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노믹스 역풍에… 日경제, 양극화 주름살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0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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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화약세 효과 수출 대기업에 집중
中企-서민들 피해… 경기회복 둔화

일본 도쿄(東京)의 중소기업단지인 오타(大田) 구에서 플라스틱 부품을 생산하는 ‘나미키(병木)금형’은 종업원 13명을 둔 중소기업이다. 꾸준히 흑자를 내는 알짜 기업이었는데 올해 2분기에 적자로 돌아섰다.

우선 4월부터 소비세(부가가치세)가 기존 5%에서 8%로 오르면서 수요가 줄어들었다. 거기에 엔화 약세가 가세하면서 원재료 수입가격이 크게 올랐다. 엔화 약세가 영업이익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 이 회사 나미키 마사오(병木正夫) 회장은 1일 NHK방송과 인터뷰에서 “당초 엔화가 약세를 보이면 (거래처가 늘어) 경영이 나아지지 않을까 기대를 했는데 아니었다. 수출 중심의 일부 대기업만 돈을 벌고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무제한 돈을 풀어 엔화 가치를 떨어뜨리는 ‘아베노믹스’에 역풍이 불고 있다. 엔화 약세의 과실이 일부 수출 대기업에 집중되고 원자재 수입비중이 높은 중소기업과 서민들은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도쿄에 사는 주부 나카다이라 미유키(中平美由紀) 씨 가정은 3인 가족이다. 최근 들어 나카다이라 씨의 백화점 아르바이트 시급이 늘면서 전체 가구의 수입이 지난해보다 약간 늘었다. 하지만 지출은 크게 늘었다. 특히 전기료 가스료 등이 줄줄이 오르면서 광열비 지출이 크게 늘었다. 거기에 소비세 인상으로 식사 재료비, 교통비, 의복비 등 지출도 만만치 않다. 나카다이라 씨는 “허리띠를 더 죌 수밖에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반면 수출 대기업은 사상 최대 실적을 새로 쓰고 있다. 일본 SMBC닛코(日興)증권이 지난해 결산을 발표한 458개 상장기업의 실적을 집계한 결과 265개 기업이 사상 최고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하지만 속내를 뜯어보면 수출은 제자리걸음인데 엔화 약세로 인한 환차익 덕분에 실적이 나아진 것으로 분석됐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2일 “엔화 약세가 중소기업에 부담을 주면서 경기회복이 둔화되고 있다”며 “설비투자 확대와 임금 상승이 경기회복의 핵심 열쇠”라고 진단했다.

도쿄=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
#아베노믹스#일본 경제#엔화약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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