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국민건강” 내세웠지만 증세논란 불붙어
더보기

“국민건강” 내세웠지만 증세논란 불붙어

문병기 기자, 유근형기자 , 최지연 기자 입력 2014-09-12 03:00수정 2014-09-12 04:35
뉴스듣기프린트
트랜드뉴스 보기
[담뱃값 2000원 인상 추진]정부 10년만의 가격 인상 왜? 정부가 10년 만에 전격적으로 담뱃값 인상 카드를 꺼내 든 것은 세계 최고 수준(43.7%)인 흡연율을 더이상 방치하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보건복지부는 ‘담뱃값 2000원 인상’만으로도 현재 43.7%인 흡연율을 8%포인트 떨어뜨릴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담뱃값을 물가에 연동해 지속적으로 올릴 경우 2020년까지 흡연율 29%대 진입도 기대하고 있다. 2012년 현재 OECD 평균 흡연율은 26%.

담뱃값 인상을 통한 흡연율 감소는 선진국을 통해 이미 입증됐다. 미국은 2009년 담뱃값을 22% 정도 올려 담배 판매량을 1년 뒤 11% 가까이 줄였다. 영국도 1992년부터 2011년까지 물가연동제를 통해 담뱃값을 200%가량 올렸는데, 같은 기간 담배 소비가 857억 개비에서 420억 개비로 절반가량 줄었다. 한국도 2004년 담뱃값을 2000원에서 500원 올렸을 때 57.8%였던 성인 남성의 흡연율이 2006년 44.1%로 떨어졌다.

○ 담뱃값 7000원까지 올려야 효과

관련기사

하지만 한국의 담뱃값이 세계 최저 수준인 만큼 2000원 인상만으로는 효과가 제한적일 것이라는 의견이 적지 않다. OECD 평균인 7000원 이상은 돼야 가시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박재갑 서울대 의대 명예교수(국립암센터 석좌교수)는 “장기적으로 담뱃값을 7000원 이상 올리고 담배구매 실명제 등 흡연자 국가 관리가 시행돼야 가시적인 효과를 낼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담배 및 주류의 가격정책 효과’ 보고서에 따르면 ‘9000원은 돼야 담배를 끊겠다’는 사람이 가장 많았다.

정부는 물가상승률을 반영해 지속적으로 담뱃값을 올리겠다고 했지만 언제 추가 인상할지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중산층과 고소득자보다는 가격 인상에 가장 민감한 저소득층이 주로 담배를 끊을 거라는 전망도 나온다. 미국 일리노이주립대 프랭크 찰로프카 교수에 따르면 담뱃값을 올렸을 때 금연하는 사람 중 절반가량(46.3%)이 소득 하위 30%인 저소득자였다.

성인에 비해 가격 인상 압박을 4배 이상 받는 것으로 알려진 청소년의 흡연율(25%)도 10%포인트 이상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권덕철 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2004년 500원 인상 당시 청소년 흡연율은 28.6%포인트 떨어졌는데, 성인보다 효과가 두 배 이상 높았다. 이번에도 비슷한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의 흡연율 감소 효과 기대치가 과대 포장됐다는 주장도 있다. 납세자연맹은 “담뱃값의 변화가 없었던 2009∼2012년 지속적으로 흡연율이 떨어졌고, 담배를 끊은 가장 큰 이유도 경제적 요인(6.2%)이 아닌 본인과 가족의 건강(69.9%)이었다”고 주장했다.

○ 늘어난 세수 금연 사업에 쓰일까?

전문가들은 담뱃값 인상으로 인한 세수 증가분이 국민 건강을 위해 사용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현재 매년 담배로 인해 6조∼7조 원의 세수가 확보되고 있고 2조 원가량이 건강증진부담금으로 편성되고 있다. 하지만 건강증진부담금의 절반인 약 1조 원은 건강보험 재정으로 들어가고, 나머지의 대부분도 금연과 상관없는 정보화사업 등 연구개발(R&D) 예산에 투입되고 있다. 금연클리닉 등 흡연자를 위해 사용한 돈은 연평균 120억 원에 불과했다.

정부는 담배 가격에 포함된 건강증진부담금의 비율이 현 14.2%에서 18.6%까지 확대된다고 발표했지만 정확한 사용처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다. 김용익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건강증진부담금의 정확한 사용 계획을 밝히지 않는다면 결과적으로 추가 세수분이 기획재정부의 의도대로 사용될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 우회 증세 논란 불가피

담뱃값 인상으로 인한 세수 증가가 금연 사업 이외의 목적으로 사용될 우려가 높아지면서 ‘우회 증세(增稅)’ 논란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담배에 국세인 개별소비세를 새로 부과하기로 하면서 중앙정부의 수입이 대폭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개별소비세는 연간 1조7600억 원, 부가가치세는 연간 1800억 원이 추가로 걷히면서 담배 판매로 인한 국세 수입은 1조9400억 원가량 늘어난다.

반면 담배소비량은 현재 연간 43억 갑에서 28억4000만 갑 수준으로 줄면서 지방세는 오히려 200억 원가량 줄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정부는 늘어난 국세의 40% 수준인 7400억 원가량은 지방교부세로 편성해 지자체에 지원할 계획이다.

국민 부담도 늘어난다. 담뱃값 인상으로 국내 흡연 성인 남성의 하루 평균 흡연량인 16.1개비의 담배를 피우는 흡연자는 연평균 97만5000원가량의 세금을 부담하게 된다. 담뱃값 인상 전 세금보다 2배가량 늘어나는 셈이다.

이에 대해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개별소비세는 고가의 담배일수록 높은 세금이 붙는 종가세 형식이기 때문에 저소득층에 더 많이 부담이 되는 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유근형 noel@donga.com / 세종=문병기 / 최지연 기자
#담뱃값 인상#증세

당신이 좋아할 만한 콘텐츠


기사 의견

   

주요뉴스

1/3이전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