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이 책, 이 저자]‘데스크 프로젝트’ 펴낸 김종민씨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8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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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자의 책상은 그 자체가 예술… 창의력 넘어 인생까지 담겨있죠”

미국 콜럼버스에 사는 그래픽 디자이너 제러미 슬래글 씨의 책상. 구글 본사에서 근무하는 저자는 전 세계 창작자 100명의 책상 사진을 책에 담았다. 스윙밴드 제공
미국 콜럼버스에 사는 그래픽 디자이너 제러미 슬래글 씨의 책상. 구글 본사에서 근무하는 저자는 전 세계 창작자 100명의 책상 사진을 책에 담았다. 스윙밴드 제공
“당신의 데스크(책상)는 어떻습니까?”

“음, 그냥 PC와 노이즈 캔슬링(Noise Cancelling) 헤드폰이 놓여 있고요. 하루키 소설 ‘해변의 카프카’에 ‘침묵이란 귀에 들리는 것’이란 구절이 나오는데 저는 침묵을 들려줘야 집중할 수 있어서요. 아. 해골 머리 모형도 하나 있습니다.”

4년 동안 ‘데스크 프로젝트(Desk Project)’를 진행해온 웹 개발자이자 디자이너 김종민 씨(33·사진)의 말이다. 구글 본사에서 모바일 웹 개발 업무를 담당하는 그는 2011년부터 세계 각지의 창작자들로부터 책상 사진을 수집해 인터넷 아카이브를 구축했다. 최근 이를 ‘데스크 프로젝트’(스윙밴드)란 책으로 출간했다.

“‘어떻게 이런 생각을 했지’ ‘어디서 아이디어를 얻었을까’ 하고 놀랄 때가 많죠? 2006년 서울에 있는 IT(정보기술)업체에서 일하다 아이디어는 책상과 연관이 많다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책상의 풍경은 아름다우면서도 그 자체가 하나의 예술작품이더군요. 메모한 종잇조각. 먹고 치우지 않은 커피 잔까지…. 창작자들의 책상을 한곳에 모으자고 결심했죠.”

고졸에다 유학 한 번 가본 적 없는 그가 선망의 대상인 구글 본사에서 일하게 된 과정이 궁금했다.

“제가 좀 특이한 케이스예요. 부산 토박이로 해운대고등학교를 졸업했을 때 외환위기가 왔어요. 부모님이 서울로 돈 벌러 가시면서 혼자 있는 저에게 무언가라도 하며 지내라고 컴퓨터를 사주셨어요. 그걸로 프로그램을 배우고, 이런저런 것을 만들다 보니 웹 개발, 디자인에 관심이 생겨 IT업체에 발을 들여놨습니다.”

그는 서울에 있는 IT업체에서 경력을 쌓은 후 2011년 미국 뉴욕의 IT회사로 이직했다. 업계에서 웹 분야의 상을 여러 번 받은 실력을 인정받았다. 지난해 11월 구글 본사에서 스카우트 제의를 받았다. 김 씨는 “제가 만든 새로운 스타일의 웹사이트가 인터넷에서 화제가 됐고 이를 구글이 인상적으로 본 것 같다”고 말했다.

김 씨는 ‘데스크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많은 곡절을 겪었다. 처음 인터넷 홈페이지를 만들었지만 참여자가 20여 명에 불과할 정도로 지지부진했다. 그러던 차에 이 프로젝트가 조금씩 언론의 관심을 받고 인터넷의 오스카상이라는 ‘웨비 어워드’에서 수상까지 하자 전 세계에서 ‘내 책상 사진을 올리고 싶다’는 연락이 왔다. 3년간 창작자 537명 중에서 120명을 골랐다.

“창작자가 어떤 일을 하면서 어떤 것을 만들 것 같다는 묘한 분위기와 매력이 느껴지는 책상이 있습니다. 또 호기심을 자극하는 책상이 좋아요. 수백 개의 책상을 보다 보니 책상에는 창의력을 넘어 인생이 담겨 있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미국 덴버에 사는 프로듀서 샤즈 씨는 책상에 대해 “내게 책상이 없다면 나는 민들레 꽃씨를 쫓는, 길을 잃어버린 강아지이고, 톱 없는 목수”라고 표현한다. 일본 도쿄에 사는 엔지니어 야마다 다카 씨는 3년 전 아내와 함께 쓸 책상을 만들었다. 하지만 아내는 암으로 사망하면서 책상을 쓸 일이 없어졌다. 야마다 씨는 말한다.

“책상은 아내에 대한 기억입니다.”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책의향기#김종민#책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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