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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촌상 영광의 얼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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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촌상 영광의 얼굴들

김상운 기자, 김희균기자 , 서정보기자 , 정세진기자 입력 2014-08-26 03:00수정 2014-08-26 1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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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회 인촌상 수상자]
좋은 세상 만들기 외길… 그 큰 발자취를 기립니다
《 재단법인 인촌기념회와 동아일보사는 25일 인촌상 수상자를 발표했다. 28회째를 맞은 올해 인촌상은 교육, 언론·문화, 인문·사회, 과학·기술 등 4개 부문에서 탁월한 업적을 이룬 인사와 학회가 수상자로 선정됐다. 심사는 부문별로 권위 있는 대학교수 등 외부 전문가 4, 5명씩이 참여해 6월 말부터 8월 중순까지 진행됐다. 수상자들의 소감과 공적을 소개한다. 》

▼ 문민-참여정부서 교육장관… “교육 균형 위해 더 노력” ▼

교육


안병영씨 <연세대 명예교수>
“과분한 상을 받아 대단히 영광입니다. 이런 상을 덥석 받는 것이 염치없을 정도입니다. 교육의 균형을 위해 더 노력하겠습니다.”

주요기사

교육부 장관을 두 차례 지낸 안병영 연세대 명예교수(73)는 인촌상 수상자로 결정됐다는 연락을 받고 한동안 믿기지 않았다고 했다. 수상 소식을 듣고 장관 시절을 돌아보니 교육의 수월성과 형평성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노력한 것이 인정받은 것 같다고 말했다.

안 전 장관은 성격이 전혀 다른 문민정부와 참여정부에서 모두 교육부 장관으로 발탁됐다. 그는 “입각 전에는 김영삼 전 대통령이나 노무현 전 대통령을 한 번도 뵌 적이 없었다”면서 “꾸준히 민주화를 지향하는 행정학자였기에 중용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안 전 장관은 문민정부에서 5·31 교육개혁의 기틀을 다지고 현장에 이를 정착시켰다. 안 전 장관은 “5·31은 한국에서 실행된 교육 개혁 가운데 가장 성공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면서 “정권이 수차례 바뀌어도 5·31 개혁이 계속 한국 교육의 근간이 됐다는 것은 비교적 성공적이라는 방증”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당시 정권의 이념적인 부분이 세계화에 쏠려 있어서 5·31 교육개혁도 수월성에 너무 무게중심이 실려 있었던 점이 약간 아쉬웠다고 말했다. 안 전 장관은 이를 극복하기 위해 교육복지라는 개념을 처음으로 창안하고, 교육 소외 계층을 보듬는 정책을 만들었다고 돌이켰다. 특히 대안학교를 제도권으로 끌어 들였는가 하면, EBS 수능강의의 출범을 두고 ‘국가가 이제 과외까지 한다’는 사회적 비난에 직면했음에도 불구하고 농어촌 학생이나 도시 빈곤층에 교육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강행한 점을 성과로 꼽았다.

참여정부에서는 형평성을 강조하는 정부에서 수월성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노력했다고 밝혔다. 교육계에서 금기시됐던 교원평가의 물꼬를 트고, 영재교육을 도입한 것 등이 대표적인 성과다.

안 전 장관은 “많은 분이 교육의 수월성과 형평성을 양자택일할 문제로 보는데 나는 이것을 조화와 균형의 문제로 본다”면서 “특히 정부가 한쪽 성향을 강조할 때 교육 수장은 균형추 역할을 잘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그는 “교육부 장관은 임명된 순간부터 나갈 각오로 일해야 한다”면서 “교육은 정권의 수명을 넘어서야 한다”는 당부를 교육계에 남겼다.
  
●공적

한국을 대표하는 행정학자이자 두 차례나 교육 수장을 지낸 교육 행정가다. 중도 지향의 교육개혁을 성공적으로 실천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연세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오스트리아 빈 대학에서 정치학 박사를 받은 뒤 연세대 행정학과 교수, 한국행정학회 회장을 지냈다. 문민정부에서 교육부 장관으로 5·31 교육개혁을 주도했다. 초등학교에 영어교육을 도입해 국제화 교육을 선도하고, 학교운영위원회를 도입해 교육 현장을 혁신했다. 교육 소외계층을 위한 프로그램도 적극적으로 도입해 사회 통합에 기여했다. 참여정부에서 부총리 겸 교육인적자원부 장관으로 영재교육의 틀을 잡는 등 교육의 균형을 잡았다. 현재 연세대 명예교수로 후학 양성과 학문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

▼ 우리말글 지키기 106년… “한글 해외 보급에 힘쓸것” ▼

언론 문화


한글학회
“한글학회가 외부의 큰 상을 받는 건 처음이네요. 사실 그동안 역사와 활동에 비해 뒤늦은 감이 있지만 반가운 일입니다.”

