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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년만의 메뚜기떼… 친환경의 역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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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년만의 메뚜기떼… 친환경의 역습?

이형주 기자 입력 2014-09-01 03:00수정 2014-09-01 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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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해남 간척지 공습당해
농작물 갉아먹는 메뚜기떼 8월 29일 전남 해남군 산이면 덕호리 간척지에 메뚜기 떼가 출몰해 벼와 잡곡류 잎과 줄기를 갉아 먹으며 피해를 주고 있다. 국립농업과학원은 메뚜기의 일종인 풀무치가 장마철에 비가 적게 내린 데다 온난화의 영향으로 개체가 크게 늘어난 것으로 보고 있다. 채널A 제공
8월 28일 오후 6시 전남 해남군 산이면 간척지 들녘. 민부기 씨(66)는 자신의 논 2ha의 벼에 뭔가가 새까맣게 달라붙어 있는 모습을 보고 군 농업기술센터에 신고했다. 그는 20일경 일부 메뚜기 떼를 발견하고 친환경방제재를 살포했는데 그 개체가 더 늘어났던 것.

민 씨는 “어릴 적 봤던 메뚜기는 파란색인데 이번에 출몰한 것은 검은색을 띠고 있어 이상했다. 메뚜기 떼가 벼는 물론이고 억새풀, 조, 기장 등 가리지 않고 먹어치워 피해가 커지고 있다”고 호소했다. 일부 농민은 4월부터 검은 메뚜기가 출현했으며 씨앗 종자나 퇴비 등에 묻어 외국에서 유입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국립농업과학원은 해남 간척지 들녘 20ha에 출현한 것은 메뚜기의 일종인 풀무치로 국내 토종이 갑자기 대량 번식해 늘어난 것이라고 밝혔다. 풀무치는 4∼6월 알에서 부화한 뒤 7∼10월경 날개가 나면서 길이 6∼7cm의 성충이 된다. 국립농업과학원 관계자는 “풀무치는 한 마리씩 있을 때는 파란색을 나타내지만 떼를 지어 다닐 때는 검은색을 띤다”고 말했다.


고려사와 조선시대 성종실록 등에는 메뚜기 떼 등을 ‘황충(蝗蟲)’이라고 표현하며 ‘재앙의 조짐’으로 분석했다. 공식적으로 1900년대 이후 메뚜기 떼가 창궐해 큰 피해를 입었다는 기록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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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메뚜기 떼의 공습은 올여름 마른장마와 가을철 잦은 비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풀무치는 성충이 된 뒤 흙, 모래에 알을 낳는데 장마철에 많은 비가 내리면서 대부분 씻겨 내려간다. 그러나 올해는 장마 때 비가 많이 오지 않으면서 풀무치 성체가 많아진 것으로 보인다. 또 농약을 쓰지 않는 친환경 농업이 확산되면서 메뚜기의 생존 환경은 좋아진 반면 천적인 새 등의 개체가 줄었고 온난화가 심화된 것도 원인으로 꼽힌다.

메뚜기 떼가 등장한 해남 산이면 간척지는 7, 8년 전부터 친환경농업을 해온 특구가 있고 수수, 조, 기장 등 잡곡 재배지가 많다. 이곳에는 농사를 짓지 않는 땅인 나대지도 많은데 메뚜기 천적인 철새가 2, 3년 전부터 해남 고천암호에서 눈에 띄게 줄었다. 2006∼2009년 충북 영동에서 창궐해 과일에 큰 피해를 입힌 토종 곤충 갈색여치가 창궐한 것도 까치 대량 포획이 원인으로 지목됐다. 이상계 국립농업과학원 작물보호과 연구관은 “풀무치 떼가 출현한 것은 그만큼 생태계가 복원됐다는 의미다. 일부 농작물을 갉아먹는 피해가 발생했지만 친환경 농약 등의 개발로 충분히 박멸할 수 있어 아프리카처럼 재앙이 되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메뚜기 떼가 내년에도 출현할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했다. 내년의 기후 조건이 올해와 비슷할 경우 반복될 수 있다는 얘기다. 해남군은 이와 관련해 8월 29일부터 31일까지 세 차례 방제작업을 벌였다. 안병용 해남군 농업기술센터 작물환경담당은 “이번 방제 작업으로 풀무치 90% 이상을 박멸했다. 앞으로도 방제 작업을 계속해 메뚜기의 습격을 막겠다”고 말했다.

해남=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메뚜기떼#친환경#해남 간척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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