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깃집서 격려酒 100잔 따른 정의선 부회장… ‘양궁사랑’ 그 아버지에 그 아들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0월 2일 03시 00분


코멘트

양궁 국가대표-코치 등 100명 초청… 참석자들 테이블 돌며 일일이 致賀

인천 아시아경기에서 한국 양궁 국가대표팀이 금메달 5개, 은메달 3개, 동메달 1개 등 총 메달 9개를 수확하고 경기를 모두 마친 지난달 28일.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은 양궁 국가대표 선수들과 코치진, 대한양궁협회 관계자 등 약 100명을 경기장 인근 한 고깃집에 초청해 저녁을 대접했다.

정 부회장은 오후 10시까지 테이블을 돌며 모든 참석자에게 일일이 ‘격려주’를 따랐다. 선수들에게는 “어려운 훈련을 극복하고 국가에 메달을 안겨줘 자랑스럽다”며 “많은 경쟁자가 견제하겠지만 연습과 노력으로 잘 이겨내 달라”고 독려했다. 그는 19일 경기장을 사전점검한 데 이어 경기가 열린 23∼28일 매일 경기를 참관했다.

정 부회장이 이렇게 한국 양궁에 공을 들이는 배경에는 30년간 꾸준히 이어진 부친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의 양궁 사랑이 자리 잡고 있다. 정 회장의 양궁 지원은 현대정공(현 현대모비스) 사장이던 1984년 로스앤젤레스 올림픽 때부터 시작됐다. 처음 올림픽 공식 종목이 된 양궁에서 한국 선수가 금메달을 따는 모습을 보며 정 회장은 “한국인이 세계 1위를 하는 종목인데 지원을 받지 못해 경쟁에서 밀려나면 안 된다”라고 말했다. 이듬해 그는 대한양궁협회장에 취임했고 현대정공에 여자양궁단, 현대제철에 남자양궁단을 창단했다. 1997년까지 협회장을 4번이나 지냈다.

현대차그룹이 비인기종목이었던 양궁을 세계 최고로 끌어올리기 위해 투자한 금액은 지금껏 380억 원이 넘는다. 정 회장은 당시 국내에는 개념이 생소했던 ‘스포츠 과학화’를 추진했다. 현대정공에서 레이저 조준기를 부착한 연습용 활을 제작해 선수들에게 나눠줬다. 선수들의 연습 기록을 통계로 만들어 약점을 보완할 수 있는 전산 프로그램도 개발했다. 고도의 집중력이 필요한 종목 특성에 맞춰 심리 전담 상담사도 배치했다.

정 회장은 경기 때마다 성적순으로 대표팀을 개편하도록 해 능력 위주의 선발방식도 정착시켰다. 1991년 폴란드 세계선수권대회 때 정 회장이 선수들이 먹는 물이 체질에 맞지 않아 고생하는 것을 보고 스위스에서 물을 사 비행기로 공수해준 일화가 있다. 당시 대표팀은 4개 종목에서 금메달 3개, 은메달 1개, 동메달 1개 등 역대 최고 성적을 거뒀다. 현대차그룹은 2004년 아테네 올림픽 이후 2012년 런던 올림픽까지 선수단과 코치진에게 37억여 원의 포상금을 지급하기도 했다. 정 부회장은 2005년부터 부친에 이어 대한양궁협회장을 맡고 있다. 평소 대외활동을 삼가지만 양궁만은 예외로 종종 선수들을 찾아가 식사를 하며 선물도 준다.

강유현 기자 yhkang@donga.com
#양궁#정의선#국개대표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