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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타지 마니아들 10년 ‘협박’이 ‘대박’으로 이어질 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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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타지 마니아들 10년 ‘협박’이 ‘대박’으로 이어질 줄은…

김윤종기자 입력 2014-07-16 03:00수정 2014-07-16 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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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 R R 마틴 장편 ‘얼음과 불의 노래’ 누적판매 30만부 돌파
장편 판타지소설 ‘얼음과 불의 노래’ 2부 ‘왕들의 전쟁’을 토대로 만든 드라마의 한 장면. 내전으로 살해된 왕의 딸 대러니스(에밀리아 클라크)가 복수를 위해 군대를 양성하고 있다. 은행나무 제공
조지 R R 마틴
“돈만 아는 출판사 아닙니까. 그 따위로 살지 마시오!”

끊임없이 이어지는 항의와 협박…. 지금 생각해도 아찔하다. 협박이 아찔했다는 의미가 아니다. 열혈 독자 100여 명의 협박을 ‘오타쿠’(한 분야에 지나치게 빠져드는 사람)의 몰지각한 행동으로 치부해 무시했다면 현재와 같은 ‘대박’은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소설 ‘얼음과 불의 노래’를 둘러싸고 10년간 이어온 출판사와 독자의 애증은 드라마를 방불케 한다.

○ 10년간 이어진 출판사 vs 독자 전쟁

‘얼음과 불의 노래’는 미국 작가 조지 R R 마틴(66)의 장편 판타지 소설로 ‘해리포터’처럼 총 7부가 예정돼 있으며 현재 미국에선 5부까지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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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이 국내에 처음 출간된 것은 14년 전인 2000년 11월. 은행나무 출판사는 1부 ‘왕좌의 게임’을, 2001년 2월 2부 ‘왕들의 전쟁’을 연달아 출판했다. 판타지 장르의 국내 독자층이 얇고 미국에서도 초기엔 큰 반향을 일으키진 않았지만 ‘문학적 가치가 높다’고 판단해 과감히 출판한 것.

처참했다. 초판 2000부 중 1500부가 반품됐다. 두꺼운 책이어서 번역비만 4000만 원이 들었다. 실패한 작품이라고 보고 ‘3부 발간 계획은 없다’고 홈페이지에 공지했다.

그러자 1, 2부를 구매했던 이 책의 열혈 팬들이 “돈만 아는 출판사” “독자와의 약속을 무시하는 비도덕적 행태”라며 맹렬히 비난하기 시작했다. 조직적으로 출판사에 전화를 걸어 ‘3부를 내라’고 협박했다. 직접 사무실로 찾아와 읍소한 독자도 있었다.

“100명 정도에 불과한 마니아 독자들이 똘똘 뭉쳐 1년 이상 협박과 회유를 거듭하니 3부를 낼 수밖에 없었습니다.”(은행나무 주연선 대표)

○ 번역가 교체로 인한 또 한 차례 소동


2005년 3월 15일 드디어 3부 ‘성검의 폭풍’이 출간됐다. 마니아들은 여세를 몰아 곧바로 4부 출간을 요구했다. 당시 은행나무 측은 손해액만 2억 원이 넘은 상태였다. 출판사 내부에서는 “조지 R R 마틴이 아파서 후속편을 못 내면 좋겠다”는 농담마저 나왔다.

궁여지책으로 4부는 1∼3부 번역가 대신 경험이 적은 번역가에게 맡겠다. 번역 비용이 50%가량 저렴했기 때문이다. 4부 ‘까마귀의 향연’이 2008년 6월 발간되자 독자 항의가 재개됐다.

