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카페]현대 - 기아車의 ‘옛스승’ 미쓰비시 - 마쓰다 추락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0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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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진·산업부
정세진·산업부
“세계 5위의 자동차업체라는 게 정말 생생하게 느껴지네요.”

2일(현지 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2014 파리 모터쇼’에 참석한 현대자동차의 한 젊은 직원은 자사의 신차 소개 현장을 지켜보며 감격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도요타나 폴크스바겐뿐 아니라 이번 모터쇼를 계기로 부활한 푸조와 시트로앵, 르노 등 프랑스의 ‘빅3’에 비해서도 현대·기아차에 적지 않은 관심이 쏠렸기 때문이다.

실제 파리 베르사유 전시장 3관에 4586m²(약 1389평) 규모로 설치된 현대·기아차의 부스는 각국의 외신과 자동차 업체 관계자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8월 말 열린 세계 3대 모터 스포츠인 세계랠리챔피언십(WRC)에서 현대차 월드랠리팀이 출전 1년여 만에 우승하면서 사용한 i20월드랠리카도 방문객들에게 주목을 끌었다.

하지만 현대·기아차가 내놓은 신차는 특별할 게 없다는 분위기였다. 현대차가 내놓은 해치백인 i20는 2008년 내놓은 차량을 유럽형으로 바꾼 정도에 불과했다.

기술경쟁력 면에서 ‘적신호’도 켜졌다. 도요타는 이번 모터쇼에서 2015년부터 수소연료전지차를 본격적으로 양산하겠다고 선언했다. 현대차가 전 세계 1위를 자처해 온 수소연료전지차 분야에 강력한 경쟁자가 등장한 것이다. 프랑스 독일 업체들은 향상된 연료소비효율과 낮은 이산화탄소 배출 차량을 앞다퉈 내놓았다. 폴크스바겐그룹에 인수된 세아트와 슈코다마저 독일의 자동차 기술을 수혈받고 유럽의 다크호스로 떠올랐다는 분위기가 역력했다. 폴크스바겐의 엔진을 사용하는 슈코다의 신차인 파비아는 유럽 연비 기준으로 L당 약 28km를 달린다. 이런 차들은 현대·기아차의 주력시장인 중소형·중저가 시장이 주요 타깃이다.

현대·기아차 전시장 맞은편에는 일본 자동차업체인 미쓰비시와 마쓰다의 부스가 별다른 관심을 받지 못한 채 초라하게 있었다. 과거 현대차는 미쓰비시의 엔진을 사용해 포니(1975년)와 스텔라(1982년) 엑셀(1985년)을 만들었다. 기아차 역시 1974년 마쓰다의 패밀리아를 기초로 브리사를 만들면서 승용차 기술을 축척했다. 한때 현대·기아차의 스승 격이었던 일본 업체들이 글로벌 자동차 업계의 빠른 흐름을 따라가지 못하면서 결국 2류로 밀려나고 있다. 현대·기아차도 위기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면 일본 업체들처럼 언제든지 추락할 수 있다는 반면교사로 삼을 만한 현장이었다.

이번 모터쇼에 참석한 현대차 직원이 화려하게 조명 받는 자사의 모습뿐 아니라 바로 앞에 있는 초라한 일본 업체의 현실도 냉정하게 지켜봤기를 기대한다.

파리=정세진·산업부 mint4a@donga.com
#현대자동차#기아자동차#미쓰비시#마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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