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과 놀자!/고희정 작가의 과학 돋보기]닮은듯 다른 갈대와 억새, 구별 어떻게?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0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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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과학 형사대 CSI’ 글 : 고희정 그림 : 서용남 가나출판사
완연한 가을입니다. 선선한 가을바람을 따라 산으로, 들로, 강으로 나들이 가고 싶은 계절인데요. 멀리 가지 않더라도 집 근처 산이나 들 또는 하천변에만 나가도 가을의 정취를 만끽할 수 있게 해 주는 것들이 있습니다. 바로 억새와 갈대인데요. 그런데 볼 때마다 헷갈립니다. ‘갈대일까, 억새일까?’ 어떤 게 갈대이고, 어떤 게 억새일까요? 오늘은 갈대와 억새를 구별하는 방법과 식물이 살아가는 환경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 갈대와 억새의 차이는?

사실 갈대와 억새가 비슷해 보이는 건 당연합니다. 둘 다 볏과의 다년생 식물이기 때문이죠. 하지만 알고 보면 다른 점이 참 많습니다.

갈대는 높이가 3m 정도 되는데, 줄기는 속이 비어 있고, 마디가 있습니다. 뿌리줄기의 마디에서는 많은 황색 수염뿌리가 나고, 잎은 가늘고 길고 끝이 뾰족합니다. 8, 9월이면 보라색을 띤 갈색 꽃이 피고, 수많은 작은 꽃 이삭이 줄기 끝에 달립니다. 또 씨에 갓털이 있어서 바람에 쉽게 날려 멀리까지 퍼집니다. 어린 순은 식용으로 쓸 수 있고, 이삭은 빗자루를 만드는데, 이삭의 털은 솜 대용으로 쓰기도 했습니다.

억새는 높이가 1∼2m 정도 됩니다. 9월이면 꽃이 줄기 끝에 부채꼴이나 산방꽃차례로 달리고, 작은 이삭이 촘촘히 달립니다. 밑동의 털은 연한 자줏빛을 띠며, 잎은 매우 억세고 가장자리에 날카로운 잔톱니가 있습니다. 그래서 잘못 만지면 손을 베일 수 있기 때문에 조심해야 합니다. 뿌리는 약으로 쓰기도 하고, 줄기와 잎은 가축사료로 씁니다.

갈대와 억새를 구별하는 가장 쉬운 방법은 바로 사는 곳으로 아는 것입니다. 갈대는 물을 아주 좋아하는 반수생식물입니다. 그래서 습지나 갯가, 호수 주변의 모래땅에 무리를 지어 자라죠. 반면에 억새는 물가에서 자라는 물억새도 있긴 하지만, 대부분 산이나 뭍에서 자랍니다. 그러니까 산에 있는 것은 무조건 억새입니다. 갈대는 산에서 자라지 않습니다.

색깔로도 구별할 수 있습니다. 갈대는 고동색이나 갈색을 띠는데, 억새는 은빛이나 흰색을 띠고 얼룩무늬가 있는 것도 있습니다. 다음은 키로 구별하는 겁니다. 갈대는 키가 아주 커서 2∼3m나 됩니다. 하지만 억새는 대부분 키가 1.2m 내외로 작습니다.

○ 식물마다 사는 곳이 달라요

만약 높은 산에 있던 나무를 낮은 평지에 옮겨 심는다면 다 잘 자랄까요? 응달에서 자라던 꽃을 햇빛 잘 드는 양달로 옮기면 어떻게 될까요? 또 연꽃같이 축축한 땅을 좋아하는 식물을 메마른 땅에 가져다 심으면 어떻게 될까요? 결과는 해보지 않아도 알 수 있습니다.

모든 식물은 종류에 따라 사는 곳이 정해져 있기 때문입니다. 기후나 토양, 지형 등의 환경 조건과 생물 간의 경쟁이나 공존 등 여러 가지 조건이 작용하여 각각의 식물들이 사는 곳을 제한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식물은 대부분이 정해진 분포지역을 가지고 있습니다.

뭍에 사는 식물들은 땅의 높이에 따라서 그 분포가 달라지기도 합니다. 우리나라에서 그 현상을 가장 뚜렷하게 보여주는 곳은 바로 제주도의 한라산입니다.

일반적으로 고도가 100m씩 높아질 때마다 기온이 섭씨 0.5∼0.6도씩 낮아진다고 하니까 산 아래와 높이 1950m인 한라산 꼭대기의 기온 차이는 무려 10여 도나 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해안가로부터 산꼭대기로 올라갈수록 난대성식물, 초원지대, 온대림, 냉대림, 관목대(고산식물)가 차례대로 나타나는 수직적인 분포를 보이는 것입니다.

○ 식물은 어떤 온도에서 잘 자랄까요?

답은 간단합니다. 자기가 원하는 온도에서 가장 잘 자랍니다. 그러니까 더운 나라에서 잘 자라는 식물이 있고 추운 나라에서 잘 자라는 식물이 있는 것입니다. 온도는 식물의 생장에 아주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입니다. 이는 간단한 실험을 통해 알 수 있습니다.

실온에 놔둔 접시에서는 싹이 나고 점점 자라는 반면, 냉장고에 넣어둔 접시는 싹을 틔우지 못합니다. 바로 낮은 온도 때문이죠. 그래서 날씨가 따뜻할 때는 베란다에서 키우던 식물도 추운 겨울이 되면 꼭 실내로 들여놔야 됩니다. 잘못하면 얼어 죽을 수도 있으니까요.

○ 갈대축제, 억새축제에 가 봐요

강원 정선군에 위치한 민둥산에서는 10월 26일까지 억새꽃축제가 열립니다. 민둥산은 해발 1118m의 둥그스름한 모양의 산으로, 20만 평가량이 억새꽃으로 덮여 있는 전국 5대 억새 군락지 중 한 곳입니다. 억새꽃은 10월 중순에서 11월 초순까지 피기 때문에 해마다 10월 중순이면 억새축제를 여는 것입니다. 그 밖에도 경기 포천의 명성산, 서울 마포구에 위치한 하늘공원에서도 억새축제가 열립니다.

명승 제41호로 지정된 전남 순천만에서는 10월 17일부터 24일까지 갈대축제가 열립니다. 순천만은 광활한 갯벌과 전국 최대 규모의 갈대 군락지로 유명할 뿐 아니라 200여 종의 철새도 관찰할 수 있습니다. 집 주변 산이나 하천변에 나가서도 억새나 갈대를 찾아보고 잘 관찰해 보세요. 이제 갈대인지, 억새인지 확실히 구별할 수 있을 거예요.

고희정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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