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중국, 홍콩 ‘우산 혁명’의 민주화 열망 짓밟아선 안 된다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0월 1일 03시 00분


홍콩의 학생과 시민들이 2017년 직선제로 바뀌는 행정장관을 자유롭게 뽑을 수 있게 해 달라며 연일 대규모 시위를 벌이고 있다. 평화적 시위대가 경찰의 최루가스와 물대포를 우산으로 막아내며 정치적 자유의 확대를 요구해 ‘우산 혁명’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1980년대 신군부독재에 맞서 민주화를 쟁취한 우리 국민에게 홍콩의 민주화 시위는 남의 일 같지 않다. 자유민주주의를 향한 인류의 보편적인 열망이 홍콩에서도 결실을 거둘 수 있도록 국제사회가 관심을 갖고 지원할 필요가 있다. 1989년 민주화 요구를 탱크로 짓밟은 ‘톈안먼 사태’의 비극이 만에 하나라도 되풀이돼선 안 될 일이다.

영국과 중국은 1997년 홍콩 반환에 앞서 ‘일국양제(一國兩制)’의 원칙에 따라 홍콩에 50년간 고도의 자치를 허용하기로 합의했다. 그런데 이제 와서 중국이 “일국양제는 경제 분야에만 해당될 뿐 정치적으로는 본토의 사회주의 체제를 따라야 한다”고 자유선거를 막고 나섰으니 영국식 민주주의를 경험한 홍콩 시민들이 반발하는 것은 당연하다. 사람이 빵만으론 살 수 없다는 것은 역사가 보여 준다.

이번 사태는 중국의 건국기념일을 맞아 대규모 집회가 예정된 오늘이 큰 분기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11월 베이징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등을 목전에 둔 중국이 무리한 진압은 하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그러나 체제에 위협이 된다고 판단하면 시진핑 국가주석이 유혈사태를 불사할 개연성도 없지 않다. 벌써부터 세계 금융시장엔 파장이 미치고 있다.

홍콩의 우산 혁명은 중국이 당면한 난관의 서막일 수 있다. 헨리 키신저 전 미국 국무장관은 “중국은 엄청난 성취를 이뤘지만 복잡한 국내 문제로 금세기의 지배국가가 되기는 힘들다”고 말한 바 있다. 소득이 높아지면서 세계에 눈을 뜬 중국인들이 민주화와 정치경제의 개혁을 요구하면 계속 힘으로 누르기가 어려울 때가 올 것이다. 중국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는 우리에겐 홍콩 사태가 남의 나라 일이 아니다.
#홍콩#직선제#우산 혁명#최루가스#물대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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