 22일에 비해 20원 이상 상승했다.

김학균 대우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이달 말 열리는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신흥국 금융시장의 향후 움직임을 좌우하는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 日업체 단가인하 본격 나설 채비 貿協 “원 - 엔 직거래 시장 개설을” ▼

최근 심화되고 있는 엔화 약세 추세가 장기화할 경우 대(對)일본 수출뿐 아니라 다른 나라로의 수출도 타격을 받을 것이란 우려가 제기됐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이 5일 발표한 ‘엔저와 우리 수출입 동향 및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대일 수출은 엔화 약세가 본격화된 2012년 이후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2012년과 2013년 전년 대비 각각 2.2%, 10.7% 줄어든 데 이어 올해도 8월까지 전년 동기 대비 4.3%가 감소한 상태다. 다만 전체 수출은 전년 대비 지난해 2.1%, 올해(1∼9월) 2.9% 증가해 엔화 약세가 다른 나라에 대한 수출에까지 직접적인 영향을 주지는 않은 것으로 분석됐다.

국제무역연구원은 “최근 심화된 엔화 약세로 일본 기업들이 본격적인 단가 인하를 단행할 경우 다른 나라로의 수출도 타격을 받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연구원 측은 “계속되는 엔화 약세에 대응하기 위해 정부 차원에서 원-엔 직거래 시장 개설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기업들도 스스로 환변동 보험에 가입하는 등 자구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 中정부, 핫머니 막으려 통화 절하… 車- 철강 - 전자 對中수출 직격탄 ▼

최근 원화 대비 엔화 가치 하락으로 국내 수출기업들이 고심하고 있는 가운데 중국 위안화 가치마저 하락해 대(對)중국 수출 감소가 우려된다는 분석이 나왔다.

5일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이 내놓은 ‘중국 위안화 환율 상승 원인과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 런민은행이 공시하는 위안-달러 환율은 6월 3일 달러당 6.1710위안까지 치솟은 이후 최근까지 0.4%대 변동성을 보이며 박스권 안에서 등락을 거듭하고 있다.

국제무역연구원은 “2005년 이후 지난해까지 달러 대비 위안화 가치가 매년 3%대 절상을 거듭하자 해외 핫머니 유입이 계속됐다”며 “이로 인해 부동산 거품, 무역통계 왜곡, 수출경쟁력 약화 등 부작용이 발생하자 중국 정부가 위안화 가치 절하를 유도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문제는 위안화 약세가 한국 수출 경제에 직격탄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실제 올 들어 위안화 가치는 절하된 반면 원화는 절상되면서 대중 수출은 큰 폭으로 줄었다. 국제무역연구원 이봉걸 연구위원은 “환율 변동에 민감한 자동차, 철강, 전자, 석유화학 등 주력업종의 대중 수출이 특히 큰 타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박민우 기자 minwoo@donga.com   
임우선 기자 imsun@donga.com
#슈퍼달러#엔화 약세#위안화 약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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