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나미 44년 만에 은메달…女 다이빙 1970년 방콕대회 이후 AG 개인전 첫 입상

  • 스포츠동아
  • 입력 2014년 10월 2일 00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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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상대 위에서 태극기가 올라가는 것을 보니 4년 전이 떠오르더라고요.”

김나미(20·독도스포츠단다이빙팀)는 감격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1일 문학박태환수영장에선 2014인천아시안게임 다이빙 여자 1m 스프링보드 경기가 열렸다. 김나미는 5차시기 합계 269.85점으로 중국의 스팅마오(308.45점)와 왕한(287.40점)에 이어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한국여자다이빙 역사상 아시안게임 개인전 입상은 1970년 방콕대회에서 김영채가 10m 플랫폼 은메달을 획득한 이후 무려 44년 만에 처음이다. 김나미는 “그렇게 오랜만에 메달이 나왔는지도 몰랐다”며 웃었다.

4년 전 광저우아시안게임. 당시 서울체고 1학년이던 김나미는 ‘투혼의 소녀’로 화제를 모았다. 출국을 하루 앞두고 펼쳐진 마무리훈련에서 생긴 일이었다. 입수하는 순간 양 손을 모으는 동작에서 손이 꼬여버렸다. 엄청난 수압을 견디지 못한 오른손 4번째 손가락이 골절됐다. 시간이 갈수록 손은 퉁퉁 부어올랐다. 다이빙선수에게 손은 ‘깨끗한 입수’를 위해 가장 중요한 신체부위다. 부러진 손가락이 수압을 이겨낼 수 있을지 의문시되는 상황이었다. 긴급회의가 소집됐다. 대체 선수를 물색하기도 했지만, 김나미는 “꼭 뛰고 싶다”며 출전 강행 의사를 밝혔다. 결국 반 깁스를 한 상태로 비행기에 올랐다.

그러나 통증은 사람의 힘으로 이겨낼 수 없는 것이었다. 결국 광저우아시안게임 싱크로 3m 스프링보드에서 1차시기를 마친 뒤 펑펑 울며 경기를 그만둘 수밖에 없었다. 당시 김나미는 “아파서 무섭긴 했지만 준비한 과정을 생각하면 포기할 수 없었다. 내 꿈을 위해 뛰었다”며 눈물을 흘렸다.

4년의 시간이 흘러 소녀는 어느새 여자다이빙대표팀에서 최고참이 됐다. 그리고 마침내 아시안게임 메달 꿈을 이뤘다. 김나미는 “광저우에서 부상을 당한 이후 2년간 슬럼프를 겪었다. 다시 일어나 좋은 결과를 거둬 기쁘다. 4년 전의 억울함을 이제야 날린 것 같다. 몸 상태만 허락한다면 2년 뒤 리우올림픽에도 출전하고 싶다”고 밝혔다.

인천|전영희 기자 setupman@donga.com 트위터@setupman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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