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아시아경기]첫 득점 트라이에 울고, 첫 승 놓쳐 또 울고…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0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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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선 4전전패 여자럭비 대표팀, 5개월전 구성돼 전국 떠돌며 훈련
앞선 3경기 133점 내주고 무득점… 1일 우즈베크에 7-0 앞서다 역전패

1일 인천 아시아경기 여자 럭비 예선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에서 우즈베키스탄에 7-10으로 패해 아시아경기 첫 승이 좌절된 한국 대표팀 선수들이 경기 후 아쉬운 표정을 짓고 있다. 인천=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1일 인천 아시아경기 여자 럭비 예선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에서 우즈베키스탄에 7-10으로 패해 아시아경기 첫 승이 좌절된 한국 대표팀 선수들이 경기 후 아쉬운 표정을 짓고 있다. 인천=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걸으면 30초밖에 걸리지 않는 50m의 거리. 하지만 그 거리만큼 전진하기 위해 5개월간 땀과 눈물을 쏟았다.

1일 인천 아시아경기 여자 럭비 예선경기가 열린 인천 남동아시아드 럭비경기장. 전반 1분 21초가 남았을 때 관중석이 들썩였다. 한국 여자 럭비대표팀의 김동리(22)가 골라인을 넘어 미끄러지면서 그라운드에 공을 찍었다. 이번 대회 한국 대표팀의 첫 트라이(5점짜리 득점)였다. 선수들은 기쁨에 환호성을 질렀다. 몇몇 선수는 눈물을 보였고 벤치에 앉아있는 선수들은 흐느꼈다.

이날 득점은 대표팀에 남달랐다. 예선 첫 경기인 싱가포르전에서 대표팀은 0-19로 졌다. 이어 일본에는 0-50, 중국에는 0-64로 패했다. 단 한 점도 얻지 못하며 3경기에서 133점을 내줬다. 4년 전과 비슷했다. 여자 럭비가 첫 정식 종목이 된 2010년 광저우 대회 때 한국은 6전 전패로 최하위를 기록했다. 당시 대표팀은 15점을 얻었고 239점을 내줬다.

첫 득점에 대해 대표팀 주장 서미지(23)는 “5개월간 계단 뛰기, 언덕 뛰기 등의 힘든 훈련에 대한 서러움을 땅에 박아 놓고 온 것 같은 기분이었다”고 말했다. 4월부터 합숙훈련을 시작한 대표팀은 매일 경기 수원의 팔달산 계단을 20번씩 오르내렸다. 매일 아침 5km가 넘는 언덕을 10번씩 뛰었다. 몸싸움이 심한 종목 특성상 손톱 손질은 아예 생각조차 안 했다. 김동리는 “온몸이 멍 자국이지만 훈장과도 같다”고 말했다.

5개월 전까지 대표팀 선수들은 평범한 대학생들이었다. 대부분은 체육학과 학생들이고, 경영학을 전공하는 학생도 있다. 국내에는 여자 럭비팀이 없어 대표팀은 중학교 남자 선수들과 연습경기를 했다.

전용 연습장도 없어 전국을 돌아다니며 훈련했다. 용환명 대표팀 감독은 “천연 잔디 구장을 찾아 경산, 강진, 영천, 청도 등을 떠돌아 다녔다”고 말했다.

이날 먼저 7점을 얻으며 첫 승리에 대한 기대를 부풀렸던 대표팀은 이후 10점을 허용하며 우즈베키스탄에 7-10으로 졌다. 경기 종료 휘슬이 울리자 펑펑 울기 시작한 선수들은 라커룸에서도 눈물을 멈추지 못했다.

대표팀은 2일 라오스와의 9, 10위 결정전에서 다시 한 번 첫 승리에 도전한다. 아쉬움의 눈물 대신 기쁨의 눈물을 흘릴 차례다.

인천=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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