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가볍지만 알차게 즐기는 ‘철학 試食’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0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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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브런치/사이먼 정 지음/544쪽·1만8000원·부키

바둑 책은 급수에 맞게 골라야 한다. 그럼 철학 책은? 고교 때 배운 철학 사조와 유명 철학자, 그들이 남긴 대표적 저작과 명언 정도를 알고 있는 초보나 고전 원전은 읽어본 적이 없는 하수라면 이 책이 실력에 딱 맞다. 이 책은 16명의 철학자가 쓴 48권의 고전 원전 중 핵심 대목을 보여주면서 이를 둘러싼 배경, 철학자의 인생 등을 조곤조곤 풀어낸다. 예를 들어 플라톤 ‘대화편’의 ‘변명’을 설명하면서 소크라테스에게 적용된 혐의가 고작 종교와 풍기문란인데도 어떻게 사형까지 내려졌는지, 배심원은 어떻게 구성됐는지, 소크라테스가 어떻게 변론을 펼쳤고 자신에게 적절한 형량은 얼마라고 생각했는지 등을 보여준다. 특히 유명한 철학자의 명언이 어떤 맥락 속에서 나온 것인지를 보여준다. 영국 철학자 프랜시스 베이컨의 ‘아는 것이 힘이다’는 원래 일반 지식의 우월함을 표현한 것이 아니라 신의 전지(全知)를 언급한 것이라는 등 초보에게 유용한 얘기를 들려준다. 난해하기로 이름난 헤겔이나 니체의 철학도 브런치를 즐기듯 느긋하게, 가볍지만 알차게 시식할 수 있다.

서정보 기자 suh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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