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베풂과 나눔으로 채우는 8명의 인생 2막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0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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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소, 나는 행복합니다/김정은 추효정 지음/252쪽·1만2000원/블루엘리펀트

외국인 노동자 전용 병원의 이완주 원장(왼쪽)이 해외에서 어려운 이들을 대상으로 진료봉사를 하고 있다. 블루엘리펀트 제공
외국인 노동자 전용 병원의 이완주 원장(왼쪽)이 해외에서 어려운 이들을 대상으로 진료봉사를 하고 있다. 블루엘리펀트 제공
나의 선택이 옳은 것일까. 과연 제대로 살고 있는 것인가….

한번쯤 해봤을 고민이다. 좋은 대학 나와 좋은 직장에 들어가고 원만한 가정을 꾸리고 돈, 명예를 적절히 얻어 남들이 ‘꽤 괜찮다’는 인생을 살았더라도 말이다. 특히 앞만 보고 달렸더니 쉰 살(혹은 마흔)이 훌쩍 넘었다는 생각이 들 때면 ‘다른 인생’에 대한 고민이 커진다. 이 책은 치열한 고민 끝에 이전의 삶과 180도 다른 인생 2막을 살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뤘다. 특히 이들의 2막은 봉사와 나눔으로 채워져 있다. 이들은 “이제야 인생의 고지를 점령한 듯한 반짝거림을 느꼈다”고 말한다.

외무고시에 수석으로 합격하고 주중국 대사까지 지낸 권병현 씨는 현재 비영리단체 ‘미래숲’의 허름한 사무실에 앉아 있다. 그는 이 단체를 통해 중국 네이멍구자치구 쿠부치 사막에 10년 이상 600만 그루의 나무를 심어왔다. 사막화를 막기 위해서다.

“기존의 권위를 버리고 밑바닥부터 시작하니 힘든 순간이 많았어요. 그래도 행복합니다. 예전에는 쉽게 느낄 수 없었던 감정들이 혈관을 타고 흐릅니다.”

소아과 의사였던 이완주 씨는 쉰여섯의 나이에 처음으로 무료 진료 봉사를 시작했다. 그는 3년 뒤 외국인 노동자 전용 병원장이 됐다. “제가 버린 건 딱 하나예요. 봉사를 위해 운영하던 소아과병원 문 닫은 것뿐이에요. 하나를 버리니 셀 수 없이 많은 것을 얻었습니다.”

조경학 교수를 그만두고 장애인 복지시설에서 꽃과 나무를 가꾸는 이종수 씨, 미국 국방부 회계처 부처장을 지낸 후 지역 의정활동 모니터링 봉사단을 이끄는 김승준 씨, 음대 교수에서 은퇴한 후 어려운 아이들에게 무료로 피아노를 가르치는 이건실 씨 등 모두 8명의 인생 2막이 인터뷰를 통해 생생히 소개된다. 이들은 이구동성으로 말한다.

“이제야 본게임이 시작된 거예요. 다들 진정으로 하고 싶었지만 마음껏 해본 적이 없는 하나의 일이 있을 겁니다. 형편이 안 돼 못했다고 하지만 대부분 용기가 없어서예요.”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비로소#나는 행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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