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아시아경기]16년 기다려 활짝 핀 ‘볼링퀸’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0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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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선수 대회 첫 3관왕 이나영

“제가 워낙 금을 좋아해요.”

30일 인천 아시아경기 볼링 남녀 5인조 경기가 열린 경기 안양 호계체육관에서 만난 이나영(28·대전시청)은 몸에 착용한 금 액세서리를 보여주며 웃었다. 부모님이 선물한 목걸이, 팔찌, 반지가 금빛으로 빛났다. ‘금 킬러’ 이나영은 금메달도 놓치지 않았다. 이날까지 3개의 금메달을 목에 걸며 인천 아시아경기에서 한국 선수 최초로 3관왕에 올랐다.

이나영은 총점 5132점으로 볼링 여자 개인종합 우승을 차지했다. 2위 신 리 제인(22·말레이시아·5095점)을 37점 차로 따돌렸다. 볼링 개인종합은 개인전과 2, 3, 5인조 경기에서 얻은 점수를 더해 순위를 결정한다. 늦깎이 국가대표가 ‘레인의 여왕’으로 등극하는 순간이었다.

이날 이나영의 우승으로 한국은 2002 부산 대회부터 아시아경기 볼링 여자 개인종합 4연패를 이뤘다. 여자 5인조 경기에서 한국은 싱가포르에 이어 은메달을 땄다.

초등학교 5학년 때 볼링선수가 된 이나영은 지난해 세계선수권대회 때 27세 나이로 처음 태극마크를 달았다. 그는 레인 위에서 혼자 경기에 집중하는 순간이 즐거웠다. 공이 핀에 맞는 경쾌한 소리도 좋았다.

중학교 2학년 때 아버지 이영호 씨(51)가 골프로 전향하길 권했지만 그는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다. “죽어도 싫다”며 큰 대회에서 무조건 메달 2개를 따오겠다고 큰소리쳤다. 그해 국내 학생볼링대회에서 은메달 2개를 따오자 아버지도 두말없이 그의 볼링인생을 응원했다. 하지만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번번이 고배를 마셨다. 결국 그는 2009년 볼링을 그만두기로 결심했다.

이나영을 다시 일으켜 세운 건 아버지였다. 아버지는 “지금까지 해온 것이 아깝지도 않느냐”며 딸을 한사코 말렸다. 위험물을 운송하던 아버지는 그 무렵 얼굴에 큰 화상을 입었다. 왠지 아버지의 사고가 자신 때문이라는 죄책감이 든 이나영은 마음을 다잡았다.

그때부터 이를 악물고 훈련했다. 매년 한 해의 마지막 날과 시작하는 날을 모두 볼링장에서 보냈다. 스윙궤도의 정확성을 높이고 공에 힘을 싣는 훈련을 수없이 했다. 집에서도 밴드를 당기며 팔심을 키우는 훈련을 했다. 아버지는 그를 위해 자전거 튜브를 오려서 밴드 고리를 만들어줬다. 이나영은 “훈련을 안 하려고 해도 안 할 수가 없었다”며 웃었다. 지난해와 올해 연이어 당한 무릎 부상도 그의 금빛 행보를 가로막진 못했다.

이나영은 이제 볼링 메달 퀸에 도전한다. 그는 9월 24일 여자 개인전 동메달로 한국 볼링에 첫 메달을 안겼다. 이어 2인조 및 3인조 금메달, 5인조 은메달을 따며 현재까지 출전 종목에서 모두 메달을 땄다. 1, 2일 치러지는 마스터스만 남겨둔 그는 각오가 남다르다.

“어머니도 금을 참 좋아하시거든요. 같이 고생하신 어머니를 위해서도 금메달 더 수집해야죠. 마스터스에서도 금메달 따서 꼭 완성체를 만들겠습니다.(웃음)”

한편 한국은 이날 볼링 남자 5인조 경기와 개인종합에서도 금메달을 수집했다. 박종우(23·광양시청)는 최복음(27·광양시청) 김경민(30) 홍해솔(24·이상 인천교통공사) 신승현(25·수원시청) 강희원(32·부산시청)과 출전한 5인조 경기에서 우승한 데 이어 개인종합에서도 금메달을 목에 걸며 2관왕에 올랐다.

안양=주애진 기자 jaj@donga.com
#인천 아시아경기#볼링#이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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