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MZ 평화음악회 공동개최 제안에 北 긍정적”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0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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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흘간 방북후 지난 29일 귀국한 윤이상재단 이사장 영담스님

3박 4일의 북한 방문을 마치고 귀국한 뒤 최근 평양 분위기와 교류 계획을 설명하고 있는 윤이상평화재단 이사장인 영담 스님.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3박 4일의 북한 방문을 마치고 귀국한 뒤 최근 평양 분위기와 교류 계획을 설명하고 있는 윤이상평화재단 이사장인 영담 스님.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북한에서 승마장 와서 말 타려면 당 고급 간부 아니면 어렵습니다. 평양 외곽 미림승마구락부에서 3대가 함께 승마를 즐기는 것도 봤어요. 그쪽에서 말하는 최고 존엄,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의 신변에 큰 이상이 있다면 불가능한 일이겠죠.”

3박 4일 일정으로 최근 평양을 방문한 뒤 지난달 29일 귀국한 윤이상평화재단 이사장 영담 스님(부천 석왕사 주지)의 말이다. 영담 스님은 30일 동아일보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최근 공식 석상에 나타나지 않아 불거진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의 건강 이상설에 대해 “외부인의 짧은 방문이라 보는 데 한계가 있지만 평양은 평온했다”며 “김 위원장이 건강이 좋지는 않다지만 체제가 흔들릴 만큼 위험한 상황은 아닌 것 같다”고 했다. 구체적으로 김 위원장의 동정에 대해 북측 관계자들에게 기회가 있을 때 몇 차례 물었지만 일절 답하지 않았다는 게 스님의 말이다.

대한불교조계종 총무부장을 지낸 영담 스님은 2011년 평양과 묘향산, 백두산을 방문한 것을 포함해 남북 불교 교류와 인도적 지원 활동을 위해 북한을 30여 차례 방문했다. 스님은 북측 초청과 정부의 방북 허가를 받아 중국 베이징을 경유해 평양의 윤이상음악연구소 창립 30주년 기념 음악회와 토론회에 참석했다.

영담 스님은 3년 전 방북과 비교할 때 북한이 의외로 활기가 넘쳤다고 했다. “평양 순안공항에 도착했는데 군인들이 10일 당 창건기념일에 맞춰 공항 확장 공사에 분주한 모습이었어요. 보통강 호텔 주변의 차량들도 많이 늘고 60∼70km 속도로 빨리 달려 깜짝 놀랐어요.”

스님은 이전과 달리 이번 방북 일정은 비교적 자유로웠다고 했다. 과거에는 동명왕릉과 각종 기념관 등이 일정에 포함됐지만 이번에는 승마구락부와 문수 물놀이장 방문도 허가가 났다는 것이다.

스님은 “물놀이장은 외부와 실내로 나뉘는데 외국인은 10달러, 평양 시민은 1달러 정도를 요금으로 받는다고 했다”며 “가을이라 외부에는 사람이 없었지만 실내수영장에는 물놀이를 즐기는 가족들도 보였다”고 말했다.

영담 스님은 방북 기간 중 박춘남 문화상과 북한 적십자회 중앙위원장인 강수린(조선불교도연맹위원장) 등 북한 고위급 인사를 만나 평화를 위한 자전거 투어와 윤이상이 생전에 제안했던 비무장지대(DMZ)에서의 지구촌 평화음악회 공동 개최를 제안했다. 자전거 투어는 2017년 윤이상 탄생 100주년을 맞아 독일 베를린 윤이상하우스에서 출발해 러시아와 북한을 경유한 뒤 판문점을 거쳐 통영 생가까지 이어진다. 남북은 물론이고 음악과 평화를 사랑하는 해외의 모든 이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문호를 열 계획이다.

“원래 북측 사람들, 관심이 없으면 반응이 없어요. 그런데 두 가지 제안을 했더니 ‘남측에서 허락할까요’라며 되묻더군요. 이 행사들은 조국을 하나로 사랑했던 윤이상 선생의 마음을 담았기 때문에 남과 북, 모두 기꺼이 협력할 것으로 믿습니다.”

김갑식 기자 dunanworld@donga.com
#영담스님#DMZ 평화음악회#북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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