11일 서울 종로구 새문안로 한글회관에서 만난 김종택 한글학회 회장(77·경북대 명예교수)은 “한글학회의 수상은 인촌상의 위상에 걸맞은 것”이라며 웃었다.

1908년 창립돼 106년의 역사를 가진 한글학회는 일제강점기부터 지금까지 한글의 요람 역할을 충실히 해왔다. 한글날 제정, 맞춤법 및 외래어 표기법 공표, 한글큰사전 제작, 한글 전용 운동 등 한글학회의 역사는 근대 이후 한글의 역사와 궤를 같이한다.

특히 일제강점기 당시 한글을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한 것은 한글학회가 단순한 학술단체가 아니라 민족 각성과 독립을 위해 노력해온 단체임을 보여준다. 조선어학회는 1942년 ‘조선말 큰사전’ 출판에 착수했다. 당시 한글 교육 금지, 창씨개명 등을 진행하던 일제는 사전 편찬이 가장 힘 있는 민족운동이라고 보고 그해 치안유지법 위반으로 학회 관련자 33명을 대거 함흥형무소에 구금하는, 이른바 ‘조선어학회 사건’을 일으킨다.

“한글이 세종대왕 창제 이후 그냥 물과 공기처럼 우리에게 주어진 것 같지만 일제강점기 때 선각자들의 지난한 노력과 투쟁을 거쳐 정리되고 현대화되면서 지금 우리가 쓸 수 있는 것입니다. 한글이 정리됐기 때문에 국민 교육이 가능했고 두 세대도 지나지 않아 지금처럼 성장하게 된 원동력이 됐습니다.”

한글학회 주도로 29일 서울 세종로공원에서 ‘조선어학회 한말글 수호 기념탑’이 제막된다. 세종대왕 동상과 50m 거리를 두고 있는 이 기념탑은 조선어학회 사건으로 투옥된 33명과 고초를 겪은 8명, 재정적 법률적 도움을 준 16명을 기린다.

“이번에 기념탑 건립으로 조선어학회 사건의 역사적 의미를 되살릴 수 있게 됐습니다. 인촌도 한글학회에 많은 재정적 지원을 해준 인물이라는 게 당시 실무자의 증언과 자료로 입증돼 기념탑에 이름이 들어갑니다.”

한글학회는 현재 부산 등 10개 국내 지회와 일본 간사이 지회, 중국 헤이룽장 성·저장 성 지회 등을 두고 있다.

“세계 300여 개 대학에 한국어학과가 있고 2000여 곳에 한국어 교육기관이 있어요. 한글학회도 세계화에 발맞춰 한글 해외 보급에 힘써 나갈 겁니다.”

●공적

일제의 침략이 노골화하던 1908년 문맹 타파와 나라글 보존을 통해 국권을 되찾기 위해 창립된 우리나라 최초의 학술단체. 1926년 ‘한글날’의 시초인 ‘가갸날’을 제정했다. 1929년 조선어사전 편찬회를 조직한 뒤 1933년 ‘한글 맞춤법 통일안’을, 1941년 ‘외래어 표기법 통일안’을 펴내 한글 현대화의 기초를 닦았다. 광복 후 1947년 ‘큰사전’ 1권을 낸 뒤 1957년 6권을 모두 완간해 최초의 국어대사전을 선보였다. 한글 전용, 한글 기계화, 우리말글 바로 쓰기, 학술대회, 해외 한국어 교사 연수 등 보급 및 진흥 사업에 매진했다. 국내 최초의 국어-언어학 학술지인 ‘한글’(1932년 창간)과 말글 교양잡지인 ‘한글 새소식’(1972년 창간)을 꾸준히 내고 있다. 최근 한글날 공휴일 지정, 국회 깃발 휘장 배지의 한글화를 주도했다.

