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세은 “3년전 ‘라 수르스’ 群舞에 대타 출연하며 꿈꾼… 그 주인공 됐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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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4년 10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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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레리나 박세은씨, 세계最古 파리오페라발레단 주역 캐스팅

동아일보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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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에서 가장 유서 깊은 프랑스 파리오페라발레단 무대에 발레리나 박세은(25·사진)이 주역으로 선다. 343년 역사를 지닌 세계 최정상의 발레단에서 한국인 발레리나가 주역을 맡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달 30일 파리 자택에서 전화를 받은 그의 목소리는 한껏 들떠 있었다. 그는 “12월 28일 파리 가르니에 오페라극장 무대에 오르는 발레 ‘라 수르스(La source·샘물)’의 주역 나일라를 맡게 됐다고 공식 통보를 받았다”며 말했다.

그에게 ‘라 수르스’는 특별한 작품이다. 그의 이름 앞에 ‘처음’이라는 수식어를 두 번이나 안겨줬다. 2005년 동아무용콩쿠르에서 금상을 받은 그는 세계 4대 무용 콩쿠르 가운데 잭슨(2006년) 로잔(2007년) 바르나(2010년) 등 3개 대회를 차례로 석권했다. 2011년 국립발레단 주역 타이틀을 버리고 새로운 도전에 나선 그는 파리로 건너가 파리오페라발레단 준단원으로 밑바닥부터 다시 시작했다. 그때 처음 무대에 오른 작품이 바로 ‘라 수르스’였다. 당시 그는 군무 단원 중 부상자가 생겨야만 대타로 무대에 설 수 있는 ‘언더스터디’에 불과했다. “훗날 꼭 이 작품의 주역이 되리라 그때 다짐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영국 로열발레단, 미국의 아메리칸 발레시어터와 함께 세계 3대 발레단으로 불리는 파리오페라발레단은 전체 단원 160명 중 외국인이 5%가 채 안 될 만큼 배타적이다. 외국인 단원이 작품의 주역으로 캐스팅 되는 것은 하늘의 별 따기다.

좁은 문을 열고 피라미드 정점에 오르기까지 박세은은 노력과 집념으로 버텼다. 그의 주역 데뷔에는 안무가 장기욤 바르의 강력한 추천이 있었다. 박세은은 “줄곧 야단만 맞아서 내 발레에 불만이 많았다고 생각했었는데 의외였다”며 웃었다.

“10년간 러시아 발레를 배워왔기에 입단 이후 스타일 변화에 힘들었어요. 파리 발레에 상당한 자부심을 갖고 있는 바르 선생님은 늘 ‘세은, 그건 러시아 발레야. 파리 발레는 이렇게 하는 거야’ 하면서 다그쳤어요.”

그런 안무가의 마음을 어떻게 돌렸을까. “결국 실력밖에 없었죠. 기본기에 충실했고, 바르 선생님의 가르침에 ‘왜’라는 토를 달지 않았어요. 100% 흡수하고 반복하는 과정에서 저만의 발레 테크닉들이 빛을 발하게 됐죠. 양쪽 수평이 잘 맞는 골반 등 신체조건도 유리했고요.”

그는 무서울 정도로 빠르게 성장했다. 군무단원 생활 6개월 만에 코리페(군무의 리더)가 됐고, 다시 1년 만에 쉬제(솔리스트)로 승급했다. 모던 발레에서도 두각을 드러내 21일에는 모던 발레 ‘레인’의 주역으로 데뷔한다.

박세은은 ‘라 수르스’ 연습을 앞두고 감정 연기에 빠져 있다. 1막에선 요정 특유의 사랑스러움을, 2막에선 사랑하는 남자를 위해 목숨을 내놓는 애절한 감정을 드러내야 하기 때문이다. 그는 “테크닉만 화려한 발레리나가 아닌, 표현력이 풍부한 감정 연기로 관객에게 감동을 주는 무용수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
#파리오페라발레단#발레리나#박세은#라 수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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