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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SNS에서는]광고 아닌 광고 같은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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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SNS에서는]광고 아닌 광고 같은 것

김범석 소비자경제부 기자 입력 2014-08-29 03:00수정 2014-08-29 0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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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리꾼 사이에서 인기를 끌었던 한 게시물. 보통 남녀의 대화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마케팅을 위해 만든 것이다. 화면 캡처
“오빠!”

스마트폰 메신저 프로그램 창. 한 여성이 남자친구로 보이는 사람에게 말을 겁니다. “오빠” “나 오늘” “부장님이”라며 연달아 메시지를 보냅니다. 문장이 아닌 어절로 끊어 입력하는 걸 보니 꽤 급한 모양입니다. 그러자 남자친구가 메시지를 보냅니다.

“뭐? 대박” “부장님이 잘못했네”

남자친구는 무슨 이야기인지 듣지도 않고 여자친구 편을 들어줍니다. 이런저런 사연을 알려주려던 여성은 할 말을 잃은 듯 “어… 고맙(고마워)…”이라고 힘 빠진 듯 답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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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 메신저 속 이 남녀의 대화는 지난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비롯한 주요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에 게시됐습니다. 여자친구의 얘기가 뭔지도 모른 채 바로 맞장구치는 남자친구의 모습이 웃음 포인트입니다. 누리꾼들은 “나도 저런 적 있다” “여자친구에 대한 남자친구의 충성심이 과했다” 등 상황에 대한 나름의 분석을 늘어놓았습니다.

그런데 27일, 한 음료 회사가 보도 자료를 배포했습니다. ‘공감 콘텐츠 조회 300만 건 돌파’라는 내용의 자료에 이 남녀 커플의 대화가 실렸습니다. 알고 보니 이 대화는 음료 제품 광고를 위해 회사가 만든 ‘자작’ 대화였습니다.

남녀의 메신저 대화와 음료는 무슨 관계가 있을까. 업체 관계자는 “남자친구의 대화 프로필 사진을 잘 보라”고 말했습니다. 살펴보니 남자친구의 프로필 사진을 싣는 공간에 해당 회사의 제품 사진이 걸려 있었습니다. SNS에 확산된 이 대화를 보는 누리꾼들에게 제품 사진을 반복적으로 노출함으로써 제품을 홍보하려는 의도였습니다. 이를 무의식을 활용한 마케팅이라 불러야 할까요?

대화의 ‘실체’를 알아챈 SNS상의 누리꾼 중 상당수는 “힘 빠진다”는 반응입니다. 실화로 믿었던 것이 허구로 판명될 때 느끼는 허탈감을 얘기합니다. 무엇보다 이제는 온라인상의 게시글 중 어디까지가 광고인지 그 ‘선’을 알 수 없다는 것이 혼란스럽다는 반응입니다.

이런 사례도 있습니다. 한 인터넷 강의 제작 업체는 한 전자회사의 태블릿PC 체험기를 통해 광고를 합니다. “방금 출시된 A 태블릿PC, 써봤어요”로 시작되는 글은 중간까지 박스 개봉, 제품 전원 켜기, 속도 측정 등 태블릿PC에 관련된 내용이 담겨 있습니다. 그러다 후반부 “이 태블릿PC로 ○○○ 선생님의 강의를 듣는다면 얼마나 좋을까요?”로 반전을 맞습니다. ‘기-승-전-광고’의 전형입니다.

한동안 상당수 업체는 유명 ‘파워블로거’를 통해 온라인 마케팅을 해왔습니다. ‘써보니 괜찮다’ ‘체험해보니 좋다’는 글들은 곧바로 매출에 영향을 줄 정도로 힘을 발휘했습니다. 하지만 너도나도 파워블로거임을 자처하기 시작했고 좋지도 않은 제품을 좋다고 하는 등 ‘짜고 치는 고스톱’이라는 비판이 이어지면서 업체들의 전략도 바뀐 것입니다. 한 유통업계 담당자는 “요즘은 SNS상의 ‘일상글’(누리꾼들이 일상적으로 자유롭게 올리는 글)처럼 보이도록 하는 것이 광고의 핵심 전략”이라고 말할 정도입니다.

6월 공정거래위원회는 블로그나 SNS에 광고글을 올릴 때 해당 글이 홍보글임을 밝히는 것은 물론이고 광고주에게 대가를 받았다는 사실까지 밝히도록 ‘추천·보증 등에 관한 표시·광고 심사지침’을 개정한 바 있습니다. 하지만 온라인 광고는 이미 일상글까지 파고들었습니다. ‘내 것인 듯 내 것 아닌 내 것 같은 너’라는 노래 가사처럼 광고인 듯 광고 아닌 광고 같은 것이 오늘도 ‘스마트’한 소비자들을 공략하고 있습니다.

김범석 소비자경제부 기자 bsism@donga.com
#광고#파워블로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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