▼ 사회학 토착화 이끈 ‘1세대’… “선비정신 되살리는게 꿈” ▼

인문 사회


김경동씨 <KAIST 초빙교수>
“문화 진흥에 공헌한 인촌 선생을 기리는 상인 만큼 앞으로 정치 경제 사회는 물론이고 문화와 정신적 가치까지 아우르는 ‘질적 사회발전’에 보탬이 되도록 더 노력하겠습니다.”

25일 서울 동대문구 회기로 KAIST 경영대에서 만난 김경동 KAIST 초빙교수(78·서울대 명예교수)는 여든을 바라보는 나이에도 2시간에 가까운 인터뷰에 지친 기색이 없었다. 서울대에서 은퇴한 지 10년이 훌쩍 넘었지만 김 교수는 각종 시민단체 활동에 대학원 강의까지 왕성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김 교수는 한국 사회학 1세대의 대표 학자로 손꼽힌다. ‘근대화는 곧 서구화’로 통하던 1960, 70년대 주류 사회학의 한계를 비판하며 한국 사회학의 토착화를 이끌었다.

무엇보다 1978년 엄혹한 유신독재 치하에서 김 교수가 내건 ‘인간주의 사회학’은 학계에 적지 않은 충격을 줬다. 경제발전이 모든 것에 우선하는 사회 분위기 속에서 구조결정론의 한계를 지적하고 인간의 자율성을 중심에 놓는 그의 이론은 적지 않은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김 교수는 “당시 박정희 대통령이 사회보장마저 제2의 경제라고 말했는데 이건 아니다 싶었다”며 “경제가 아닌 사람을 중심으로 사회이론을 만들어야 한다는 게 오랜 신념이었다”고 말했다.

인간주의 사회학이 유신체제와 불협화음을 일으켰다면 한국 전통사상을 재해석한 그의 근대화 이론은 미국식 주류 사회학과 각을 세운 것이었다. 제3세계의 전통을 사회발전의 장애물로 여긴 서구 학자들과 달리 김 교수는 이미 1980년대부터 유학을 발전적으로 계승하려는 연구 활동을 이어왔다. 그는 1985년 미국 뉴욕에서 열린 국제학술회의에서 ‘한(恨)’의 개념으로 한국의 경제개발 동기를 재해석했다. 개인이 자신을 희생하고 헌신적으로 경제개발에 참여한 사회 심리적 동기를 규명한 것이다.

김 교수는 “본래 주류 사회학의 통계학과 경험적 연구방법을 제대로 공부하려고 미국 유학을 떠났지만 갈수록 한계를 느꼈다”며 “우리 전통의 문화요소로부터 이론을 만들어내는 일종의 ‘문화적 독립성’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앞으로의 계획을 묻는 질문에도 김 교수는 전통문화를 잊지 않았다.

“우리나라 문화의 대표적 특성 중 하나는 선비정신입니다. 조선이 500년이나 왕조를 이어온 저력이 바로 여기서 나왔죠. 오늘날 잊혀진 선비정신을 되살리는 연구를 해보고 싶습니다.”

●공적

서울대 사회학과에서 학사와 석사를 마치고 미국 코넬대에서 사회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미국 노스캐롤라이나대 교수를 거쳐 서울대 교수로 옮겼다. 한국 사회학 1세대 학자로 사회학의 토착화에 크게 기여했다. 사회학에서 구조주의가 대세였던 1978년 인간의 자율성을 앞세운 ‘인간주의 사회학’을 주장해 학계에 충격을 줬다. 경제개발 우선의 시대적 상황에서 산업과 노동, 환경문제의 심각성을 일찍이 주목해 사회학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 특히 유교를 근대화의 장애물로 여기던 시절, 전통사상으로부터 사회학 이론을 추출하는 시도로 적지 않은 성과를 거뒀다. 퇴임 이후에도 시민사회포럼 대표와 한국자원봉사포럼 회장을 지내는 등 사회공헌에 적극 나섰다. 학술원 회원이며 옥조근정훈장과 성곡학술문화상, 대통령 표창을 받았다.

▼ 3D TV 핵심소재 세계 첫 개발… “조직혁신이 퍼스트무버 열쇠” ▼

과학 기술


유진녕씨 <LG화학 기술연구원장>
“저 혼자 받은 게 아니라 LG화학 기술연구원 소속 연구진 모두가 함께 받은 것으로 생각하겠습니다.”