“판타지는 세계관이 중요해요. 같은 ‘Sword’라도 어느 왕국의 어떤 가문이 쓰느냐에 따라 단검, 장검, 대도 등 다르게 해석해야 합니다. 그런데 번역본은 모두 ‘검’으로만 나와요. 설정부터 용어까지 판타지 장르의 문법을 모르니 오역이 가득했어요. 울화가 터졌죠.”(독자 이태헌 씨)

번역가에게 비판 e메일이 쏟아졌고 인터넷에는 1∼3부와 4부의 달라진 문체를 비교하는 글이 올라왔다. 결국 출판사는 4부 판매를 중지하고 원래 번역가를 섭외해 다시 번역했다. 독자들과 정기 토론회를 갖고 그 내용을 반영해 4부의 재번역판을 출간했다. 하지만 4부 역시 약 2000부 판매에 그쳤다.

○ 쨍하고 해 뜬 날

출판사와 독자의 갈등이 윈윈 게임으로 반전된 것은 미국 케이블채널인 HBO가 ‘얼음과 불의 노래’의 드라마를 방영한 2011년부터. 드라마의 재미가 서서히 입소문을 타고 알려지고 국내 방영도 이뤄지면서 판매량이 4, 5배 급증한 것.

마지막 고비도 있었다. 국내에서 베스트셀러가 되자 저자 측이 선인세를 올라달라고 압박한 것.

“당시 선인세가 각 부당 300만 원이었어요. 출판사가 손해를 보면서도 계속 출간했던 우여곡절을 얘기하며 설득했죠. 2013년 나온 5부 ‘드래곤과의 춤’ 선인세를 1000만 원 선에서 합의했어요.”(은행나무 이진희 출판주간)

이 책의 누적 판매량은 이제 30만 부에 이른다. 은행나무 사람들은 이렇게 중얼거린다.

“독자들의 ‘협박’이 ‘대박’이 될 줄이야∼.”

▼드라마 붐 타고 세계적 킬러콘텐츠 부상… 오바마도 열혈 시청자▼

‘얼음과 불의 노래’ 시리즈는
가상의 대륙 7개국가의 전쟁과 권력다툼 과정 그려… 최근엔 게임으로 개발되기도


총 7부작으로 예정된 조지 R R 마틴(66)의 장편 판타지 소설 ‘얼음과 불의 노래’ 시리즈는 세계적인 ‘킬러 콘텐츠’로 통한다.

주요 내용은 가상의 대륙 ‘웨스테로스’를 무대로 7개 국가의 왕과 귀족들이 대륙을 지배하는 연맹 왕국의 통치권을 차지하기 위해 전쟁과 권력 다툼을 벌이는 과정이다. 내전으로 살해된 과거 왕의 딸이 용을 키워 복수를 꿈꾼다. 미국에서는 5부(드래곤과의 춤)까지 발매됐다.

책도 인기를 끌었지만 2011년 4월 미국 드라마 전문채널 HBO가 1부(왕좌의 게임)를 원작으로 한 동명의 드라마를 방영하면서 세계적 팬덤 현상이 발생했다. 해외 언론에서 2012년 가장 열광적인 팬덤 문화로 가수 레이디 가가, 저스틴 비버와 함께 ‘왕좌의 게임’을 뽑았을 정도. 골든글로브상과 에미상 시상식에서 각종 상도 휩쓸었다. 매년 시즌제로 방영하며 현재 소설 3부(성검의 폭풍)까지 다룬 시즌4까지 끝난 상태다. 최근 게임으로 개발되기도 했다.

문화평론가들은 ‘얼음과 불의 노래’는 ‘반지의 제왕’에서는 볼 수 없는 권력 다툼과 그 속에서의 인간의 욕망이 적나라하게 표현돼 판타지 마니아는 물론이고 40, 50대 팬까지 확보했다고 평한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도 이 드라마 열혈 시청자로 알려져 있다.

국내에서는 케이블 방송을 통해 방영되면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 국내에서도 최근 시즌4가 종영됐다. 미국과의 ‘시차’를 기다리지 못하는 열성 팬들은 미국에서 새 시즌이 방영될 때마다 곧바로 자막을 삽입해 불법 파일공유 사이트에 올릴 정도다.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왕좌의게임#얼음과불의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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