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통영함 비리, 천안함 46용사가 하늘에서 통곡할 판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0월 2일 03시 00분


그제 국군의 날을 하루 앞두고 청구됐던 방위사업청(방사청) 사업팀장 오모 전 대령과 최모 전 중령의 구속영장이 1일 발부됐다. 통영함의 핵심 장비 관련 서류를 조작해 성능 미달의 미국 H사 음파탐지기가 선정되도록 한 혐의다. 두 예비역 영관급 장교가 서류를 조작하면서까지 무리수를 둔 것을 보면 방사청 납품을 둘러싸고 ‘군피아(군대+마피아)’의 로비와 거액의 금품이 오갔을 가능성이 높다.

통영함을 건조하게 된 경위를 돌아보면 이번 비리는 통탄할 일이다. 2010년 천안함 폭침사건 당시에 구조함인 평택함이 현장에 늦게 도착한 데다 평택함의 수중 탐색 능력이 떨어져 작업에 큰 차질이 빚어졌다. 이 일을 겪고 난 뒤 해군 수뇌부는 1590억 원을 투입해 최고속도 21노트에, 첨단장비를 탑재해 수중 3000m까지 탐색할 수 있는 최첨단 구조함 통영함을 건조했다. 그러나 장비 부실 등으로 해군이 인도 받기를 거부하는 바람에 통영함은 세월호 참사 때도 구조 작업에 투입되지 못했다.

감사원에 따르면 문제가 된 H사의 음파탐지기는 천안함 사건 때 제구실을 못한 평택함에 장착된 것과 비슷한 1970년대 모델이다. 이런 성능이면 혈세를 들여 굳이 건조할 이유가 없었다. 실거래 가격도 방사청이 지급한 41억 원에 턱없이 못 미치는 2억 원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원은 선정 당시에 방사청 함정사업부장이던 황기철 해군 참모총장을 조사했다. 그는 이번 비리와 관련이 없는 것으로 판단되어 수사 의뢰 대상에서는 제외됐다. 추가로 로비 연루설이 나오는 무기중개업체의 임원인 A 전 대령은 방사청 함정사업본부의 전신인 해군 조함단 사업처장 출신이고, H사 지사장은 통영함 납품계약 체결 당시 방사청에 근무하던 황모 전 중령이다. 군피아의 유착 고리가 방위산업 비리의 직간접적인 온상임을 시사한다.

대령급 이상 퇴역 군인 가운데 공직자윤리법에 따라 퇴직 후 2년 동안 취업을 제한받는 방위산업체로 옮긴 사람은 최근 5년간 95명인 것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32명은 전역한 지 하루나 이틀 만에 새로운 자리로 옮겼다. 국방부는 “공직자 윤리위원회의 승인을 받았다”고 밝히고 있지만 납득하기 어렵다. 통영함 납품 비리와 같은 방산 비리를 뿌리 뽑으려면 더욱 엄격한 심사가 이뤄져야 한다. 국가적 사업을 망치고 국민의 생명과 국가 안보를 위태롭게 만든 군피아 비리 커넥션을 낱낱이 밝혀내 엄벌함이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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