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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향기]미국 시골무지렁이 아홉청년, 어떻게 희망을 쏘아 올렸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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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향기]미국 시골무지렁이 아홉청년, 어떻게 희망을 쏘아 올렸을까

김화성전문기자 입력 2014-10-04 03:00수정 2014-10-04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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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6년 그들은 희망이 되었다/대니얼 제임스 브라운 지음/박중서 옮김/600쪽·1만5000원·알에이치코리아
1936년 베를린 올림픽 ‘조정 에이트’ 종목의 미국 대표선수들. 실력과 힘보다 팀원끼리의 화학적 결합이 관건인 ‘조정 에이트’에서 미국팀은 이탈리아와 독일팀을 각각 0.6초와 1초 차로 물리치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알에이치코리아 제공
1936년 8월 14일 베를린 올림픽 조정 남자 에이트 결승전. 독일 이탈리아 스위스 헝가리 영국 미국 등 6개 팀이 출발선에 섰다. 경기장은 7만5000여 관중으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아돌프 히틀러가 괴벨스, 괴링 등 나치 최고위층을 대거 거느리고 나타났다. 군중들은 “하일! 히틀러!”를 연호하며 미친 듯이 열광했다.

당시 조정은 올림픽에서 육상 다음으로 인기가 높았다. 더구나 홈팀 독일은 그날 걸린 7개 종목 중 5개에서 연속으로 금메달을 휩쓸었다. 하지만 히틀러의 ‘아리아인 우월론’은 적잖이 손상된 상태였다. 이미 미국의 흑인 육상선수 제시 오언스(1913∼1980)가 보란 듯이 4관왕을 차지한 것이다. 마라톤에서도 한국인 손기정 선수가 월계관을 썼다.

조정에서 ‘꽃 중의 꽃’은 에이트 종목이었다. 선수는 총 9명. 키잡이가 배꼬리에 앉아 앞을 보고, 나머지 8명의 노잡이는 키잡이를 향해 돌아앉는다. 오직 키잡이만 결승선을 볼 수 있다. 6분여 동안 2000m 거리를 키잡이와 노잡이들이 힘을 합쳐 극한의 힘을 쏟아 부어야 하는 경기. 1분에 35∼45회의 노 젓기. 심장이 터지고 눈알이 튀어나올 듯하다. 9회 야구경기를 두 번 치르는 것과 맞먹을 정도의 에너지가 필요했다.

미국 팀은 세계신기록과 올림픽신기록으로 예선 1위로 통과했다. 독일, 이탈리아는 패자부활전을 통해 턱걸이로 올라왔다. 그런데도 바람이 가장 적은 호숫가 1, 2번 레인은 독일과 이탈리아가 차지했다. 영국과 미국은 바람이 거센 호수 가운데 5, 6번 레인에 배치됐다. 아무리 항의해도 소용없었다. 역시 미국은 1000m 지점까지 꼴찌였다. 1500m 지점에서 가까스로 3위로 올라섰다. 그리고 1800m 지점에서 선두 독일, 이탈리아를 따라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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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미국은 이탈리아(2위)보다 0.6초, 독일(3위)보다 1초 빠르게 골인했다. 독일 군중의 열광적 환호가 뚝 끊겼다. 마치 수도꼭지를 확 잠가버린 것처럼. 히틀러는 말없이 경기장을 빠져나갔다. 괴벨스와 괴링도 서둘러 그 뒤를 따랐다.

베를린 올림픽의 미국 조정 대표팀은 미국 북서부의 벌목꾼, 조선소 노동자, 농부의 아들로 이루어진 시애틀의 워싱턴대 팀이었다. 그들은 전통적 조정 강팀인 동부의 아이비리그 대학을 하나하나 물리치고 미국 대표팀이 됐다.

선수들의 일기장, 개인 기록, 증언, 기상청 자료, 대학 기록보관실의 문서를 낱낱이 살펴 한 시대의 초상을 감동적으로 그려냈다. 미국 아마존닷컴에서 독자 리뷰 4200건을 돌파했고, 그중 3500여 건이 만점(★ 5개)을 줬다. ‘논픽션의 바이블’에 버금간다는 칭송까지 들었다.

미국 역사상 가장 절망적이던 대공황기. 노숙인이 최대 200만 명에 달했던 시절. 아르바이트로 겨우 대학을 다녀야 했던 시골 무지렁이 아홉 청년은 어떻게 희망을 쏘아 올렸을까. 답은 바로 ‘팀과 동료에 대한 헌신’이었다. ‘원 포 올’(One For All) 정신으로 완벽하게 하나가 된 팀.

그들은 야심이나 자아 따위는 보트 너머로 내던져버렸다. 가진 것은 모두 서로에게 내줬다. 모든 근육, 가슴, 정신이 하나가 되어 ‘한배’를 탄 공동운명체가 됐다. 그리고 마침내 모두가 흥에 겨워서 노를 젓고, 리드미컬하게 박자를 맞췄다. 바로 그것이 그들을 ‘더 빨리 더 멀리’ 나아가게 한 유일한 힘이었다.

김화성 전문기자 mars@donga.com
#1936년 그들은 희망이 되었다#조정 에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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