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피하라” 구로역 화재 시민 큰 불편, 인명피해 없었지만…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7월 30일 16시 2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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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지하철 1호선 구로역사에서 30일 오전 10시경 역사와 옆 건물을 잇는 2층 통로 화장실에서 불이나 역사 내 시민 200여 명이 대피하는 소동이 일었다. 불은 20여 분 만에 인명피해 없이 꺼졌지만 이후 이 역을 지나는 전철과 KTX, 새마을호 등 이 곳을 지나는 모든 열차의 운행이 50분~2시간 가량 중단돼 휴가철 시민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

소방당국에 따르면 화장실에서 시작된 연기가 선로와 대합실로 퍼졌다. 불이 났을 때 화재경보기가 요란하게 울렸고, 옆 건물인 직원 숙소에서 휴식하고 있던 코레일 직원 20여 명도 밖으로 급하게 대피했다.

화재가 나면서 배전반에 들어가는 전력케이블이 끊겨 구로역사가 단전돼 역사 내 안내방송이 어려웠고 역 직원 9명과 승무사업소 직원 6명이 플랫폼으로 내려가 소리를 지르며 승객들을 대피시켰다. 당시 역사 내에 들어와 있던 전동차 한 대에 탄 승객들도 대피한 것으로 확인됐다. 한명우 구로역장은 "역사와 달리 승강장 전기는 끊기지 않아 승강장에 있는 시민들에게 '화재가 발생했으니 대피하라'고 안내방송을 했다"고 설명했다.

기차와 전동차 운행도 중단됐다. 화재로 철도 신호계통에 전원 공급이 끊기면서 자동적으로 열차 운행이 중단된 것. 코레일 측에서 긴급복구반을 투입해 10시 46분 KTX와 일반 열차의 운행이 재개된 것을 시작으로 12시 5분 신호기가 복구돼 모든 열차와 전동차가 정상적으로 운행하게 됐다.

열차와 전동차가 지연되면서 시민들은 큰 불편을 겪었다. 아이들과 휴가 차 친정인 경남 창원으로 내려가려고 서울역에서 오전 10시 40분 KTX를 탄 조모 씨(37)는 약 1시간반 뒤인 12시 3분에야 서울역에서 출발할 수 있었다. 조 씨는 "기차 안에서 내내 지연되고 있다는 방송만 나왔다"며 "아이들이 오랜 시간 기차 안에 있으며 힘들어했다"고 말했다.

신호기는 복구됐지만 정전이 된 구로역은 오후가 되도록 전기가 들어오지 않아 어두컴컴했고 매캐한 냄새가 가득했다. 역을 빠져나가는 시민들은 한 손으론 코를 부여잡았고 한 손으론 연신 부채질을 했다. 개찰구의 교통카드 인식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아 열차가 정차할 때마다 승객들은 일렬로 길게 줄서 직원들에게 환승기록을 점검받고서야 역을 빠져나갔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화장실 옆 배전반에서 전기 합선이나 누전 등 전기적 요인으로 불이 시작된 것으로 보고 정확한 화재 원인을 조사하고 있다.

김현지기자 nuk@donga.com

박성진기자 psj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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