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치료에 새 지평… 의료수출 핵심기술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8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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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에 의료수출 첫 성과]
삼성서울병원 ‘아바타 시스템’은
환자 개인별 맞춤형 치료 가능… 뇌조직은행에 500명 데이터 축적

남도현 교수
남도현 교수
악성 뇌종양인 교모세포종 판정을 받은 60대 여성 A 씨는 올해 초만 해도 희망이 없어 보였다. 방사선, 항암 치료 등 기존 치료를 충실히 따랐지만 종양이 줄지 않았기 때문이다.

의료진은 1∼2개월이 지나면 혼수상태에 이를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하지만 A 씨는 올해 3월부터 개인 맞춤형 항암제 처방을 받고 효과를 보기 시작해 6개월 동안 생존해 있다.

뇌종양이 아닌 기존 폐암 환자에게 투여하는 항암제가 A 씨에게 맞을 수 있다는 남도현 삼성서울병원 교수팀의 진단을 따른 뒤였다. 남 교수는 “아바타 스캔을 통해 A 씨에게 가장 잘 맞는 항암제를 찾아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응급 임상시험 허가를 받아 약을 투여한 뒤 암 덩어리가 줄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번에 사우디아라비아에 수출되는 아바타 시스템은 개인 맞춤형 치료의 핵심 기술이다. 자신과 가장 비슷한 유전체 정보를 가진 환자의 치료 기록을 근거로 맞춤형 처방을 할 수 있다.

맞춤형 치료의 꿈은 아바타 마우스로부터 시작됐다. 남 교수는 환자의 종양을 추출해 면역성이 낮은 쥐에게 주입한 뒤 여러 가지 치료를 미리 해보는 시스템을 삼성서울병원에 구축했다. 자신의 분신(아바타)을 통해 미리 임상시험을 한다는 의미로 아바타 시스템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보건복지부로부터 선도형 특성화연구사업으로 선정된 이 시스템의 성과는 지난해 1월 세계적인 신경외과 학술지 ‘셀(Cell)’에 소개됐다. 남 교수는 아바타 연구 성과를 인정받아 동아일보가 선정한 ‘10년 뒤 한국을 빛낼 100인’에 선정되기도 했다.

아바타 마우스를 통해 확보된 데이터베이스는 뇌조직은행에 구축됐다. 삼성서울병원의 양성자센터 1층에 268m² 규모로 조성된 뇌조직은행에는 환자 약 500명의 사례가 이미 축적돼 있다.

남 교수는 “이제 쥐를 이용하지 않고도 뇌조직은행에 구축된 정보를 검색해서 맞춤형 치료 방법을 사용할 수 있는 아바타 스캔 시스템이 구축됐다”며 “뇌종양 환자뿐만 아니라 위암 폐암 환자에게도 적용하는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진한 기자·의사 likeday@donga.com
#아바타#삼성서울병원#사우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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