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권도 진수’ 보여준 이대훈의 금빛 발차기

  • 스포츠동아
  • 입력 2014년 10월 3일 06시 40분


남자 63kg급서 태국 아카린 18-2 완승
돌려차기 KO 등 매경기 완벽한 경기력

화끈한 공격으로 상대의 기선을 제압했다. 결승까지 모두 점수차승(야구로 치면 콜드게임)으로 이긴 짜릿한 금빛 발차기였다.

한국태권도의 간판 이대훈(용인대·22)이 출전하면 경기장이 뜨거운 함성으로 달아올랐다. 이대훈은 2일 인천 강화 고인돌체육관에서 열린 2014인천아시안게임 태권도대회 셋째 날 남자부 63kg급 결승에서 태국의 키트와른 아카린을 18-2 점수차승리를 거두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한성고 3학년 재학 당시 출전한 2010광저우아시안게임에 이어 대회 2연패를 달성했다.

● 이대훈 그리고 태권도를 둘러싼 멍에를 벗다

이대훈은 광저우아시안게임에서 정상에 선 뒤 한번도 자신의 체급에서 1진을 놓친 적이 없다. 그만큼 지독한 연습벌레였고 태권도만을 알고 살아온 엘리트이기도 했다. 2012런던올림픽에서 자신의 체급이 없어 58kg급으로 내려 출전했지만 금메달은 ‘떼 놓은 당상’으로 평가받았다. 하지만 체중을 10kg 가까이 줄였기에 평소와 몸 상태가 달랐다. 이대훈은 컨디션 조절에 실패하면서도 결승에 진출했지만 아쉽게 은메달에 그쳤다. 팬들은 이대훈의 무기력한 경기에 실망감을 드러냈다. 강한 체력을 바탕으로 공격적인 경기운영을 펼쳐나가는 그였지만 올림픽에 씌어진 멍에에 많은 죄책감을 느끼기도 했다. 그는 인천아시안게임을 준비하면서 재밌는 경기, 공격적인 경기를 단단히 벼르고 별렀다.

이대훈은 이날 본인과의 약속을 지켰다. ‘태권도의 재미’를 재차 확인한 뜨거운 금메달이었다. 전 경기 모두 점수차승을 거뒀다. 특히 8강에서는 이대훈이 경계했던 일본의 하마다 야스히로를 맞아 2라운드와 3라운드 각각 한차례씩 머리를 때리는 멋진 돌려차기로 2차례 KO를 이끌어내기도 했다. 결승도 다르지 않았다. 5차례나 머리공격을 성공시키며 태권도가 가진 매력을 흠뻑 발산했다. 베이징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이자 KBS 해설위원인 차동민(28·한국가스공사) 위원은 “흠잡을 데가 없는 완벽한 경기였다”고 후배를 칭찬했다. 이대훈은 “런던에서 실망하신 분들이 많이 계신데 이번 경기에서 만회하고자 악으로 깡으로 더 열심히 했다”고 웃었다.

● 축구는 박지성, 태권도는 단연 이대훈!

이대훈의 시선은 2년 뒤 열리는 리우올림픽으로 향한다. 런던올림픽에서 아쉽게 내준 금메달의 한풀이, 그리고 그랜드슬램(올림픽, 아시안게임, 세계선수권, 아시아선수권)에 도전한다. 자신감은 충만하다. 7월 중국 쑤저우에서 열린 그랑프리 시리즈에서 한 체급 위인 68kg급으로 출전해 짜릿한 우승을 맛봤다. 자신보다 큰 상대를 맞서 최정상에 올랐다. 리우올림픽에서도 체중감량 없이 68kg급으로 출전할 계획이다. 그는 “그랑프리에서 만났던 선수들을 다시 만나 이긴다는 보장은 없다. 하지만 그랜드슬램을 꼭 이루고 싶다. 롤 모델인 박지성 선수만큼 될 수는 없겠지만(웃음) 태권도하면 이대훈을 떠올릴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고 다부진 각오를 밝혔다.

한편 여자부 62kg급의 유일한 고교생 대표 이다빈(18·울산 효정고)도 생애 첫 국제대회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며 차세대 기대주로 주목을 끌었다. 이원진은 67kg급에서 은메달을 차지했다.

강화|박상준 기자 spark47@donga.com 트위터 @sangjun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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