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선 “짐 내려놓으려 한다” 원내대표직 사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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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4년 10월 2일 08시 2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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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정치민주연합 박영선 원내대표가 2일 사퇴의사를 밝혔다. 박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원내대표직 그 짐을 내려놓으려 한다"는 내용의 '사퇴문'을 당 소속 전체 의원에게 보냈다. 지난 5월8일 원내대표로 선출된 그는 149일만 에 원내 사령탑에서 물러나게 됐다.

박 원내대표는 지난달 초 새누리당 출신 이상돈 중앙대 명예교수를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영입하려는 자신의 계획이 강경파를 중심으로 한 당내 반발로 무산되자 탈당의사를 밝혀 큰 파문을 일으켰다. 그는 당무에 복귀하면서 세월호 특별법 관련 사안을 정리한 뒤 결과와 관계없이 원내대표직을 물러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도 불참했다.

박 원내대표는 '사퇴문' 첫 문장에서 물러나겠다는 뜻을 전한 후 "책임이란 단어에 묶여 소신도 체면도 자존심도 다 버리고 걸어온 힘든 시간이었다. 세월호 비극의 한복판인 지난 5월8일 원내대표로 선출되던 순간부터 예감했던 일일지도 모른다"며 "다행이라 여기는 것은 유가족 분들께는 매우 미흡하지만 작은 매듭이라도 짓고 떠나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특히 "세월호 참사 진상 조사위원회는 가능한 빨리 출범해야 한다"며 "빠르게 사라져가는 증거들을 멈춰 세울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서다. 그 증거들을 현명하게 붙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세월호특별법 협상과 관련, "세월호 특별법만은 정직하게 협상하고 반드시 결실을 맺어야한다고 믿었다"고 강조했다.

박 원내대표는 특히 자신의 사퇴를 촉구한 일부 의원들에 대해 "직업적 당 대표를 위해서라면 그 배의 평형수라도 빼버릴 것 같은 움직임과 일부 극단적 주장이 요동치고 있었던 것도 부인할 수 없다"며 "이런 일들이 반복되는 한 지금 우리 당이 겪고 있는 고통은 치유되기 힘들다는 것을 어렵사리 말씀드린다"고 지적했다.

그는 아울러 "'세상에서 가장 슬픈 법' 이름만 법일 뿐 세상을 떠난 이들에게 보내는 가슴 아픈 편지 같은… 이런 법을 만드는 일은 이제 더는 없어야겠다"며 "여러모로 부족한 제가 폭풍의 언덕에서 힘들어 할 때 격려해주신 많은 동료의원님들 힘내라고 성원해주신 국민 여러분께 깊이 감사드린다"고 덧붙였다.

박 원내대표의 사의에 대해 같은 당 추미애 의원은 한 라디오 방송과 인터뷰에서 "책임지는 자세를 보여준 것은 잘 할 것"이라고 긍정 평가했다.

새정치연합은 박 원내대표의 사퇴로 정기국회 기간 원내대표단 공백이라는 초유의 상황에 놓이게 됐으며 세월호특별법 등 여당과의 추후 협상에서도 난항이 불가피 할 것으로 보인다. 새정치연합은 비상대책위에서 원내대표 인선 문제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동아닷컴 디지털뉴스팀 기사제보 dnews@donga.com
▼[전문] 박영선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 거취 관련 입장문▼

원내대표직 그 짐을 내려놓으려 합니다.
책임이란 단어에 묶여 소신도 체면도 자존심도 다 버리고 걸어온 힘든 시간이었습니다. 세월호 비극의 한 복판인 지난 5월 8일 원내대표로 선출되던 순간부터 예감했던 일일지도 모릅니다.
다행이라 여기는 것은 유가족분들께는 매우 미흡하지만 작은 매듭이라도 짓고 떠나는 것입니다. 어제 안산에서 만나 뵌 유가족분들로부터 수고하셨다는 말과 함께 들었던 끝까지 함께해달라는 호소가 가슴 속 깊이 남아있습니다.
세월호 참사 진상 조사위원회는 가능한 빨리 출범해야합니다. 빠르게 사라져가는 증거들을 멈춰 세울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서입니다. 그 증거들을 현명하게 붙잡아야합니다.
'세상에서 가장 슬픈 법'을 만들기 위해 벌인 협상을 일단락하며 그간 드리고 싶었던 수많은 얘기들의 아주 작은 조각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저는 세월호 특별법만은 정직하게 협상하고 반드시 결실을 맺어야한다고 믿었습니다. 낯선 정치에 뛰어든 뒤 지난 10년의 경험에서 저는 소리는 요란했지만 정작 목표는 이뤄지지 않는 많은 경우를 보았습니다.
2004년 국가 보안법 협상이 그랬고 과반 의석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17대 국회의 검경 수사권 조정 협상이 그랬습니다. 지난해 국정원 개혁법 역시 우리가 개혁특위위원장까지 맡았지만 결국 법 한 줄도 고치지 못했습니다.
세월호 특별법만은 그렇게 돼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안 되는 일을 되는 것처럼 포장해 시간을 지체시키는 것은 진실의 증거들이 사라지는 것을 뻔히 알면서 그냥 바라보는 것이라고 여겼습니다.
진상 규명이 가능한 법을 가능한 빨리 제정해야한다는 일념으로 끌고 온 협상 과정에서 제가 받은 비난들 중 상당 부분에 대해 드릴 말씀도 많지만 그저 다시 한 번 용서를 구합니다.
흔들리는 배 위에서 활을 들고 협상이라는 씨름을 벌인 시간이었습니다. 직업적 당 대표를 위해서라면 그 배의 평형수라도 빼버릴 것 같은 움직임과 일부 극단적 주장이 요동치고 있었던 것도 부인할 수 없습니다.
이런 일들이 반복되는 한 지금 우리당이 겪고 있는 고통은 치유되기 힘들다는 것을 어렵사리 말씀드립니다.
'세상에서 가장 슬픈 법' 이름만 법일 뿐 세상을 떠난 이들에게 보내는 가슴 아픈 편지 같은...이런 법을 만드는 일은 이제 더는 없어야겠습니다.
여러모로 부족한 제가 폭풍의 언덕에서 힘들어 할 때 격려해주신 많은 동료의원님들, 힘내라고 성원해주신 국민 여러분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박영선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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