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르나르 프리츠 “내 작업은 짤막한 소통을 위한 긴 고통”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0월 2일 03시 00분


코멘트

부산서 개인전 연 佛추상화가 베르나르 프리츠

2013년작 ‘Nelio’ 앞에 선 베르나르 프리츠. 한결같이 밝고 알록달록한 색채로 어둡게 가라앉은 이미지를 빚어낸다. 조현화랑 제공
2013년작 ‘Nelio’ 앞에 선 베르나르 프리츠. 한결같이 밝고 알록달록한 색채로 어둡게 가라앉은 이미지를 빚어낸다. 조현화랑 제공
구체적 형상을 제시하지 않는 추상화를 통해 보는 이의 마음을 두드리기는 쉽지 않다. 유일한 열쇠는 고통에 가까운 치열함이다. 19일까지 부산 해운대구 조현화랑에서 개인전을 여는 프랑스 화가 베르나르 프리츠(65)는 자신의 작업에 대해 “짤막한 소통의 기쁨을 기대하며 종일토록 끔찍한 고통을 마주하는 일”이라고 했다. 형상 없는 그림 위에 힘없이 그은 붓질 자국의 처연함이 그의 눈빛에 그대로 이어져 있었다.

―작품마다 ‘Bora’ ‘Mora’ ‘Cala’ 같은 사람 이름을 붙인 것이 이채롭다.

“내 모든 작품은 제목이 없다. 작품을 구분하고 분류하는 데 편리하도록 조수가 붙인 별명이다. 작업을 진행하면서 부여하는 특별한 의미도 없다. 그림은 보는 이와의 소통을 갈망한다. 누군가 발을 멈추고 아크릴 물감과 레진을 섞어 만든 이미지의 이면을 들여다볼 때 소통이 발생한다. 그냥 무심히 지나친다면 그곳엔 아무것도 없는 거다.”

―40년 넘게 ‘색채’를 조합하는 여러 방식을 선보여 왔다. 최근 주목받는 한국의 단색화에 대해 특별한 감흥이 있을 듯한데….

“나는 단일한 색채가 그림을 지배하기를 원하지 않는다. 안료의 성질, 붓의 느낌에 신경을 쓰면서 채색한 부분이 마르기 전에 새로운 물감을 덧입힌다. 그래서 붓을 세척하고 도구를 정리하는 일을 조수에게 시키지 않는다. 모든 동작에서 얻는 우연한 반응이 그림의 요소가 된다.”

―이번에 전시하는 18점은 모두 최근 2년 안에 만들어진 신작이다. 초기작과 어떤 점이 달라졌나.

“새것은 모두 과거와 연결된다. 늘 새로움을 추구했지만 돌이켜보면 결국 언제나 땅 위 한 지점에 구멍 하나를 깊숙이 파 들어왔을 뿐인 듯하다.” 051-747-8853

부산=손택균 기자 sohn@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