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아시아경기]돌아온 ‘효자 펀치’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0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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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싱 신종훈-함상명 잇단 금메달… 1980년대까지 한국 최고의 메달밭
침체 빠지며 도하-광저우 노골드… 12년 만에 웃으며 재도약 신호탄

金 주먹들 ‘불굴의 주먹’ 신종훈(25·인천시청)이 3일 인천 선학체육관에서 열린 2014 인천 아시아경기 남자 복싱 49kg급 결승전에서 비르잔 자키포프(30·카자흐스탄)에게 3-0 판정승을 거둔 뒤 기뻐하고 있다(왼쪽 사진). ‘무서운 10대’ 함상명(19·용인대)도 이어 열린 56kg급 결승전에서 장자웨이(25·중국)를 3-0 판정승으로 이겼다. 인천=변영욱 cut@donga.com·김미옥 기자
金 주먹들 ‘불굴의 주먹’ 신종훈(25·인천시청)이 3일 인천 선학체육관에서 열린 2014 인천 아시아경기 남자 복싱 49kg급 결승전에서 비르잔 자키포프(30·카자흐스탄)에게 3-0 판정승을 거둔 뒤 기뻐하고 있다(왼쪽 사진). ‘무서운 10대’ 함상명(19·용인대)도 이어 열린 56kg급 결승전에서 장자웨이(25·중국)를 3-0 판정승으로 이겼다. 인천=변영욱 cut@donga.com·김미옥 기자
“부유하지는 않지만 제 방이 있다는 게 가장 행복해요. 복싱을 한 덕분에 집도 마련했고 아버지에게 자동차도 사 드렸죠. ‘복싱 하면 신종훈’이라는 말을 들을 수 있도록 열심히 하겠습니다.”

두 눈에 시퍼렇게 멍이 들었지만 신종훈(25·인천시청)은 연신 웃었다. 목소리는 평소보다 높고 떨렸다. 2010년 광저우 아시아경기와 2012년 런던 올림픽에서 잇달아 실패했던 아픈 기억이 이날만은 말끔히 씻겨나간 듯했다. 링 위에서 누구보다 빨라 ‘소닉(Sonic·음속의)맨’으로 불리는 신종훈이 한국 복싱에 12년 만의 아시아경기 금메달을 선물했다. 신종훈은 3일 인천 선학체육관에서 열린 남자 라이트플라이급(49kg) 결승에서 카자흐스탄의 비르잔 자키포프를 상대로 3-0, 심판 전원일치 판정승을 거뒀다.

한국 복싱은 199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최고의 효자 종목이었다. 1988년 서울 올림픽에서 김광선과 박시헌이 금메달을 땄고 1986년 서울 아시아경기에서는 12개 전 체급을 휩쓸었다. 하지만 경제 수준이 높아지면서 ‘배고픈 운동’으로 알려진 복싱을 하겠다는 사람이 급속히 줄었고 국제대회 성적도 곤두박질쳤다. 2002년 부산 대회 금메달 3개 이후 금맥이 뚝 끊겼다. 2006년 도하 대회에서는 은메달 3개 동메달 1개, 2010년 광저우 대회에서는 동메달만 2개를 얻었다.

신종훈도 집안 형편이 좋지 않았다. 어릴 때부터 몸이 날렵해 달리기를 잘했던 신종훈은 구미 신평중 2학년 때 선수들이 훈련하는 모습을 보고 홀딱 반해 글러브를 끼었고 3년 만에 국내 무대를 평정했다. 경북체고를 졸업한 뒤에는 돈을 벌기 위해 실업선수 생활을 시작했다. 2009년 밀라노 세계선수권대회에서 동메달을 따며 침체된 한국 복싱을 되살릴 기대주로 떠올랐지만 광저우 아시아경기 8강, 런던 올림픽 16강전에서 탈락하며 눈물을 삼켜야 했다. 2년 동안 인천 아시아경기만 기다리며 샌드백을 두들겼다.

신종훈은 메달리스트 공식 기자회견이 끝난 뒤 갑자기 마이크를 잡았다. 수많은 취재진 앞에서 꼭 하고 싶은 말이 있어서였다. “12년 만에 복싱에서 금메달을 땄습니다. 많은 사람이 안 된다고 했지만 복싱의 부활을 위해 정말 피나는 노력을 했습니다. 앞으로 복싱을 많이 사랑해 주세요.”

신종훈에 이어 함상명(19·용인대)이 밴텀급(56kg) 결승에서 중국의 장자웨이를 3-0 판정으로 누르고 한국에 2번째 금메달을 안겼다. 라이트웰터급(64kg) 임현철(19·대전대)과 라이트헤비급(81kg) 김형규(22·한국체대)는 각각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한국 복싱은 인천에서 금메달 2개, 은메달 3개, 동메달 1개의 성과를 거뒀다.

인천=이승건 기자 why@donga.com
#복싱#신종훈#함상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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