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훈, ‘10평 집’ 가난 뚫고 마침내 금빛 주먹!

  • 스포츠동아
  • 입력 2014년 10월 4일 06시 4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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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훈(25·인천시청)이 3일 선학체육관에서 열린 2014인천아시안게임 복싱 남자 라이트 플라이급(46~49㎏) 결승전(3라운드)에서 비르잔 자키포프(카자흐스탄)를 꺾고 금메달을 차지한 뒤 환하게 미소짓고 있다. 인천|전영희 기자 setupman@donga.com 트위터@setupman11
신종훈(25·인천시청)이 3일 선학체육관에서 열린 2014인천아시안게임 복싱 남자 라이트 플라이급(46~49㎏) 결승전(3라운드)에서 비르잔 자키포프(카자흐스탄)를 꺾고 금메달을 차지한 뒤 환하게 미소짓고 있다. 인천|전영희 기자 setupman@donga.com 트위터@setupman11
한때 10평짜리 집에서 6명 식구 생활.
300만원 상금 때문에 시작한 복싱
부모가 돈 대신 물려준 것은 성실함
런던올림픽 아픔 딛고, 인천AG에서 금빛 주먹
한국 복싱 12년 만에 아시안게임 금맥 이어
국제복싱협회 선정 아시안게임 최우수선수 영광까지
2016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에도 도전

10평짜리 집에서 가난과 맞서며 꿈을 키운 소년이 마침내 아시아 복싱 왕좌에 올랐다.

‘한국 경량급의 간판’ 신종훈(25·인천시청)은 3일 선학체육관에서 열린 2014인천아시안게임 복싱 남자 라이트 플라이급(46~49㎏) 결승전(3라운드)에서 비르잔 자키포프(카자흐스탄)에게 3-0 판정승을 거뒀다. 이로써 한국 복싱은 2002부산대회 이후 무려 12년 만에 아시안게임 금맥을 이었다. 국제복싱협회(AIBA)는 신종훈을 이번 대회 최우수선수(Best Boxer)로 선정했다.

완벽한 경기였다. 신종훈은 시종일관 자키포프를 밀어붙였다. 3라운드에선 양팔 가드를 내리고 상대의 주먹을 위빙과 더킹 동작만으로 피하는 여유까지 보였다. 우승이 확정되자 신종훈은 기쁨에 말을 잇지 못했다.

관중석 한편에서 아들을 응원하던 어머니 엄미자(47)씨는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연신 “어려운 가정 형편 속에서도 대견하게 자라준 아들에게 고맙다”는 말을 전했다. 신종훈이 중 2때 복싱에 입문하게 된 계기도 지독한 가난의 굴레를 끊기 위해서였다. 어릴 적 그의 집은 단 10여 평에 불과했다. “굉장히 허름한 집이었죠. 중간에 문 하나가 방과 방을 나누는 형태였어요. 그 곳에서 부모님, 누나, 저, 여동생 둘 이렇게 6명의 식구가 살았어요. 그때 처음으로 ‘내 방을 갖고 싶다’는 소원이 생겼습니다.”

그러던 차에 “복싱 대회에 나가서 우승하면 300만원의 상금을 받을 수 있다”는 얘길 듣게 됐다. 바로 글러브와 인연을 맺었다. 부모는 가난했지만, 누구보다 성실한 사람들이었다. 그의 아버지는 지금도 구미에서 환경미화원으로 일하고 있다. 아들에겐 돈 대신 부지런한 근성을 물려줬다. 신종훈은 2011바쿠세계복싱선수권에서 은메달을 획득하며 복싱 선수로서 자신의 입지를 다졌다. 지금도 아주 넉넉한 것은 아니지만, 2012년 온 가족이 안락하게 생활할 수 있는 집을 마련했다. 부모님께는 차도 선물한 효자다. 그는 “이제 내 방이 생겨 너무 기쁘다”며 환하게 웃었다.

신종훈의 금메달은 2012런던올림픽에서의 좌절을 딛고 획득한 것이라 더 값지다. 당시 그는 한국 복싱의 유력한 메달 후보로 거론됐다. 하지만 16강전에서 불의의 일격을 당했다. 충격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잠시 방황의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그래도 그가 다시 돌아올 곳은 ‘사각의 링’ 뿐이었다. “한국 복싱을 빛나게 하고 싶다는 사명감이 있었어요. 힘든 훈련 과정이 많았지만, 바로 이 순간을 그리며 버틴 것 같습니다.”

기자회견장에서 “너무 기뻐서 눈물도 나오지 않는다”던 그는 잠시 뒤 경기장 밖에선 울컥거리는 마음을 주체하지 못했다. 시퍼렇게 멍든 두 눈에서 눈물이 펑펑 쏟아졌다. 어머니는 “(가계에 보탬이 되기 위해) 대학 대신 실업팀을 택한 아들에게 미안하다”며 안쓰러운 표정을 지었다. 그의 도전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2016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에서도 금빛 주먹을 뻗겠다는 각오다. 신종훈은 “나에겐 포기란 없다. 이제 시작”이라며 2년 뒤를 겨냥했다.

인천|전영희 기자 setupman@donga.com 트위터@setupman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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