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속의 이 한줄]히딩크 “축구는 실패투성이 게임… 두려워 말아라”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7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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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축구에서는 단 한 번의 실패보다 한 번의 성공을 위해 얼마나 많은 시도를 했느냐가 훨씬 더 중요하다. 실패는 얼마든지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마이 웨이(거스 히딩크·2002년) 》

박사 논문을 쓰고 있는 후배가 있다. 공부하는 도중 결혼하고 두 아이를 낳고 그 아이들을 키우느라 꽃 같은 20대는 훌쩍 지나고 어느새 30대 후반이다.

밑도 끝도 보이지 않는 것 같은 인문학을 20년 가까이 공부하고 있어 평소 “대단하다”고 추어주던 후배인데, 요새 슬럼프에 빠져 있다고 한다. 박사 논문 목차를 또 고치게 돼 무척 의기소침해 있다고, 그 때문에 일상의 리듬도 잃어서 며칠을 그냥 보내고 나니 신경이 날카로워져 누굴 만나는 것조차 꺼려진다고 했다.

그를 아끼는 많은 이가 후배에게 위로와 조언을 건넸다고 한다. 그중 몇 가지 말이 마음에 콕 박혔다. “해봤기 때문에 고칠 수 있는 거죠. 해보지 않았으면 안 되는 줄도 몰랐으니까 고칠 수 없는 거 아니겠어요?” “쓰고 있으니까 잘 안 되는 날이 있는 거겠죠. 그러다가 또 리듬을 찾기도 하겠고. 그게 쓴다는 거니까요.”

그랬다. 어떤 일을 시도하고 있기에 그 일이 잘 풀리지 않아 괴롭기도 하고, 또 잘 풀려 기쁘기도 한 것이다. 시도하지 않았다면 괴로움도 없다.

거스 히딩크 전 감독은 이 책에서 “축구는 실패투성이의 게임”이라고 했다. 골을 만들어 내려고 수많은 드리블과 패스를 시도하다 겨우 한두 골로 승부를 결정짓는 게 축구라 숱한 시도가 대부분 실패하고 말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축구는 인생과 닮아있다는 생각이 든다. 축구의 백미는 득점 그 자체라기보다는 득점을 하기 위해 시도하고 실패하기도 하는 과정에 있지 않을까. 즐거운 기억뿐만 아니라 괴로운 기억까지 뭉치고 뭉쳐 내 인생의 발자취로 남는 것이라면 두려워하지 말고 무엇이든 시도해 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비록 무수하게 실패할지라도.

김현지 기자 nuk@donga.com
#히딩크#실수#축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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