유진녕 LG화학 기술연구원장(57)은 25일 인촌상 수상 소감을 밝히면서 함께 일하는 동료 연구원들에게 공을 돌렸다. 자동차용 리튬 이온 2차전지를 비롯해 3차원(3D) TV 핵심소재인 편광필름패턴(FPR) 등 잇따라 세계 최초 제품을 개발하는 데 연구원들의 집단지성이 큰 역할을 했다는 것이다.

유 원장은 외부 조직과의 협업이나 공동 연구개발(R&D)을 하는 이른바 ‘오픈 이노베이션’의 전도사다. 그는 “한국 기업 직원들이 과거처럼 상사가 시키는 것만 하면서 효율성만을 추구한다면 ‘퍼스트 무버(선도자)’가 될 수 없다”고 단언했다. 세상에 없는 창의적인 것을 만들려면 연구원들이 자율적으로 다양한 아이디어를 내놓고 오픈 이노베이션을 통해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그는 외부보다 내부 조직 간 협업을 강조한다. 유 원장은 “우리 연구원에서는 연구원 2900여 명이 200여 개 팀에 소속돼 운영되고 있다”며 “자신의 팀에서 필요한 기술을 이미 다른 팀이 갖고 있을 수 있지만 이걸 모르고 쓰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내부 조직 간 협업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조직 문화의 혁신이 필요하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LG화학 기술연구원에서는 연구원들이 자발적으로 아이디어를 내도록 독려한다. 비슷한 분야에 관심 있는 연구원들이 모여 연구동아리 활동을 하면 회사는 지원도 한다. 또 매년 사내기술 콘퍼런스인 ‘테크페어’ 행사를 열어 다른 팀들이 가진 생각과 아이디어를 공유하도록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다.

이렇게 해서 탄생한 제품 중 하나가 3D TV를 편광안경으로 볼 수 있도록 만들어준 FPR다. 이 제품은 3개 연구팀이 서로의 아이디어를 공유해 가면서 탄생시켰다. 정보기술(IT) 제품에 사용되는 휘어지는 배터리의 소재인 플렉시블 케이블도 내부 협업의 결과물이다. 유 원장은 “회사 내 여러 팀의 핵심역량이 합쳐지면서 새로운 제품이 만들어졌다는 것은 결국 그런 조직을 동시에 갖지 못한 경쟁 회사는 만들 수 없다는 의미”라며 “결국 내부 협업은 차별화된 제품을 만들 수 있는 핵심 요소”라고 설명했다.

유 원장은 “‘세상에 없는 새로운 제품을 만들자’ ‘퍼스트 무버가 되자’고 아무리 선언해도 조직 문화가 바뀌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고 지적했다.

●공적

유진녕 LG화학 기술연구원장(사장)은 1981년 LG화학에 입사해 30년 넘게 연구개발(R&D) 분야에서 일했다. 이 과정에서 회사가 세계적인 소재기업으로 성장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유 사장은 특히 자동차용 2차전지의 원천기술과 핵심소재를 개발해 한국이 이 분야에서 선도적인 국가가 되는 데 기여했다. 세계 최초로 3차원(3D) TV의 핵심소재인 편광필름패턴(FPR)도 개발했다. 연구원과 연구조직 간 장벽을 허물면서 사내 협업을 유도하는 ‘오픈 이노베이션’도 꾸준히 추진해 성과를 냈다. 2012년 ‘금탑 산업훈장’을 받았다. 같은 해 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로부터 ‘최고기술책임자(CTO) 부문’ 수상자로도 선정됐다. 올 6월에는 국가과학기술연구회 이사로 선출됐다.

▼ 제28회 인촌상 심사위원 ▼
▽교육 △위원장: 권대봉 고려대 교수

△위원: 강상진 연세대 교수, 성기옥 세계화교육문화재단 회장, 정철영 서울대 교수

▽언론·문화 △위원장: 정구종 동서대 석좌교수 △위원: 고승철 나남출판 사장, 김영석 연세대 교수, 정형민 국립현대미술관장

▽인문·사회 △위원장: 이태수 인제대 석좌교수 △위원: 조광 고려대 명예교수, 홍두승 서울대 교수, 홍정선 인하대 교수

▽과학·기술 △위원장: 김병윤 KAIST 부총장 △위원: 권오경 한양대 교수, 김기문 포스텍 교수, 김이환 산업기술진흥협회 부회장, 노정혜 서울대 교수

김희균 기자 foryou@donga.com  
서정보 기자 suhchoi@donga.com  
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  
정세진 기자 mint4a@donga.com

#인촌상#안병영#한글학회#김경동#유진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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